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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이듬에서 기형도를 논하다. 임우기 평론가와 함께하는 일파만파 두 번째 낭독회 성료
김상훈 기자 | 승인 2017.11.11 12:25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일산 호수공원에 위치한 김이듬 시인의 북카페 "책방이듬"이 일산 호수공원의 명소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25일 일산 호수공원 인근에 정식으로 오픈한 "책방이듬"은 "표류하는 흑발", "명랑하라 팜 파탈", "말할 수 없는 애인" 등의 시집을 선보이며 아름다운 언어로 새롭고 유려한 세계를 보여준 김이듬 시인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선보인 장소다.

시인이 운영하는 북카페답게 시인이 직접 모은 시집과 절판되어 구하기 힘든 시집을 볼 수 있다. 커피를 즐기며 차분한 사색의 공간을 제공하는 북카페는 밤이 되면 시를 낭송하는 공간으로 변한다.

책방이듬에서 진행하는 '일파만파 낭독회'는 10월 31일에는 김민정 시인을 초청하여 낭독회를 진행했으며, 지난 11월 9일에는 임우기 평론가와 함께 기형도의 시를 함께 읽는 시간을 가졌다. 11월 9일 진행된 낭독회는 불과 두 번째 차례밖에 열리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시작 시간 전부터 모든 좌석이 가득 찼으며, 1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를 사랑하는 이들이 책방이듬을 찾았다.

임우기 평론가와 강연을 경청 중인 김이듬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이날 낭독회에서 임우기 평론가는 하이데거의 철학을 인용하며 기형도의 시집에 대해 이야기했다. 임우기 평론가는 “해석이라는 것은 독자나 시인이 문학을 한다는 것이 무엇 때문이지 찾는 근본적 질문”이자 “존재의 고민”이며 기형도의 시에는 존재에 대한 기형도의 고민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대해 이야기한 임우기 평론가는 기형도의 시 ‘나리나리 개나리’에 대해 시간의 문제를 통해 누이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해석하고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나리나리 개나리’ 중 ‘또다시 은비늘 더미를 일으켜 세우며/시간이 빠르게 이동하였다’, ‘나는 세월을 모른다’, ‘네가 가져간 시간과 버리고 간/시간들의 얽힌 영토 속에서’, ‘어김없이 시간은 솟구치며 떨어져’ 등의 시어들은 시간에 대해 고민한 것들이며 “다른 많은 시에서도 시간에 대해 고민하며, 시집 전체가 시간과의 싸움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시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을 마지막 연의 세 번째 행이라고 이야기했다.

잠글 수 없는 것이 어디 시간뿐이랴
아아, 하나의 작은 죽음이 얼마나 큰 죽음들을 거느리는가
나리 나리 개나리
네가 두드릴 곳 하나 없는 거리
봄은 또 다시 접혔던 꽃술을 펴고
찬물로 눈을 헹구며 유령처럼 나는 꽃을 꺾는다

- 기형도, '나리 나리 개나리' 중 일부

임우기 평론가는 “동생에 대한 침통한 이야기를 하며 시간에 대해 고민하다가 갑자기 ‘나리 나리 개나리’라는 동요풍으로 간 것”이며 “이 부분이 시에서 갖춘 중요한 그늘”이라고 이야기했다. 임 평론가는 “시론에 높은 차원이 열리게끔 해석한다면 어떤 해석이 가능한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 ‘나리 나리 개나리’는 시의 물살이 가다 굽이치는 경지이며, 이런 부분이 시에서의 진짜 아이러니이자 시적인 방향으로 가다 이탈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참가자 시낭송 <사진 = 김상훈 기자>

임우기 평론가는 하이데거의 사상을 통해 기형도의 시를 해석하고 강의를 마쳤으며 강연 이후에는 참가자들의 시낭송이 이어졌다.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였으며 직업 또한 근처 주민부터 출판사 대표, 배우, 문학 지망생 등 다양했다. 낭독회를 찾은 사월의책 안희곤 대표는 낭독회에 참석하며 10년 만에 기형도 시인의 시를 읽게 되었다며 “기형도 시를 읽어보면 흔히 그로테스트, 죽음, 겨울의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실제로 시를 보면 죽음이 반드시 부정적인 의미로만 그린 것이 아니며 삶에 들어와 있는 죽음의 얼굴을 굉장히 민감하게 의식했던 사람 같다.”며 ‘늙은 사람’을 낭송했으며, 김성영 배우는 자신이 20대 때 기형도 시집을 우연히 알게 되어 읽고 너무 가슴 떨렸던 기억이 있다며 그 시절에 좋아했던 시 ‘질투는 나의 힘’을 낭송했다.

시를 공부하는 한 10대 학생은 “제가 읽는 책은 대부분 외국의 저자이고 19세기에 살았고 죽은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의 책을 읽으며 도회지를 방문한다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며 시 ‘흔해빠진 독서’를 낭송했다.

성공적으로 두 번의 낭독회를 진행한 책방이듬은 앞으로도 낭독회를 열고 글쓰기 교실 등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문화 공간이자 문학적 소양을 길러주는 곳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김상훈 기자  ksh@news-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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