[문예창작학회] 손정수 교수,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소설은 이전과 다른 의미의 겹 드러낸다"
[문예창작학회] 손정수 교수,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소설은 이전과 다른 의미의 겹 드러낸다"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7.04.1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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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동아대학교 인문역량강화사업단(CORE)가 주최하고 한국문예창작학회가 주관한 2017 국내학술대회 '문학 창작유산의 가치와 전망'이 15일 동아대학교 승학캠퍼스에서 진행된 가운데, 손정수 계명대 교수는 "소설이 역사를 기억하는 새로운 방식들" 발제를 통해 세월호 사건의 모티브를 소설가들이 어떻게 서사에 도입했는지 분석했다.

손정수 교수는 사건을 서사에 도입하는 방식을 크게 "사건을 이야기 속에 재현하는 것", "알레고리의 방식으로 사건을 암시하는 것", "함께 있기로서 사건을 기억하는 것" 등으로 분류한다.

발표 중인 손정수 교수 <사진 = 김상훈 기자>

손정수 교수에 따르면 "소설이 역사적 사건을 기억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은 그 사건을 이야기 속에 재현의 형식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손정수 교수는 정찬의 '새들의 길(문학사상, 2014년 8월호)'과 임철우의 '연대기, 괴물(실천문학, 2015년 봄호)'를 상징을 통한 사건 재현의 방식의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한편으로는 세월호 사건을 직접 대상으로 삼는 소설보다 "알레고리의 방식으로 사건을 암시하는 소설들이 폭넓게 나타나는 양상을 볼 수 있다."며 "이점 또한 세월호 사건의 서사화에서 나타나는 특징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세월호 사건을 알레고리를 통해 서사화 한 대표적 사례는 김애란의 '입동(창작과비평, 2014년 겨울호)', 김영하의 '아이를 찾습니다(문학동네, 2014년 겨울호)' 등이다. 

손정수 교수는 "왜 세월호 사건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만들면서 그 사건을 직접 지시하지 않고 알레고리적 방식으로 그것을 수행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사건 자체의 강렬함에 의해 소설적 상상력이 제약"되며 "주체의 반성적 성찰"이 요구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때문에 "알레고리의 방식은 사건을 직접적으로 대면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으로부터 다소간 비껴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편으로는 "최근 한국 소설에서 역사적 사건을 이야기 속에 도입하는 방식에는 개별적인 사례를 통해 시대적인 보편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신념이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고 말한다. 이는 "과거의 역사적 사건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경우 인식의 문제와 재현의 문제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많은 사실과 이미지, 기록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손정수 교수는 사건이 서사에 도입되는 방식을 상징으로서의 재현과 알레고리를 통한 접촉, 두 가지 방법론으로 분류했다. 마지막으로 손 교수가 제시한 사건을 기억하는 방식은 "함께 있기(being-with)로서 기억하기"이다. 함께 있기로서 기억하는 것은 상징과 알레고리의 사용과는 별개로 작가가 해당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고자 하는가가 주요한 지점이 된다.

손 교수는 윤성희 소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현실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자전적인 성격의 이야기"라고 보았으나, 윤성희의 '스위치'(현대문학, 2016년 3월호)에서는 화자가 어린시절 겪은 누나의 죽음으로 인하여 "가족의 삶이 오래토록 이어질 균열을 만들었고 화자 역시 그 사건의 여파를 겪었으며 그 결과가 지금도 자신의 삶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다. 요컨대 여기에서 사건은 동시대의 상황으로부터 과거의 기억으로 치환된다. 그리고 그로 인한 트라우마의 해소가 아니라 그것을 기억하고 간직하는 일에 초점이 맞춰진다."라고 분석한다.

김희선 소설가 또한 "사회적인 문제나 시각을 확인하기 어려운 작가"였지만 최근 작품 '골든 에이지(21세기문학, 2016년 가을호)'에서는 세월호 사건을 기억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소설 속 영원히 반복되는 홀로그램 우주 속에 머물기를 선택한 노인이 원한 시간은 2014년 4월 15일인 것이다.

"아까 말한 그 날짜, 적어주시겠어요? 배와 사람들. 내가 모르고 있는 게 뭔지, 그리고 우리가 망각해가는 것이 뭔지, 알고 싶어서요,"
그는 볼펜을 꺼내더니 잠시 멈칫했다.
그러더니 결심한 듯 일곱 개의 숫자를 천천히 적어나가는 것이었다.

- 김희선, '골든 에이지', "21세기문학", 2016년 가을호, 85쪽

손정수 교수는 "문제는 망각하지 않고 기억하는 행위"이며 "그것만으로도 소설은 이전과 다른 의미의 겹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한다.

발제문 말미에서 손정수 교수는 "이 글에서 설정한 역사적 사건 형상화의 유형이라는 것은 다만 편의적인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며 "이 유형들은 한 작품 속에, 그리고 작가들에게 혼재되어 있고, 또 지금도 그것은 새로운 양상으로 변화해나가는 과정 중에 있기 때문"이라고 한계를 설명했다.

보충 설명을 요구하는 강상대 교수 <사진 = 김상훈 기자>

토론에는 강상대 단국대 교수가 참여했다. 강상대 교수는 "해석과 논지에 공감하는 바이기에 특별한 논쟁점을 제시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며 반론보다는 보충 설명을 요구하며 "세월호의 기억과 복원을 되새겨준 손교수의 발표문이 새로운 기억과 복원의 담론으로 견고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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