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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창작과 통폐합 특집] 09. 한양여자대학교 -이정인
이정인 | 승인 2017.05.10 11:43


또 다른 블랙리스트

[뉴스페이퍼 = 이정인 학생] 블랙리스트, 감시가 필요한 위험인물들의 명단을 이르는 단어이다. 요즘 각 대학의 문예창작학과는 통폐합의 주요 대상이다. 타 학과 보다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대학 내의 블랙리스트에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요즈음 대학은 틈만 나면 문예창작학과를 국어국문학과와 통폐합을 하기위해 안달이 나 있다. 이미 몇몇 대학은 학생들의 반발과 시위에도 불구하고 통폐합을 강제로 결정했다. 그 모습은 마치 작년 예술 활동을 높은 분들의 입맛에 맞추려 블랙리스트를 만든 정부를 떠올리게 한다. 현재의 대학과 이미 끌어져 내린 박근혜 정부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예창작학과, Department of Creative Writing. 말 그대로 '문예'를 '창작'하는 학문을 배우는 학과이다. 학교들은 대부분 문예창작학과와 국어국문과를 통일된 학과로 만들고자 한다. 나는 이 지점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국어국문학과와 문예창작학과는 교육의 커리큘럼자체가 다르다. 다른 지점을 넘어서서 틀리다고 봐도 무방하다. 문학에 초점을 두어 말하자면, 국어국문학과에서 다루는 문학은 ‘고려향가’, ‘시조’등과 같이 과거에 쓰인 것에 초점을 둔다. 그러나 문예창작학과는 현 시대에 창작된 ‘현대문학’에 초점을 두고 앞으로의 문학을 창작해 나가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국어국문학과가 국어학문이라는 깊은 바다 속을 탐사하는 잠수함이라면, 문예창작과는 어느 곳이든 떠나 새로운 항로를 발견해 나아가는 요트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쓰임이 다른 배가 같은 항로를 항해할 수 있을까. 어떻게 쓰임이 다른 배가 같은 항로를 항해할 수 있을까.

학교는 學 배울 학, 校 가르칠 교. 말 그대로 배움을 받고, 가르침을 받는 곳이다. 학생을 통하여 이득을 창출해내는 기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문예창작학과 통폐합을 주장하는 학교들은 학생들이 공부하려는 학문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학교 측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그러한 주장을 하고 있다. 나는 이 지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떻게 학교가 그럴 수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과연 학교는 학교로서의 역할을 다 하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얼마 전 K대학교의 공청회를 보았다. 나는 SNS를 통해 라이브 방송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보는 내내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과 이야기하려 하지 않고 통보식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특히 문예창작학과와 국어국문학과의 특성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면서 하나의 트랩으로 묶을 것을 고집했다. 정말 ‘고집’만 했다. 학생은 타당한 이유를 듣고 싶어 했지만, 그들은 구체적인 이유를 말하기보다, 그러한 상황이 짜증난다는 듯 대충 둘러댈 뿐이었다.

대학에 오면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보다, 두려움이 앞선다. 과연 내가 하고 싶은 예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려 노력을 하다보면 언젠가 내 꿈을 이루겠지 하는 생각보다도, 그러다 보면 내가 소속되어 있는 문예창작학과가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사람으로 태어나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내게 네가 전공하고 있는 문예창작을 하면 네 인생이 힘들 거야. 라고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이 사회를 보며 너무 속상하고 안타깝다. 또한 이러한 말을 대학 내에서 학생들에게 수치화 된 취업률로 보여주며, 취업을 강요하고, 학과 자체를 없애 버리려 하는 모습들을 보며, 이게 과연 사람으로서, 학생들이 힘들어해야 할 이유조차 되는 가 싶다. 과연 인간답게 살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이정인  info@news-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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