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여선 소설가, "태극기집회 낯선 것이지만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
권여선 소설가, "태극기집회 낯선 것이지만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7.04.20 15:44
  • 댓글 0
  • 조회수 3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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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세교연구소가 주최하고 창비가 후원한 공개심포지엄이 20일 오후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됐다. 이날 공개심포지엄은 "촛불과 한국사회:광장의 진화를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진행됐으며, 박원순 시장이 기조발제를, 권여선 소설가,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 박명림 교수 등이 발표에 참여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권여선 소설가는 “촛불과 태극기” 발표문에서 일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집회에 참여하면서 느낀 감회와 생각을 전달했다. 권 소설가는 먼저 광장에서의 깃발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예전에는 집회에 나오면 깃발부터 찾아 헤맸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권여선 소설가는 “이번 촛불집회에는 개인이나 가족, 그리고 크고 작은 모임에서 수제로 제작한 깃발들이 유례없이 넘쳐났다.”고 회상했다. 권여선 소설가는 “큰 조직의 깃발들과 각기 관심영역이 다른 다종다기한 작은 깃발들, 기발한 손팻말”들이 “다양한 주장과 요구들의 향연을 보여주었다.”고 보았다. 이어 이러한 깃발들이 “정치를 떠받치는 미시정치의 활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불꽃놀이와 매스게임을 예시로 들어 촛불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설명한다. 불꽃놀이는 엄청난 스펙터클을 보여주지만 그 속에는 “‘나’ 또는 ‘우리’의 차원이 빠져 있으며, 장면에 참여하는 주체는 아닌 것”이며, 매스게임은 “비록 개개인의 참여는 있지만 일사분란하게 기획되고 진행된다는 점”에서 촛불과 다르다고 보았다. 권여선 소설가는 “촛불은 자본주의의 상업성과 전체주의의 동원성을 넘어, 개인의 자유와 창의에 의한 민주주의적 스펙터클을 만들어냈다”며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역사적인 무엇인가를 창조해낸 것”이 집회의 규모보다 중요한 역사적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촛불집회에서 자유로운 교류와 연대를 통해 “(촛불집회가) 창조한 것은 누구도 꿈꾸지 못했던 차원의 열린 접속”이었으며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는 작지만 분명한 자신감을 맛보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정서적 연대감의 기저에는 “비극을 견뎌온 시간에 대한 공유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세월호와 용산의 망루를 언급했다. 

한편으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등장한 태극기집회로부터 가장 고통스러운 질문을 얻었다고 전했다. “그들이 자발성과 진정성을 갖고 참여한다는 사실이 저를 절망에 빠뜨렸다.”는 것이다.

“단순히 그들의 주장이 설득력과 논리성을 갖추지 못했고 거짓된 정보에 기초한다는 사실에만 있는 것”이 아닌 “언어적 표현이 무섭도록 추하다는 데 있었다.”고 말했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빌려 발언하고 있는 것은 유구한 어둠의 말, 정당성을 갖지 못한 지배층이 어둠 속에서 배양하여 던져준 말, 단단하고 사납게 된 말, 주입되고 세뇌되고 있을 노예의 말”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태극기집회는 낯선 것이되, 우리와 무관한 낯선 것이 아니라, 우리 겉을 싸고 있고 우리 옆에 나란히 있으며 우리 안에 깊숙이 박힌 낯선 것”이라며 “거기에 우리 부모가 있고 아들이 있고 이웃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촛불과 태극기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고, 공존해야 한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는가. 공포와 혐오를 넘어 ‘그들’을 광장을 함께 구성하는 ‘우리’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그것이 더 큰 민주주의를 위한 내기라고 확신하는가”라는 질문에 아직 대답할 수 없다고 전한 권여선 소설가는 “고민은 계속될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는 학습의 장이자 반성과 사유의 장이었으며, 무엇보다 충만한 동시에 고통스러운 정서적 도야의 장”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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