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창작과 통폐합 특집] 05. 경기대학교 -고수진
[문예창작과 통폐합 특집] 05. 경기대학교 -고수진
  • 고수진
  • 승인 2017.05.09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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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고수진] 문예창작학과가 국어국문학과와 통폐합된다는 이야기는 몇 년 전부터 아주 흔한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람들이 문예창작학과와 국어국문학과가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문예창작학과의 통폐합은 계절의 한 현상처럼 매년 왔다가 사라지는 일이라고 알고 있었다. 합격통보를 받고 입학도 하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신입생 채팅방에는 문예창작학과가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이번에도 넘어가겠지, 생각했다.

문예창작학과 학생으로서 수업을 들은 지 겨우 43일이 지났을 때였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학교 구조조정안에 따른 학과 개편안을 내놓았다. 거의 모든 학과가 학부로 바뀌고, 그 중 한국어문학 트랙이 있던 것. 그곳에 국어국문학과와 문예창작학과가 통합되어있는 것을 나는 보았다. 학교는 진심으로 문예창작학과를 통폐합하려 애썼다. 순간 내가 문예창작학과에 들어오기 위해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떠올랐다.

문예창작과에 간다, 는 생각은 내 골자 같은 거였다. 이따금 다른 직업, 다른 전공을 생각하다가도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나는 다시, 아. 문예창작학과에 가야지. 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지탱한 것은 그것뿐이었다. 그래서인지 경기대학교 문예창작과에 합격했을 때, 내 삶의 첫 과제를 끝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꿈이 드디어 결실을 맺는구나, 하는 느낌. 문예창작과에 합격했다는 사진이 내 휴대전화에 아직도 남아있다.

통보를 받은 날 수업에 나는 집중할 수가 없었다. 문예창작학과를 들어오기 위해 애쓴 그 시간과, 틀리지 않았다고 믿은 내 선택을 학교는 구조조정안 통보로써 무시했다. 내 학과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허탈감이 나를 뒤덮었다.

첫 공청회에서 학교가 보여준 모습은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진심으로 분노하고 걱정스러워하는 학생들의 질문에 장난처럼 돌아오는 대답들은 우리를 학생이 아닌 장애물로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학교는 예전부터 폐지 이야기가 오갔다는 이유로 문예창작학과 학생들을 모두 무시했다. 문예창작학과 폐지에 대해서 별다른 생각도 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구조조정을 하는 김에 문예창작학과도 국어국문학과에 통폐합시키자. 이런 의미였다. 겨우 43일이었지만 나는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게 된 것이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공청회 이후 내 이야기의 골자던 오랜 꿈들이 한순간에 별 쓸모없어진 것 같은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구조조정이 학교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학교가 살아야 결국 학생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학생들의 동의 없이, 학생이 알아야만 할 권리를 무시한 채 막무가내로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 내가 문예창작학과의 학생으로서 실망스러웠던 이유는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학교는 학생들을 자신들의 판단 속에서 배제한 채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일을 진행했다. 내 글로써 사람들에게 더 깊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사회와 개인을 이을 수 있는 통로를 만들겠다는 신념. 그 신념을 지켜나가려는 문예창작학과 학생들의 의지를 단지 수익성이 떨어지고, 변화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변명 하나만으로 무시하고 꺾으려 했다. 우리는 계속해서 학교에게 배신당했다.

다른 학교의 문예창작학과도 통폐합 위기에 처해있다는 소식이 계속해서 내게 전해져온다. 어쩌면 이번 구조조정은 올해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문예창작과 통폐합 설은 작년부터 있어왔던 이야기인 만큼, 올해를 무사히 넘어간다고 해서 내년, 내후년에도 경기대학교 문예창작학과가 멀쩡히 살아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나는 내가 문예창작학과의 학생으로 남아있기를 바란다. 그렇기에 계속해서 주시하고 이야기할 것이다. 나는 문예창작학과의 학생이라고. 앞으로도 문예창작학과의 학생이고 싶다고. 이런 사람들이 이곳에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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