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젊은이들에게 꿈을 가져라, 희망을 가져라, 이런 헛소리 그만했으면 좋겠다."
김훈, "젊은이들에게 꿈을 가져라, 희망을 가져라, 이런 헛소리 그만했으면 좋겠다."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7.05.27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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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은평구가 준비한 "은평이 낳은 소설가 김훈 초청 토크콘서트"가 지난 26일 저녁 7시부터 은평문화예술회관 숲속극장에서 진행됐다.

김훈 소설가는 은평에서 유년기를 보낸 문인으로, "칼의 노래", "자전거 여행", "남한산성", "라면을 끓이며" 등의 저서로 국민들에게 알려져 있다. 지난 2월 출간된 장편소설 "공터에서"는 마씨 집안의 가족사를 통해 20세기 한국의 현대사를 집약하여 보여준다. 

낭독극이 진행됐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이날 토크콘서트에 앞서 한충은 대금 연주자의 오프닝 공연이 진행됐으며, 1부에서는 장편소설 "공터에서"를 3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연극배우들의 낭독극이 진행됐다.

2부는 최재봉 기자가 준비한 질문에 김훈 소설가가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최근 출간한 "공터에서" 및 한국의 모습에 관한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시대착오적인 사람"

김훈 소설가의 신작 "공터에서"는 한국전쟁부터 군부독재, 베트남 파병 등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마씨 집안의 가장 마동수와 그의 아들, 마장세와 마차세의 삶을 통해 이야기한다. 

토크콘서트에서는 낭독극을 감상한 심정과 제목과 표지, 소설 통해 그리고 싶었던 남성상 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제목에 대해서 김훈 소설가는 제목을 떠올린 것은 작년 광화문 집회에 나갔던 때라고 설명했다. 광화문 집회에서 문득 한국이 공터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지금 공터로구나, 돌이켜보면 내가 가건물에서 살았구나, 다 가건물이라 무너지고 또 세워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힌 김훈 소설가는 제목을 바로 '공터에서'라고 짓기로 정했다고 말했다.

소설을 통해 그리고자 했던 남성상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훈 소설가는 "어떤 경우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이라며 박물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뗀석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박물관에 가 돌도끼, 돌칼의 손잡이가 닳아있는 걸 볼 때마다 "저걸 들고 밥벌이를 해 처자식을 먹여살린 놈이 있었구나"라고 동지의식을 느낀다는 것이다. 김훈 소설가는 "삶의 육체성을 확보하고 삶과 직접적 관계를 맺는 남자를 좋은 남자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대착오적인 사람"이라고 웃어보였다.

질문 하고 있는 최재봉 기자 <사진 = 김상훈 기자>

"젊은이들에게 꿈을 가져라, 희망을 가져라, 이런 헛소리 그만했으면 좋겠다."

한국이 싫어 한국을 떠나는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김훈 소설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며, "모든 문제는 기성세대의 책임"이라고 답했다. 

기성세대가 국민소득이 80달러인 나라에서 2만 달러를 넘는 경제적 성장을 이뤘지만, 그 과정에서 "엄청난 모순, 억압, 착취, 불평등, 차별이 기저에 깔리게 됐다"는 것이다. 

김훈 소설가는 "우리 사회 기저에 깔린 문제를 해결하느냐 못하느냐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취업의 어려움을 겪는 젊은이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늙은이들이 젊은이들에게 멘토라고 하며 꿈을 가져라, 희망을 가져라, 이런 헛소리를 늘어놓는 것을 더 이상 그만헀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또한 "아주 특별히 재능있는 젊은이가 성공한 사례를 이야기하며 대서특필하고 따라가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건 그 젊은이가 재능이 있고 운이 좋아 가능했던 것"이라며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짓밟혀 온순하다."고 말한 김훈 소설가는 "기성세대 기득권들이 심보를 바로 먹고 도덕적 반성을 해 문제를 해결할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때문에 "기성세대에게 문제를 해결하라고 들이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말에 청중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나의 글에는 희망도 없다, 전망도 없다"

청중으로부터 "희망적인 내용의 글을 쓰겠냐"는 질문이 나오자 김훈 소설가는 "나의 글에는 희망이 없다. 전망도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인간을 이끄는 희망의 등대, 인생과 젊은이를 매혹시키는 등대불 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희망이 없는 세상에서도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헛된 희망을 말하지 말고 희망이 없는 세계에서 어떻게 희망을 찾아 살아나갈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한 김훈 소설가는 "전쟁, 비극, 살육, 학살과 같은 것들이 인간에게 유토피아를 약속하는 개념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이며 "그런 역사의 전개 과정을 볼 때 섣불리 희망이나 전망을 말하지 말고, 일상을 꾸역꾸역 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올바르고 건전한 삶의 태도"라고 말했다.

이날 토크콘서트에는 100여 명에 달하는 구민과 청중들이 찾아 김훈 소설가의 말을 경청했으며, 콘서트가 끝난 이후 진행된 사인회에서 장사진을 이루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구민들의 문학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준비된 이번 토크콘서트는 이후 은평과 관련한 다양한 문인들과 함께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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