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예창작학회 정기학술세미나, 시에서 표현된 장소가 가진 장소애 혹은 무장소성의 가치
한국문예창작학회 정기학술세미나, 시에서 표현된 장소가 가진 장소애 혹은 무장소성의 가치
  • 박도형 기자
  • 승인 2017.11.2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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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박도형 기자] 문학은 인물, 장소, 사건, 사물 등 다양한 형상들에게서 주제와 소재를 얻어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런 이야기들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일으켜 문학에서 다뤄진 매개체에 대한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내기도 하며, 개인에게 내재되어 있던 기억을 끄집어 또 다른 기억을 형성해내기도 한다. 

물론 문학에서 대상화된 것들이 독자에게만 큰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은 않다. 문학에서 다뤄진 인물, 장소, 사건, 사물 등은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에게도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그 대상에 대해 작가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유추해낼 수도 있다. 

지난 11월 18일 한국교통대학교에서 개최된 제33회 한국문예창작학회 정기학술세미나에서 김신영 시인은 “시인에게 장소는 실존의 의미를 넘어서 새로운 의미를 첨가한다”며 공간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넘어 새로운 모습으로 확장되어 나타나기도 한다며 시에서 표현된 장소의 의미를 설명했다.  

또한 이런 장소는 “시인이 경험한 공간은 자신의 근원적인 존재의미와 삶의 문제를 성찰하는 곳”이라는 말을 통해 특정 공간에 대한 애착이 창작으로 이뤄지기도 하는 경향을 설명하며 윤동주 시인의 “오줌싸개 지도”와 백석 시인의 “국수”, “정주성” 시를 인용하며 장소애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깊게 설명했다.

<시에 나타난 장소성과 무장소성을 설명하는 김신영 시인 사진 = 박도형 기자>

원형적 공간에 대한 장소애

윤동주 시인의 “오줌싸개 지도”에서 다뤄지는 만주땅을 “윤동주 시의 장소애의 근간이 되고 있다” 설명한 김신영 시인은 “타관에 있더라도 언제나 그곳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본능을 갖게 하며 가족과 추억이 스며 있는 곳”이라 말했다.

     밧줄에 걸어 논 
     요에다 그린 지도는 
     간밤에 내 동생 
     오줌 싸서 그린 지도. 

     위에 큰 것은 
     꿈에 본 만주땅 
     그 아래 
     길고도 가는 건 우리 땅 

                                   - 윤동주 “오줌싸개 지도” 전문

시를 통해 윤동주의 장소애는 “지리적인 면과 경험적인 면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설명한 김신영 시인은 “이 시에서도 경험적 인지를 통해서 만주땅과 우리 땅을 표현하고 있다”고 말하며 만주땅과 우리 땅을 지도로 인식하는 시인의 시선 안에 그리움과 애착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밝혔다. 이런 배경에는 작가가 살았던 역사적 시기나 유대에 따라 감정적 결속이 더욱 강해진다며 “가장 친밀한 장소로 기억되는 만주는 시인의 유년기의 의식을 형성하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회귀하고자 하는 원형적 공간”이라 설명했다. 

이어서 김신영 시인은 백석 시인이 평북 정주에 대한 장소애를 지니고 있음을 말하며 “고향의 풍속을 표현하는 특이성을 볼 수 있다” 밝혔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익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내음새 탄수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샅방 쩔쩔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 백석 “국수” 부분 

시인의 시에서 표현되는 가족, 전통풍속 등이 등장하는 것에 대해 김신영 시인은 당시 한반도의 근대화와 식민지화의 상황과 다른 양상을 띠고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잃어버릴 지도 모를 고향의 모습과 돌아가지 못할 곳으로서의 이상향적인 측면이 드러난다”며 기억 속에 존재하는 고향이라는 존재와 시대 상황을 겨울과 국수 말아먹는 가족의 모습으로 대비되게 표현해 애착을 드러내고 있다 설명했다. 

또한 백석 시인의 등단작으로 알려진 시 “정주성”에서도 이런 대비되는 모습으로 애착을 드러내고 있다고 김신영 시인은 설명했다. “무너진 성일지라도 그곳에는 메기 수염을 한 노인이 드나들며 그의 삶이 지속되는 공간으로 나타나 옛날의 영화를 기억나게 한다”며 세월이 지나 무너진 성터와 식민지화 된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시인의 처지가 공통점을 이루며 이야기가 전개 되고 있다 밝혔다.

도시 시의 무장소성

이어서 김신영 시인은 도시 시에서 느껴지는 무장소성에 대한 발표를 이어갔다. 과거 시의 배경이 되었던 장소와 달리 현재에서는 도시화된 풍경을 일상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환경으로 변화되었다고 밝힌 김신영 시인은 “도시에서 만나는 일상은 인격적인 대면이 아니라 사물과 사물로서의 대면”이라 설명하며 “고유한 인간, 고유한 장소라는 가치가 무너지고 사람들은 장소를 상실하게 됐다”며 시에 장소를 상실한 현상이 등장하고 있다 밝혔다. 

신현림 시인의 “반지하앨리스”, “세기말 블루스 1”을 인용한 김신영 시인은 실존적 현실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도피의식과 그곳에 장소성을 둔 까닭에 반지하로 대표되는 장소에 반감을 드러내어 존재감과 장소상실을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하며 애착을 갖고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 “척박한 공간”으로서 장소가 드러나고 있다 말했다. 

     토끼 굴에 빠져든 백 년 전의 앨리스와 
     돈데 쫓겨 반지하로 꺼져 든 앨리스들과 만났다 

     생의 반이 다 묻힌 반지하 인생의 나는 
     생의 반을 꽃피우는 이들을 만나 목련 차를 마셨다 

     서로 마음에 등불을 켜 갔다 

                                 - 신현림 “반지하앨리스” 부분

<시에 나타난 장소성과 무장소성을 설명하는 김신영 시인 사진 = 박도형 기자>

시에서 표현된 ‘반지하’는 벗어나고 싶은 공간으로 그려지며 “그곳을 벗어나고자 시인은 사람들을 만나고 목련차를 마신다”는 시인의 욕망이 그려진다고 김신영 시인은 설명했다. 시인이 사람들과 목련차를 마시는 까닭은 “획일화된 도시 공간에서 갈 수 있는 곳은 그 뿐”이라며 “향토성과 향기로운 고향을 기억하는 시인은 목련차를 통해 위로 받고자 하지만 목련차를 마시는 공간이 화려하고 풍요로울지라도 그곳이 애착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신영 시인은 문학작품에서 나타난 장소의 의미를 규명하는 일은 “시인의 의식과 아울러 그 시대에 드러난 장소적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일”이라며 시에 등장하는 장소의 의미는 다양해 여러 측면에서 조명이 가능함으로 “연구적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말하며 앞으로 어떤 장소애와 장소성, 무장소성을 지향하게 될지를 좀 더 연구해봐야 하지 않나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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