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단평] 순수했던 것들이 상처로 인해 오염되는 과정들, 영화 “유리정원”
[영화단평] 순수했던 것들이 상처로 인해 오염되는 과정들, 영화 “유리정원”
  • 박도형 기자
  • 승인 2017.10.2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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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박도형 기자] 영화 “유리정원”의 전체를 관통하는 대사는 “순수했던 것은 오염되기 쉽죠”라는 말이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향해 순수한 열망을 지녔던 인물들을 그려낸다.

<영화 "유리정원" 스틸컷 사진제공 = 리틀빅픽처스>

엽록체를 이용해 대체혈액을 연구하는 “재연”, 자신이 쓰고자 하는 이야기를 소설로 쓰며 소설가로서의 인생을 살아가고자 하는 “지훈”, 재연과 같은 연구실의 교수이자 그녀를 사랑하고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자 했던 “정교수”는 영화의 시작에서 각자가 열망하는 목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정교수”는 “재연”의 연구 아이템을 결합해 연구 결과를 발표한 “수희”의 손을 들어주고 “재연”을 버리게 된다. 자신이 사랑했던 연구와 사람을 빼앗기며 상처입은 “재연”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숲 속의 유리정원으로 들어가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된다.

한편 문학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자신을 모욕한 문학계의 대가에게 표절시비를 붙인 “지훈”은 소설가로서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 상황에서 “재연”을 만나게 되고, “재연”이 살았던 옥탑방으로 이사를 한 후 그녀의 흔적을 발견하고 숲 속의 유리정원으로 향한다. 신비로운 느낌의  “재연”을 관찰하며 “지훈”은 그녀를 대상으로 한 “유리정원”이라는 소설을 쓰게 된다.

<영화 "유리정원" 스틸컷 사진제공 = 리틀빅픽처스>

하지만 이 소설이 실화라고 발표한 출판사로 인해 “재연”은 사체를 이용한 미친 과학도로 내몰리게 되며 쫓기는 신세가 되고, “지훈”은 자신의 소설로 인해 위기에 처한 “재연”을 찾아가 용서를 구한다.

영화의 서사는 순수한 열망으로 가득 찼던 인물들이 자신의 성공과 욕망의 구현을 위해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과정을 보여준다. 성공을 위해 사랑하는 이마저 버렸던 “정교수”로 인해 상처입는 “재연”, 자신의 연구 결과가 사회적으로 입증될 수 없다는 시선, 그 시선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저 상처를 입어야 했던 사건으로 인해 스스로를 고립하며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고, 그녀에 대한 호기심으로 소설을 썼던 “지훈”은 어느덧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소설을 집필하는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영화 "유리정원" 스틸컷 사진제공 = 리틀빅픽처스>

그리고 이 변화의 과정으로 인해 “지훈” 또한 “재연”에게 상처를 입히는 존재가 되고, 이 사실을 깨달은 “지훈”은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지만 이미 과거로 돌아올 수 있는 상황들로 인해 모두가 고립되고 만다.

영화의 서사를 뒷받침하는 숲 속의 배경과 나무는 이러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인간의 모습과 상반된 느낌을 준다. 영화 속 인물들의 말들 중 “나무는 자라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힐까봐 거리를 두고 자란다”는 맥락의 대사는 인간의 욕망의 그릇된 상황들을 비집고 들어온다. 자연이라는 큰 고리 안에서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자연에 비해 인간은 서로에게 개입하고 상처를 입히며 생존하고 있다는 의미를 영화는 관객에게 전달한다.

이런 표현의 과정뿐만 아니라 영화의 적재적소에 배치되는 장면들은 인간에 의해 파괴되는 정서를 화면을 통해 전달한다.

<영화 "유리정원" 스틸컷 사진제공 = 리틀빅픽처스>

영화가 전달하는 화면들을 통해 관객은 “순수했던 것은 오염되기 쉽죠”라는 말이 영화 속 등장인물만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가 아님을 느낄 수 있다. 영화의 배경인 자연 또한 순수했던 만큼 주변으로 인해 상처 입기 쉽다는 것이다. 영화의 초반, 숲을 찾아온 “재연”과 “정교수”는 숲 속의 강이 오염된 것을 말하며 수문 개발로 인해 강이 오염됐다는 이야기를 한다. 과거 재연이 지냈던 숲 속의 오염되지 않은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상처로 가득했던 “재연”과 “숲”이 다시 만나며 둘은 예전의 모습을 찾기 위해 스스로를 바깥세상과 차단한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상처를 입힌 “정교수”(숲에게 있어 인간)가 찾아옴으로 다시 상처가 벌어지며 오염되어버린다. 숲은 생기로 가득 찬 소리보다 스산한 분위기의 소리들과 안개들로 차오른다. 그 순간 소설가 “지훈”이 숲으로 찾아옴으로 숲에는 다시 변화가 생기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재연”의 상처를 돌아보지 못했던 “지훈”과 출판사 관계자들로 인해 숲은 다시 오염된다. “지훈”은 재연을 찾아와 용서를 구하지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느낀 “재연”은 숲의 일부가 되고, 시간이 지나 숲을 찾아온 “지훈”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숲을 바라보게 된다. 

<영화 "유리정원" 시사회에서 발언하는 신수원 감독 사진 = 뉴스페이퍼 DB>

신수원 감독은 이런 풍경과 인간의 상황들을 대비시켜 그릇된 욕망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주고자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통해 욕망으로 인해 타인을 바라보지 못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는 행태에 대해 은유적으로 비판의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통해 영화 속 “지훈”과 관객은 “재연”이란 인간이 다시 숲의 일부가 되고, 과거의 상처가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게 되다.

신수원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말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욕망에 의해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는 성장보다 서로를 배려하며 공존해 갈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풍경을 바란다고 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성장만을 바라며 살아왔던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이며, 결국 순수했던 그 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정화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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