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단평] 서울예술단의 가무극 "꾿빠이, 이상"을 통해 공공예술단체의 필요성을 말하다
[연극단평] 서울예술단의 가무극 "꾿빠이, 이상"을 통해 공공예술단체의 필요성을 말하다
  • 박도형 기자
  • 승인 2017.09.23 13:11
  • 댓글 0
  • 조회수 1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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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박도형 기자] “공공단체이다 보니 특정 장르를 뛰어넘는, 민간에서 하기 힘든 실험적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단계에서 새로운 작업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이 공공단체의 역할이 아닐까” 지난 9월 21일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 CKL스테이지에서 프레스콜을 개최한 서울예술단 가무극 “꾿빠이, 이상”의 기획팀장 김덕희 씨의 말이다. 

지난 가무극 “신과함께” 이후 서울예술단이 선보이는 공연은 “꾿빠이, 이상”이다. 제목에서 쓰인 것처럼 한국 문학에 “오감도”, “거울” 등 기존 시적 규칙을 벗어난 시들과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펼친 천재라 불리는 시인 이상의 삶을 그리는 공연이다.

<가무극 "꾿빠이, 이상"은 음악, 안무, 조명,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을 전개한다. 사진 = 박도형 기자>

물론 이번 가무극이 이상의 삶의 흐름을 무대에 펼쳐 보이는 것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품이 가지고 있는 세계는 모호하고 난해하다. 작품에 등장하는 16명의 배우 중 3명이 이상을 연기하며 남은 배우들은 이상의 주변에서 함께 활동하고 숨 쉬었던 김기림, 박태원을 비롯해 연인이었던 금홍, 권순옥, 변동림 등을 연기한다. 

그리고 극은 현실에서도 무분별하게 재해석되는 시인의 평가를 몸소 펼쳐보인다. 음향을 통해 그의 시들이 무대와 객석을 가득 채우고, 배우들의 입을 통해 이상이라는 인물의 다양한 모습들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그의 데드마스크를 본인이 떴다는 말들, 그가 죽기전에 멜론을 먹고 싶어했다는 말과 레몬향을 맡고 싶어 했다는 말들의 혼재는 관객을 혼란에 빠뜨리게 만든다.

<이상을 연기하는 세 배우 최정수, 김용한, 김호영 배우 사진 = 박도형 기자>

관객과 마찬가지로 이상을 연기하는 세 배우 또한 자신을 기억하는 말들이 다양하게 펼쳐지는 것을 보며 묻는다. “나는 대체 누구 이길래, 이렇게 수많은 내가 있는 거요?”라고 말이다. 이 질문은 공연의 내용에서 벗어나 관객에게도 이입이 된다. 나를 바라보는 타자의 시선,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나, 삶 속에 내가 속해 있는 곳곳에서 평가되는 나. 과연 나는 누구인가? 라는 존재를 묻는 질문이 곳곳에 가득 찬다. 

서울예술단 김덕희 기획팀장의 말은 21일 진행된 프레스콜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나온 말이다. 무엇보다 공연이 갖고 있는 주제의식과 공연이 진행되는 방식의 난해함으로 인해 “과연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는 공연인지, 그리고 좋아할 수 있는 공연인지”를 묻는 질문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극의 배우들은 중앙 스테이지, 관객석의 옆, 뒤 공간을 가리지 않고 대사를 말하고 몸으로 표현한다. 사진 = 박도형 기자>

이번 가무극 “꾿빠이, 이상”에서 펼쳐지는 퍼포먼스는 이상 시인의 시 세계를 다루듯 규칙을 부수며 경계를 무너뜨리는 모습을 선보였다. 중앙에 위치한 작은 스테이지를 관객석이 두르고 있는 무대구조는 정면의 구분이 없다. 또한 배우들은 스테이지와 관객석을 넘나들며 곳곳에서 시인의 시를 읽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춤을 춘다. 관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허물어진 공간에서 배우들은 연기한다. 마치 시인의 시가 갖고 있는 모호성을 무대로 옮긴 듯하다. 

그렇다보니 기존의 연극처럼 “정면에서 펼쳐지는 서사”가 거의 없는 공연이다. 자신의 시선에서 전해지던 극의 내용이 자신의 뒤편에서 연결되고, 또 좌우측에서 연결된다. 쉴 틈 없이 펼쳐지는 대사와 행동, 안무로 인해관객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 혼란성은 결국 “불편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불편함”은 극을 바라봐야 하는 관객의 수고로움이 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의미로 “이 극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는 바보인가?”라는 자괴감에 빠뜨릴 수도 있다. 충분히 연극을 바라본 관객의 입장에서 나올 수 있는 심정이며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는 말이다.

<자신을 찾기 위해 물음을 던지는 이상을 통해 관객도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인지를 묻는다 사진 = 박도형 기자>

하지만 이 공연은 이상이라는 인물을 다루는 서사적 특성과 극의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잘 표현해낸 작품이다. 이상의 작품은 아직까지도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되며 그의 작품을 해부하고 그의 삶을 해체하며, 우리는 그를 재단하고 있다. 그 속에서 이상 본인은 혼란스러워한다. 수없이 내가 알지 못하는 자신이 이야기되고, 자신이 알고 있던 내가 아니게 되는 순간들을 보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관객들도 그와 같은 마음을 갖게 된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곳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진실인지, 내가 보지 못하고 있는 뒤편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진실인지. 무대 안에서 배우들과 호흡하고 있으면서도 어떤 이야기가 진실인지를 모르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이상처럼 자신의 존재를 묻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나, 주변 지인들이 생각하는 나, 단체 속에 속한 나, 사회에서 바라보는 나. 수없이 존재하는 ‘나’라는 존재 중에 어떤 것이 진짜인지를 공연을 통해 생각하게 만든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주로 극을 표현하는 공간인 중앙 스테이지 사진 = 박도형 기자>

기존 연극은 무대와 객석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관객과 배우의 경계가 명확했다. 그만큼 극의 서사와 감정에 몰입과 이입은 하지만 배우와 자신을 동일시화 하는 데는 경계가 존재했다. 

하지만 가무극 “꾿빠이, 이상”은 경계를 허물며 관객이 배우를 바라보며 더욱 가깝게 동일시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냈다. 수없이 변화하는 사회, 그 속에서 언제나 분열되는 나에 대한 존재를 이상을 통해 생각하게 된다. 이상이라는 인물이 가진 다양한 매력만큼 이 가무극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고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 본다. 

물론 이런 매력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갈릴 것은 분명하다. 문학, 미술, 음악 등 예술분야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 관점들 또한 규격화되어 존재하고 있으며 각자의 개인취향으로 존중받아야 함이 마땅하다.

<서울예술단의 김덕희 기획팀장은 "공공예술단체로의 존재 이유"를 말했다. 사진 = 박도형 기자>

하지만 앞서 김덕희 기획팀장을 비롯해 서울예술단 제작진이 말한 “공공 예술성을 위한 실험적 도전은 계속 되어야 한다”는 말과 “새로운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공공예술단체로서의 역할”이라는 말에는 적극 동의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예술인 복지 정책”에 대해서 “취미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왜 지원해야 하는가”를 말이다. 이런 시선이 생긴 바탕에는 예술의 공공성을 위해 다양한 관점으로 전개되어야 할 활동이 대중성과 상업성으로 획일화되며 다양한 공연이 만들어지지 않는 다는 점, 일부 단체가 지원금을 독식하며 콘텐츠의 다양함이 부재되는 악습이 계속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 상황 속에서 신흥 예술단체와 극단들은 실험적인 작품을 올릴 수도 없으며 도전할 수 있는 기회조차도 쉽게 잡을 수 없다. 설사 울며 겨자먹기로 실험적인 작품을 무대에 올리면 획일화된 공연분야에 적응된 시민들은 그런 실험극을 “달갑게” 보지 않는다. 또 단체와 개인의 생계를 위해 수익성을 바라보며 소비되어왔던 콘텐츠를 무대에 올렸을 때에는 또 “흔하다”는 말을 통해 평가다운 평가를 받지 못한다. 

<이상의 문학작품과 그의 삶처럼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될 게 가무극 "꾿빠이, 이상" 사진 = 박도형 기자>

이번 서울예술단의 가무극 “꾿빠이, 이상”이 새로운 문화예술의 방향을 제시하거나, 혹은 그렇지 못한다 해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실험적인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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