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언니, 이거 나만 불편해?”, 일상에서 여성들이 겪는 부조리함을 풍자하다
연극 “언니, 이거 나만 불편해?”, 일상에서 여성들이 겪는 부조리함을 풍자하다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7.10.30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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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인간의 정체성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인가. 과거에는 이것이 매우 간단한 문제였다. 농사를 지으면 농부였고 국가를 다스리면 왕이었으며 가정을 이룬 성인 남자면 가장이었다. 하지만 이와 달리 현대인들의 정체성은 단순하게 형성되지 않는다. 다양한 환경 속에서 소속된 집단, 역할 등이 반영되어 우리는 개성 있고 복합적인 정체성을 갖게 된다. 

현대에는 많은 “나” 들이 존재하고 있다. 학생으로서의 나, 교사로서의 나, 직장인으로서의 나, 부모로서의 나, 자식으로서의 나. 그중 어떤 것을 진정한 정체성이라고 꼽을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렇듯 다양한 모습을 가진 채 세상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면서 만나게 되는 일부 무례한 사람들은 “나” 라는 존재를 하나의 성질로 특정하여 함부로 대우하곤 한다. 그리고 이때 우리는 크고 작은 부조리한 상황과 맞닥뜨리게 된다. 

<연극 "언니, 이거 나만 불편해?" 의 일부. 사진 = 김관 연출가 제공>

50분 단편 듀엣전 단단페스티벌에 참여한 극단 “뾰족한 상상뿔” 은 “불편해 시리즈” 를 통해 현대인들의 살면서 느끼게 되는 이런 부조리함을 우화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소극장혜화당에서 공연된 연극 “언니, 이거 나만 불편해?” 는 “형, 이거 나만 불편해?” 에 이은 두 번째 시리즈로 여성들이 일상 속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다루고 있다. 

극단 “뾰족한 상상뿔” 의 대표인 김관 연출가는 “소소한 생활 속에서 남자인 제가 느끼는 여성의 부조리한 면들” 을 연극에 담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거창한 페미니즘 논리와는 거리가 멀 수 있지만 젊은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느끼는 공포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다룰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 

그래서 연극 “언니, 이거 나만 불편해” 는 여성들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불편함에 대한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이중 두 번째 에피소드인 “자아는 억울하다” 는 바바리맨이 가진 섹스판타지를 극단적으로 미화시켜 보는 이로 하여금 황당함과 비웃음을 유발한다. 김관 연출가는 이 에피소드가 “일종의 미러링” 이라며 “남성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말도 안 되게 미화시켜 오히려 비판하는 모습” 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어처구니없이 미화되는 것을 보며 웃고 즐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 

또한 김관 연출가는 남자와 여자의 편 가르기 담론이 심화되는 지금일수록 농담이나 가벼움을 잊어선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공격적인 태도는 서로간의 골을 깊어지게 하고 문제를 확산시킨다는 것. 

때문에 김관 연출가의 목표는 “성 역할 도치를 통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관객들이 자신의 성별에 대해 잠시 생각할 시간” 을 만드는 것이었다. 남자와 여자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보다는 “그런 문제들을 포용하며 평등에 대한 담론을 확대해야 한다” 는 것이 김관 연출가의 의견이다. 

<연극 "언니, 이거 나만 불편해?" 의 일부. 사진 = 김관 연출가 제공>

끝으로 김관 연출가는 “혐오는 질색” 이라며 앞으로도 “불편해 시리즈”를 통해 일상의 부조리를 풍자하는 작업을 계속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관 연출가는 다음 연극의 제목은 “엄마, 이거 나만 불편해?” 나 “아빠, 이거 나만 불편해?” 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극단 “뾰족한 상상뿔” 은 김관 연출가가 대표이자 작가, 프로듀서를 겸하고 있는 1인 기업으로 본 연극에는 안새봄, 유아람, 서슬기, 김연지, 황예선 배우가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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