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문예지 발간지원사업 부활... 문예지 자생력 높여야
우수문예지 발간지원사업 부활... 문예지 자생력 높여야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7.07.18 11:01
  • 댓글 0
  • 조회수 2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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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우수문예지 발간 사업’을 ‘문예지 발간 지원’ 사업으로 부활시키고 오는 28일까지 신청 접수를 받는다. 블랙리스트의 여파로 문체부가 폐지되거나 개편된 사업을 복원하겠다고 선언한지 4개월만의 일이다. 한편 문예지 발간 지원 사업이 부활한 것과 같은 시기에 두 개의 문예지가 재정적 문제로 휴간을 선언했다. 40년의 역사를 지닌 ‘문예중앙’과 결호 없이 89년부터 운영되어온 ‘작가세계’다. ‘문예중앙’은 무기한 휴간을 선언하며 사실 상 폐간됐으며, ‘작가세계’는 내년 여름 호부터 복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우수문예지 발간 사업’의 부활과 역사 있는 문예지의 휴간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문학 출판계는 발간 지원 사업을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원에만 얽매이지 말고 자생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우수문예지 발간 사업’은 국내에서 발간되는 문예지의 원고료를 지원하는 사업이었으나 15년 예산 삭감에 이어 16년 기간문학단체 지원사업과 통합시킴으로써 사실상 폐지됐다. 당시 문화예술위는 “단순 재정지원 방식의 사업이 오히려 문학적 성과와는 무관하게 작가나 단체들을 기금지원에만 의존하게 하고 독자를 비롯한 시장 개발에는 관심을 멀게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며 문예진흥기금 재원의 감소 때문에 예산 축소도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원 사업이 폐지되자 지원을 받았던 문예지들은 재정난을 겪기 시작했으며 장애인 문학을 다루는 “솟대문학”과 같은 잡지는 폐간 절차를 밟았다. 이번에 휴간을 선언한 두 문예지 모두 과거에는 발간 사업 지원을 받아 문예지를 꾸리고 있었다. 문예지 발간 사업 폐지의 여파가 지금에 이른 것이다.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문예지를 만들라고 추천하라”

문학계에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문예지를 만들라고 추천하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문예지는 유독 수익을 내기가 힘든 사업이다. 문예지가 재정난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출판계의 사정도 있겠으나, 손익분기점이 단행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독자들이 문예지를 구독해야 할 명확한 목적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예지 편집위원을 지냈다는 A씨는 “단행본에 비해 문예지가 고료가 훨씬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단행본은 일부 인세를 먼저 지급하는 선인세 계약이 아니라면, 판매한 책의 인세 비율만큼 작가에게 지급하면 되지만, 문예지는 그게 불가능하므로 문예지를 팔아 손익분기점을 내기란 단행본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이다.

A씨는 “어느 시 전문지는 시 30편과 몇 편의 산문을 싣는다. 시 한편에 3만원의 고료를 준다고 하더라도 90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 산문을 포함하게 되면 원고료만 적게 잡아도 200만원이 나간다. 편집, 인쇄, 배포 비용 등을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0만원은 드는데, 이걸 다 합치면 문예지 한 호를 내는데 300만원은 우습게 들어간다.”며 “여기에 인건비까지 추가되면 비용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문예지는 작가들에게 고료 대신 완성된 책을 보내 제작비를 낮춘다. 그러나 손익을 낼 수 있을 만큼 팔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손익분기점이 높은 것과 더불어 문예지를 읽어야 하는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점도 크다. 기존 독자들의 이탈을 막는 것은 물론 새로운 독자들을 영입시키는 것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는 현재 발행되고 있는 문예지들이 준비한 특집, 기획, 권두인물 등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 문예지의 특집, 기획 등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문제들을 심도 있게 다루기 때문에 그나마 독자들의 주목을 받기 쉽다. 그러나 권두인물, 작가론 등은 해당 작가의 팬이 아닌 이상은 구독해야 할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문학인이 지식인으로서의 위치에 있던 과거와 달리 대중들을 선도할 수 없게 된 현상도 크게 작용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컨셉’을 명확하게 밝히고 독자층을 확보한 문예지들이 있다. 15년 7월 등장한 ‘악스트’는 기존 문학잡지의 형식을 버리고 감각적인 디자인과 파격적인 가격을 선보였다. 소설을 중심으로 다룬다는 점 또한 독자층에게 크게 어필하며 성공적으로 2주년을 맞이했다. ‘미스테리아’는 그 이름처럼 미스터리 전문지로, 미스터리에 집중한 기사와 양질의 칼럼, 미스터리 소설들로 독자를 매료시켰다. 문학과지성사의 문예지 ‘문학과 사회’는 16년 혁신을 선언하고 젊은 필진을 전면으로 내세우며 사회적인 이슈들을 적극적으로 포용, 많은 주목을 받았다.

문예지 발간 지원 사업은 7월 28일 오후 6시까지 문예지를 발간하는 문학단체 및 출판사를 대상으로 지원신청을 받는다. 지원 종수는 30종 내외이며 500만원에서 2400만원까지 차등지원한다. 한국문화예술위 홈페이지를 통해 상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지원 사업이 부활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다시 블랙리스트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지원이 끊겼다고 문예지가 없어지거나 재정적인 궁핍을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자생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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