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건담 OST만 불러온 가수의 인생에 찾아온 갱년기, 극단 “불의전차” 의 연극 “꽃불”
평생을 건담 OST만 불러온 가수의 인생에 찾아온 갱년기, 극단 “불의전차” 의 연극 “꽃불”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7.10.3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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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불" 포스터>

[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인간의 삶은 무한하지 않다. 태어나서 부모의 보살핌 아래에 성장하고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유한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런 삶 속에서 우리는 꿈을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노력이 길어지면 언제고 지치게 되기 마련이다. 일종의 갱년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이때 인간은 삶의 목표로 삼아왔던 것들에 대한 회의감과 스스로의 삶을 돌이켜봐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은 어떤 일이었는가, 나는 행복한 삶을 살아왔는가 에 대해서 말이다. 

극단 “불의 전차” 의 연극 “꽃불” 는 묵묵하게 자신을 걷다가 저마다의 갱년기를 겪게 된 세 남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데뷔 이래 애니메이션 “Z건담” 의 주제가만을 불러온 마츠다 세이코, 항상 세이코의 곁을 지켜온 매니저이자 친구 니시오카 사키, 이미 퇴물이 되어버렸으나 자신이 여전히 일류 배우라고 생각하는 아베 히로시. 극단 “불의 전차” 는 이들이 느끼는 회의감과 삶에 대한 불안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연극 "꽃불" 의 일부. 사진 = 육준수 기자>

변영진 연출가는 “결국 사람이 사는 이야기이다 보니 얽히고설키는 드라마가 있다” 며 “그런 특징 덕분에 관객들이 직업군의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고 전했다. 

또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연극 “꽃불” 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일본인이다. 게다가 주인공 마츠다 세이코는 평생 동안 애니메이션 Z 건담의 OST만을 불러왔기 때문에 정작 본인의 노래나 앨범은 하나도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스스로의 가치가 건담 뿐이라는 사실에 괴로하던 세이코는 결국 OST 가수로서 은퇴를 선언하게 되고, 불확실한 앞날에 대한 불안감을 품은 채 과거의 즐거웠던 기억을 회상하게 된다. 

연극 “꽃불” 의 연출을 맡은 변영진 연출가는 “극의 제목인 꽃불을 일본어로 직역하면 하나비, 즉 불꽃놀이” 라며 “아름답지만 한 순간에 사라지는 꽃불 같은 인생” 을 극에 담았다고 밝혔다. 힘든 시기를 겪는 이들의 인생에도 아름다움의 순간이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는 것. 

<연극 "꽃불" 의 일부. 사진 = 육준수 기자>

변영진 연출가는 “원래 건담을 좋아하는데, 건담 노래를 듣다가 이 주제가를 부른 여자가 평생 동안 이 노래만 부르고 살면 인생이 재미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이런 인물을 설정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보니 배경 역시 일본을 선택하게 되었다는 것. 애니메이션 OST 가수를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되었다는 특이점이 있어 변영진 연출가는 “일본이라는 배경을 놓칠 수 없었다” 고 이야기했다. 

또한 꿈을 이뤄야만 행복한 인생은 아니라고 변영진 연출가는 이야기했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이 있다.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과 그 꿈의 근처에 있는 사람, 혹은 아예 꿈 꾸는 일조차 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 사람. 변영진 연출가는 이 작품을 통해 “그들의 인생도 결코 나쁘지 않다” 고 말하고 싶었으며 “그들의 삶을 응원하고 싶다” 는 뜻을 전했다. 

극의 형태가 마냥 우울하지 않고 유쾌함을 띤 것은 그런 까닭이라는 것. 인터뷰를 마치며 변영진 연출가는 중심인물 세 명의 삶을 통해 관객들이 “꿈을 안 이뤄도 괜찮은 인생이구나. 꿈을 집요하게 살지 않아도 내가 사는 인생이 응원 받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극 "꽃불" 의 일부. 사진 = 육준수 기자>

한편 극단 “불의 전차” 의 연극 “꽃불” 은 경기문화재단 지원 사업의 도움을 받아, 지난 27일 오후 9시와 28일 오후 3시 총 2회에 걸쳐 의정부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공연되었다. 변영진 연출가는 “지원 사업이다 보니 심사위원들에게 평가를 받고, 좋은 점수를 받아야 다시금 무대에 올릴 수 있다” 고 이야기했다. 특히나 연극 “꽃불” 에는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 지원금을 받지 않으면 올리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 

변영진 연출가는 “양일간의 심사를 통해 평가가 이루어진다” 며 “작품의 가능성을 보고 뽑아주시길 바란다” 는 뜻을 전했다. 극단 “불의 전차” 가 좋은 평가를 받아 연극 “꽃불” 이 재차 공연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연극 "꽃불" 의 일부. 사진 = 육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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