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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작가를 추모하며] ‘사라’가 다시 올 것인가?
김효숙 오피니언 | 승인 2017.09.09 21:37

 

마광수의 절명 소식을 듣고 아직도 감금되어 있는 ‘사라’가 생각난다. 거기에 ‘엠마 보바리’가 겹친다. 판단의 언어가 예술언어를 가둬버리려 했던 법정에서 플로베르가 했다는 일갈이 허공을 가른다. “보바리가 바로 나다!

이것은 타자와 나의 동일시에 관한 변론이 아니다. ‘보바리’는 작가가 서 있는 법정이 아닌 바깥 어디, 그곳과는 생판 다른 곳에 있는 어떤 환유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작가는 그 고유명사 속에 여러 의미를 담아 놓고 모호하게 연막을 쳤을 테고, 법의 칼날은 작가의 상상력을 참수하는 쪽으로 작동하는 편이 한층 분명하고 수월했을 것이다. 보바리즘이란 개념으로부터 생산되는 다양한 담론을 독자들이 존중하는 이유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옭아매왔던 것으로부터 일탈하는 상상력이 바로 보바리즘이기 때문이다.

‘사라’는 어떤가. 누군가에게는 분노와 혐오감을, 어떤 이에게는 그 불온한 이름 때문에 법정에 선 ‘광수’에게 동정표를 던지게도 했을 것이다. 그들은 관음증을 숨기려고 되도록 어두운 자리로 찾아들었을 공산이 크다. 엠마가 남몰래 소설을 읽으며 여기가 아닌 그 어디 다른 곳을 상상했듯, 엠마a 엠마b들 또한 엠마를 그렇게 읽었듯, 그때 ‘사라’는 독자에게 어쩔 수 없는 관음 대상이었을 것이다. 글을 읽는 행위가 죄악이어서 독자들은 욕망이 눌어붙은 자신의 독서행위를 되도록 숨기려 들었을 것이다.

과거를 답습하지 않는 위반의 상상력은 저항을 불러온다. 풍기문란 죄, 사회질서를 해친 죄목으로 법의 관리권역으로 들어간 ‘사라’ 감금의 역사는 25년 간 󰡔즐거운 사라󰡕의 ‘판금’으로 지속되고 있다. ‘광수’에게서 정서적 가해를 당한 적 없는 이들조차 금 하나를 그어놓고 그를 되도록 변방 쪽으로 내몰았다. 같은 부류라는 오물을 뒤집어쓰지 않으려고 그와 자신의 원자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하고 싶어 했다.

가치를 판별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모를 이 시대에도 사라는 아직 석방되지 않고 있다. 가치를 따지던 시대에 무가치하다고 판명된 사라는 여전히 감옥에 있는데 ‘광수’는 지난 9월 5일에 고독사했다. “사라가 바로 나다!”라고 외칠 수 없는 그는 외로움에 갇힌 장기수였고, 방관자인 우리는 그에게 심정적 가해자였다.

뛰어난 작가의 고독은 많은 경우 작품을 위해 순교하는 데 바쳐진다. 열정이 광기의 불꽃으로 폭발하면서 그 충격파가 낡은 것을 파쇄한다. 새로운 작품은 기존의 것을 찢으며 아픔 속에서 태어난다. 문학 언어는 자동사로 기술되며, 타자의 간섭을 거부한다. 상상의 속도를 다 받아 적으려고 작가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폭주하기도 한다. 이러한 광기가 소진되어 가지런한 질서에 수동적으로 순응할 때 작가의 생명은 끝난 거나 다름없다.

죽음 직전까지도 소설을 쓰고 있었던 작가 마광수, 변이종인 󰡔2013 즐거운 사라󰡕라도 만나 보겠다고 도서관 사이트에서 2주 또는 한 달 간 대기 중인 독자들, 줄서서 기다릴 필요 없는 포르노그라피가 실시간 밀려드는 매체들 사이로 ‘광수’가 솔직담백하게 웃으며 다시 살아 나온다. 열정을 억압하자 과연 이성이 찾아들었는지, 그래서 판단하는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는지, 그러고도 소설이 씌어지던지를 그에게 물어보고 싶다.

 

 

김효숙 2017 <서울신문> 문학평론 당선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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