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예술센터 2017 시즌 프로그램 "천사 - 유보된 제목" 8월 29일 개막
남산예술센터 2017 시즌 프로그램 "천사 - 유보된 제목" 8월 29일 개막
  • 박도형 기자
  • 승인 2017.08.1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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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공간을 소재로 한 장소특정 퍼포먼스 "천사 - 유보된 제목" 오는 8월 29일 개막

[뉴스페이퍼 = 박도형 기지]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는 2017년 시즌 프로그램인 장소특정 공연 "천사 - 유보된 제목"을 오는 8월 29일부터 9월 3일까지 선보인다. 일반적으로 공연은 극장이 주는 특수한 장소성과 시간성을 통해 완성되지만, "천사 - 유보된 제목"은 일반적인 치장을 하지 않은 극장의 공간 그 자체로 작품을 제작했다.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 "천사 - 유보된 제목" 포스터. 사진제공 = 남산예술센터>

관람을 위해 극장에 도착하는 관객은 MP3 플레이어를 지급받는다. 관람객 단 한 명을 위한 공연이 시간에 맞춰 시작되면, 지급받은 MP3 플레이어 속 지시에 따라 남산예술센터로 입장한다. 60분 동안 평소에 접근할 수 없었던 장소들을 대면하게 되고, 공연의 마지막 부분에서 VR을 통해 그동안 살펴본 공간을 다른 관점으로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천사 - 유보된 제목"이라는 작품의 제목은 나치를 피하는 긴 여정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철학가 발터 벤야민의 '역사철학테제'를 인용했다. 벤야민은 이 글에서 죽음을 앞두고 탈무드에 기반을 둔 종교학과 마르크시즘에 입각한 정치학을 기묘하게 섞은 자신의 역사관을 정리한다.

이 글에서 벤야민은 본인의 애장품이기도한 파울 클레의 드로잉 "새로운 천사"를, 도래하지 않은 구원에 대한 희망과 절망이 섞인 그의 문학적 사상의 중심에 놓는다. 그림 속 천사의 얼굴에서 그는 순수함 속에 깊이 스며든 멜랑콜리와 공포를 발견하고 이를 현실에 대한 고독한 통찰로 이어냈다.

서현석 연출은 “최근의 대한민국은 이러한 천사를 갈구했을지도 모르겠다”며, “"천사 - 유보된 제목"은 벤야민의 문학적 상상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관객 한 명 한 명에게 거칠면서도 고독하고 몽환적인 연극적 상황을 제안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몽환적인 감각들로 채워진 극장의 공간들과 영상을 통해 만나게 될 환상은 관객의 내면을 반영한다. 극장 안에서 만나는 환영이 작품 제목처럼 천사로 남을지 혹은 다른 것으로 기억될지는 작품을 만나는 관객의 몫이다. 작품은 음영이 뒤바뀐 거울처럼 관객의 마음을 비춘다.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서현석은 영등포 시장"영혼매춘", 세운상가"헤테로토피아", 서울역"헤테로크로니", 전시장"연극 - 서현석展" 등의 다채로운 장소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인 바 있다. 서 연출의 작품은 관객이 낯선 장소 혹은 익숙한 장소에서, 그 장소를 낯설게 느낄 수밖에 없도록 두 눈을 가린 채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여정을 떠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반적인 공연의 관객은 객석에 앉아 무대장치와 희곡을 통해 공동체적인 감각을 공유한다. 하지만 서 연출은 관객의 체험이 무대에서 객석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닌, 관객이 직접 걸으며 현장과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는 상황을 경험하는 장소특정 퍼포먼스 작품들을 제작해왔다.

남산예술센터는 시즌 프로그램을 통해 연극계 안팎으로 동시대에 새롭게 시도되는 다양한 형식적 실험들과 소통함으로써 현대예술을 수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2016년 시즌 프로그램 "아방가르드 신파극", "변칙 판타지"로 극장의 관성을 깨는 시도를 했다면, 2017년에는 극장을 보다 과감하게 사용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60분 동안 한명의 관객이 극장을 여행하는 "천사 - 유보된 제목"은 하루 40명의 관객만 관람이 가능하며, 예매를 통해 사전 예약된 시간에만 공연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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