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단평] 영화 VIP, 사회적 비판을 던지고자 했나, 아니면 살인 포르노를 보여주고자 했나
[영화단평] 영화 VIP, 사회적 비판을 던지고자 했나, 아니면 살인 포르노를 보여주고자 했나
  • 박도형 기자
  • 승인 2017.09.11 2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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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박도형 기자] “사회 시스템이 어떤 이유로 인해 제기능을 하지 못할 때 벌어지는 일들을 그려보고자 했다.” 영화를 만든 박훈정 감독의 말이다.

<영화 "VIP"시사회에서 발언하는 박훈정 감독. 사진 = 박도형 기자>

영화는 북한의 고위직 김모술의 아들 ‘김광일’로 인해 뚜렷한 목적을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북한 내부적 정치 싸움으로 인해 ‘김광일’은 남한으로 기획 귀순을 한다. 북한에서부터 연쇄살일을 일삼았던 ‘광일’은 남한에 와서도 살인을 멈추지 않는다.

그런 ‘광일’을 용의자로 지목하며 그를 채포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채이도’와 광일을 기획 귀순 시켰던 국정원 요원 ‘박재혁’은 광일의 신변을 확보해 기획 귀순자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반목한다. 그리고 과거 북한에서 광일을 잡으려 했지만 오히려 그의 손에 죽을 뻔 했던 ‘리대범’은 남한으로 파견 되어 ‘광일’을 북으로 이송시키려고 한다.

<영화에서 광일의 신변을 확보하려는 두 인물 채이도와 박재혁 사진제공 = 영화사 금월>

영화의 서사와 연출은 명확하다. 우선 박훈정 감독의 전작 “신세계”에서도 그랬듯이 인물들이 가진 목적과 목표가 분명하기 때문에 이야기의 흔들림은 없어 보인다. 거기에 뛰어난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의 연기 덕분에 영화는 결말을 향해 끝없이 내달린다.

“사회 시스템이 어떤 이유로 인해 제기능을 하지 못할 때 벌어지는 일들을 그려보고자 했다.”는 박훈정 감독의 발언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관객들이 영화에 등장하는 채이도와 박재혁의 감정에 몰입했길 바랐을 것 같다. 광일이 가지고 있는 북한 고위직의 자제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그 둘은 공권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힘이 발휘되지 못하는 순간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고 피해자가 늘어갈 때마다 인물이 꿈꾸는 사건의 해결에 대해 관객들이 같이 몰입하길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다뤄지는 자극적인 장면들로 인해 인물의 감정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광일이 살인의 대상으로 삼는 대상, 그리고 혹은 피해를 입는 대상이 주로 여성이라는 점은 영화를 보는 심경을 불편하게 만든다.

물론 광일의 악마성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이야기와 장면들의 삽입은 필요한 과정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 초반부의 살인 장면을 비롯한 자극적인 장면들은 필자마저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영화에서 연쇄살인마인 '광일'은 자극적인 장면을 노출시키는 주범이다 사진제공 = 영화사 금월>

여성을 납치한 광일과 그 일당이 자신들의 아지트에서 여성을 살인하는 과정을 담은 장면은 정도를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납치 이후 침대 위에 눕혀져 고통스러워하는 나체의 여성, 그 여성의 주변을 둘러싸고 장난감 보듯 하며 웃음 짓는 나체의 사내들. 그 모습을 태연하게 지켜보는 ‘광일’. 그리고 여성에게 약물을 투여하고 목을 조르며 웃음짓는 모습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의 머리에서 잊히지 않는다.

여성을 살해하는 장면과 더불어 그 여성의 일가족을 살해하고 처참하게 변해버린 집안의 모습. 기획 귀순 이후 살인을 하고 풀숲에 버려놓은 여성의 시체, ‘광일’에게 살해 당할 뻔한 여성 국정원의 모습 등 여성의 신체와 살해장면을 영화는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와 더불어 ‘광일’과 함께 살인을 저지른 이들을 처단하는 ‘리대범’, 총격으로 인해 피가 낭자하는 장면들이 연달아 스크린을 통해 전달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영화가 가지고 있는 서사와 인물들의 목표에 비해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공권력이 먹통이 되는 순간을 보여주는 채이도를 통해 관객은 답답한 느낌을 공유한다. 사진제공 = 영화사 금월>

인물의 감정에 몰입하기 이전에 마주하게 되는 자극적인 장면들은 박훈정 감독이 앞서 말했던 사회적 시스템이 멈추는 순간을 잊게 만든다. 여성의 나체, 피가 낭자하는 자극적인 장면만이 머리에 남게 되고, 광일이라는 악마가 처단 당하는 순간만을 바라보게 된다. 이로써 영화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질문을 남기는 것보다 오히려 살인 포르노 영화로 남게 된다. 결국 공권력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는 상황보다는 사건의 실마리를 해결하지 못하는 답답함만이 남게된다.

사회적 문제에 대해 박훈정 감독은 접근해보고 싶었다고 하지만 결국 영화에서 남는 것은 감정의 소모만 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결국 눈으로 바라본 장면들로 인해 분명한 이야기 구조, 인물의 성격, 목표의식 등이 가려져버린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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