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활로 모색하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기미들" 포럼 개최
한국문학의 활로 모색하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기미들" 포럼 개최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7.09.26 18:57
  • 댓글 0
  • 조회수 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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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한국문학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문예지는 빼놓을 수가 없다. 문예지로부터 청탁을 받아 작품을 만들어내고 발표 후 주목을 받아 출판을 하기까지. 한국문단 작가의 작품 활동은 문예지를 통해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문예지를 중심으로 한 제도는 많은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문예중앙, 작가세계 등 전통 있는 문예지들의 연이은 휴간, 폐간은 문예지 생태계가 한계에 달했음을 보여줬다.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이러한 가운데 기존 문학제도의 문제를 뛰어넘어 활로를 모색하는 이들이 있다. 장은수, 조원규, 백가흠, 박시하, 유희경 등이다. 이들은 변화를 인지하고 자신들 나름의 방법으로 문학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와우북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준비된 “다음에 오는 것들, 한국 문학의 새로운 기미들” 포럼에 참석하여 각자가 전통적 제도 안팎에서 어떤 활동을 펼쳐가고 있는지를 이야기했다. 

문학의 생산 놀랍게 활발... 생산과 읽기의 괴리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과제 
‘편집문화실험실’ 

오랜 기간 편집자를 지냈던 장은수 대표는 편집문화실험실이라는 모임을 꾸리고 책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편집문화실험실의 목표는 “읽기에 관계된 사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장은수 대표 <사진 = 김상훈 기자>

“읽기를 어떤 식으로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까가 주 관심사.”라고 밝힌 장 대표는 “독서공동체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본다. 독자들과 만나 느낀 것들 출판인들에게 전달하는 작업들도 하고 있다.”며 “문학은 생산은 놀랍게 활발하다. 생산이 활발한 것에 비해 읽기 자체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다. 이 괴리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저희의 첫 번째 과제인 것 같다.”고 전했다. 

“다정한 식탁 앞에서 행복하면 돼.” 
독립문예지 ‘베개’ 

조원규 시인은 올해 5월 창간된 문예지 ‘베개’의 편집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베개’는 조원규 시인과 시인의 주변 사람들이 힘을 모아 창간한 독립문예지로, 등단이라는 인정제도를 거쳐야만 문학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조원규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위계 없는 수평적인 만남의 장으로의 문학하기”,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누구든 글을 실을 수 있다”는 의도로 시작한 ‘베개’는 권위나 위계 없이 글을 함께 나누고 편안한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한다. 

조원규 시인은 “베개에서 등단자는 저밖에 없다.”고 말하며 그것이 곧 “착잡함, 원한감정, 정교한 계산 등 부정적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경험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개’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베개’의 구성원들이 “문학청년이었을 시절부터 자기가 갖고 있던 지평을 잃지 않고 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막연히 실체 없는 누군가를 위해 청탁 받는 게 아니라  
문학이 누군가에 닿는다는 느낌 받았다.” 
독립문예지 ‘더 멀리’ 

‘더 멀리’의 박시하 시인은 디자인을 전공했다가 뒤늦게 문학에 입문한 경우다. 박시하 시인은 “등단하고 나서도 문단에서의 관습을 잘 몰랐다.”고 회상했다. 박시하 시인에게 있어 공부란 문학을 통해 노는 것이었고, 문단에서의 관습에 대해 납득할 수 없었다는 것.  

박시하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그런 이야기의 연장선에서 나온 말이 ‘문예지가 너무 재미가 없다. 너무 안 예쁘고, 너무 두껍다. 나도 읽기 싫은데 누가 읽느냐.’ 라는 식으로 문예지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팟캐스트, 낭독회 등을 거치다가 최종적으로 문예지 ‘더 멀리’를 만들게 되었다고 경과를 설명했다. 

박시하 시인은 “12호까지 낼 수 있었고 하고 싶은 것을 다했다. 재밌는 기획, 이를테면 평론가들에게 시를 써보라고 청탁을 하고 꼭지 제목을 '네가 써봐'라고 했다. 평론가들이 당황하면서도 쓰시더라. 우리가 재밌으니까 다른 분들도 재밌어하시는 것 같았다. 보통 400부 정도 나갔던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했다.”고 말했으며, ‘더 멀리’를 통해서 막연히 실체 없는 누군가를 위해 청탁 받는 게 아니라 문학이 누군가에 닿는다는 느낌 받았다.”며 지금은 쉬고 있지만 시즌 2로 돌아오리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학은 대단한 게 아니다” 
‘누가 문학을 대단하게 만들고 다른 의미를 부여하여 판을 짜는가’ 
소설전문지 ‘악스트’ 

포럼에 참석한 사람은 소설전문지 ‘악스트’의 편집위원을 지내고 있는 백가흠 소설가다. 백가흠 소설가는 포럼에서 ‘악스트’가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는지를 이야기했다. “매번 문예지에 소설을 발표하고 문예지를 통해 활동을 이어감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조차 읽지 않는 문예지가 양산되는 것에 대한 의식에서 출발했던 것 같다.”는 백가흠 소설가는 “일단 재미가 없고 너무 어렵다고 느꼈다. 문학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창작자의 입장에서도 기존의 문예비평들은 많은 부분이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백가흠 소설가 <사진 = 김상훈 기자>

이어 “왜 그렇게 되었나를 생각해볼 수밖에 없었다. 문학은 대단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문학은 대단해야지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누가 문학을 대단하게 만들고 다른 의미를 부여하여 판을 짜는가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었다.”며 “쉽고 누구나 접할 수 있고 다양하고, 그리고 우리가 잘 할 줄 아는 소설에 '읽기'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쉽게 전달하면 좋겠다는 취지.”로 ‘악스트’를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우리에게 의도치 않은 권위가 생겨나고 의도치 않은 힘이 생겨난다면 과감하게 또 폐기해야 하는 때가 오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현재 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시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기꺼운 공간이며 시를 좋아하는 마음을 뽐내는 공간” 
시집전문서점 위트 앤 시니컬 

유희경 시인은 시집전문서점 ‘위트 앤 시니컬’의 주인장으로, 시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공간을 꾸려나가고 있다. ‘뭔가를 바꿔야한다거나 새로운 어떤 것을 보고 싶어서 시작한 게 아니다.’고 말한 유희경 시인은 시를 일이 제일 재미있었으며 그 연장선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유희경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제도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유희경 시인은 “제도를 잘 이용할 수 없는 구조이고 너무 빡빡하다고는 생각하고 있다. 위트 앤 시니컬은 어느 쪽을 아예 버리지 말고 같이 가며 다른 쪽과 사이좋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시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기꺼운 공간이며 시를 좋아하는 마음을 뽐내는 공간”이라고 위트 앤 시니컬을 설명한 유희경 시인은 “지금까지는 꽤 그럴듯하게 시의 독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문학 네트워크, 독자층의 다양성 충족 불가능 지적’ 
‘혁신 선언한 문예지, 오히려 문학과 멀어져’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지금의 문예지 시스템에서는 독자의 다양성을 충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문예지에 4명의 소설을 수록한다고 할 때 1년이면 16명이고, 3년 텀으로 청탁한다고 했을 때 50여 명 가량이면 시스템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90년대 말 문학 출판사의 이념적 지향이 무너지며 소수의 작가들에게 돌아가며 원고를 청탁하게 되었고, 문예지는 늘어났지만 문학적 다양성은 축소됐다는 것이다. 

장은수 대표는 “해마다 신춘문예에 나오는 사람만 100명이다. 그 사람들이 30년을 활동한다고 하면 3천명의 문인이 있는데 계간지에서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100명에서 150명이면 충분하다.”며 “다양한 취향의 독자가 있더라도 네트워크 구조에 의해 독자들이 원하지 않는 작품만 실리는 잡지가 여러 개 나오는 것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백가흠 소설가는 “왜 이렇게 됐느냐 왜 이렇게 만들었느냐는 중요한 문제인 것 같지만 어디서 바로잡아야 할지는 알 수가 없다.”며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올해 데뷔한 신인부터 황석영 선생까지 50명인 셈이다.”며 “50명 안에 들지 못하면 발표를 못한다는 이야기이고 출판도 불가능”하다는 것. 

또한 “잡지는 늘어났지만 실제로 지면이 늘어나지는 않았다.”며 청탁과는 별개로 출판사들이 발표지면을 줄이고 문학과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 만든 잡지, 기존에 있던 잡지의 혁신호라고 불리는 것들은 실은 문학과 굉장히 멀어졌다. 시와 소설의 지면이 줄어들었고 예전보다, 특히 젊은 작가들이 겪는 위태로움은 더 심해진 것 같다.”며 “전체적인 시스템, 전체적 자각이 없으면 힘든 돌파일 수 있겠다는 비관적 생각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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