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단평] 영화 “메소드”, 연기라는 이름으로 겪을 수 있는 내가 아닌 나로 인한 혼돈의 시간
[영화단평] 영화 “메소드”, 연기라는 이름으로 겪을 수 있는 내가 아닌 나로 인한 혼돈의 시간
  • 박도형 기자
  • 승인 2017.10.2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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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박도형 기자] 배우들은 각자가 맡은 역할에 충실하며 자신이 살아왔던 과정이 아닌 이야기 속 그 인물이 살아온 시간과 상황을 체험해내야 한다. 그 인물을 충실히 표현하고, 그 인물의 시간을 온전히 지냈다면 이를 두고 사람들은 “메소드적” 연기를 했다고 배우를 평가한다.

하지만 이런 “메소드적” 연기를 펼친 배우는 영화가 끝난 뒤, 연극이 끝난 뒤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영화 “메소드”는 이런 질문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영화 "메소드" 보도 스틸컷 사진제공 = 엣나인필름>

영화는 대학로의 유명 메소드 연기파 배우 재하와 아이돌 스타 영우가 연극 “언체인”에 캐스팅되며 갖는 첫 미팅 장소로 시작된다.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고 제대로 된 연습을 펼치지 않는 영우의 모습에 재하는 연극의 한 부분을 직접적으로 영우에게 선보인다. 재하의 모습을 바라본 영우는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린다.

연극의 흥행을 위해 아이돌 스타를 섭외하는 모습은 이제 공연문화계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풍경이다.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스타를 영입함으로 그만큼 티켓의 판매를 늘릴 수 있고, 연극에 대한 홍보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연극 연출가는 파트너를 바꿔달라는 재하의 요청에 “나도 성공 하자”라는 답변을 내놓음으로 포기할 수 없음을 밝힌다.

<영화 "메소드" 보도 스틸컷 사진제공 = 엣나인필름>

이 장면에 오기까지 영화를 보고 느끼게 되는 정서는 ‘불편함’이었다. 한 분야를 전공하고 전문가로서 살아가는 연극배우와 아이돌 스타로서 연극이라는 것 자체가 그저 일, 업무의 일환이라 생각하며 스케쥴을 소화하는 인물의 등장은 전문인과 비전문인의 만남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불편함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영우”라는 비전문인이 “재하”라는 전문인을 통해 교육되어지고 연극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게 되는 과정을 그리지는 않는다.

“재하”의 연기를 접한 “영우”는 연기에 대한 지점을 다시끔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이 맡은 배역에 대해 몰두하고, “재하”가 건넨 책을 밤새 읽으며 연극에 대한 열정을 불태운다.

하지만 “영우”의 이런 모습은 연극을 위한 행동만은 아니다. 자신이 맡은 배역처럼 어느 순간 “재하”에게 빠져 버린 영우, 그리고 그런 영우에게 “재하”는 빠져든다. 두 사람이 빠져들기 시작한 순간부터 이 두 사람의 현실은 연극처럼 애정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 순간 영화는 말한다 “메소드”적 연기는 과연 무엇인가? 라고 말이다.

<영화 "메소드" 보도 스틸컷 사진제공 = 엣나인필름>

이 영화에서 표현된 연기라는 것은 무엇일까? 연기란 내가 아닌 또 다른 내가 되는 것이다. 연기를 한다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버리고 이야기 속 인물이 되어 그 사람의 시간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배우는 그만큼 자신을 비워내고 그 인물을 받아들여 표현하게 되면 뛰어난 연기를 표현했다고 극찬을 받는다. 하지만 자신을 비워낸 만큼 자신의 감정이 아닌 타인의 감정, 상황이 채워지고 그로인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돈을 느끼고 혼란스러워 하곤 한다.

영화 “메소드”는 이런 배우들이 겪을 수 있는 감정의 혼돈, 정체성의 혼돈을 표현하고 싶었던 영화다. 연기를 하기 위해 자신을 비어낸 공간에 타인이 들어오고 또 다른 감정이 들어옴으로써 현실에서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을 느끼는 과정, 그 과정 안에서 오는 파열을 배우라는 존재를 통해 펼쳐 보인다.

<영화 "메소드" 메인포스터 사진제공 = 엣나인필름>

물론 영화 “메소드”에서 다뤄지는 내용들로 인해 남성 로맨스,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와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이런 지점들이 이야기 되는 것 또한 “불편함”이 원인이라 생각된다. 

이런 ‘불편함’은 성소수자들의 정체성이 현실과 동떨어져있다는 시선과 나와 다르다는 인식보다 틀렸다는 인식을 통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민감한 부분이다. 현실에서도 이런 퀴어 문제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작업들은 끊임없이 진행되어오지만 사회적 문제보다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나 여러 매체가 서사의 소재로 다룸으로 더욱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기도 하다.

<영화 "메소드" 보도 스틸컷 사진제공 = 엣나인필름>

거기에 맞춰 극 속 인물인 “재하”의 연인이자 화가인 “희원”이라는 캐릭터는 여성의 사회적 위치에 대한 의문을 던지게 만들곤 한다. “영우”에 의해 자신의 정체성을 혼돈 하는 “재하”를 바라보며 그를 붙잡는 모습은 남성에 의존적인 여인의 모습이라는 오해를 쉽게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영화의 장면에서 느낄 수 있는 이런 표면적인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서 영화는 더 많은 이야기와 해석을 진행했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전개를 펼쳐보이진 않았다. 다양한 이야기와 지적을 고민하며 너무 많은 시선을 담으려 했다면 오히려 이 영화의 서사는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메소드 연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영화는 “배우”라는 인물과 “감정”이라는 맥락으로 전달해냈으며, 연기로 인한 감정의 혼돈을 자주 겪게 되는 “재하”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지키는 “희원”으로 표현해냈다. 

<연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영화 "메소드"를 만들었다는 방은진 감독 사진 = 박도형 기자>

배우 이력이 있는 방은진 감독의 손으로 태어날 수 있는 영화였기에 이런 부분에 초점이 잘 맞춰져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라는 감정의 다양함을 겪는 사람을 통해 정체성을 혼돈을 잘 표현해 낸 영화 “메소드”는 오는 11월 2일 개봉을 예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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