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예창작학회 정기학술세미나, 시의 공간을 통해 연구된 탈식민주의적 의식
한국문예창작학회 정기학술세미나, 시의 공간을 통해 연구된 탈식민주의적 의식
  • 박도형 기자
  • 승인 2017.11.21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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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박도형 기자] 지난 11월 18일 한국문예창작학회 정기학술세미나에서는 문학에서 다뤄지는 공간에 대한 의미를 논의하는 다채로운 발표가 진행되었다. 우리가 흔히 일상적으로 살아가고 접할 수 있는 환경들을 문학이 다룸으로써 그 공간이 갖고 있는 또 다른 의미를 모색할 수 있음을 여러 문인들의 발언을 통해 색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지점을 다룬 것이다. 

발표된 이야기 중 손현숙 시인은 김명인 시인의 시집 “동두천”을 다루며 탈식민주의적 고찰의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손현숙 시인은 우선 탈식민주의 인식론에 대해 “근대화를 먼저 이룩했던 서구사상은 우월하고 그 나머지는 열등하다는 강자와 약자, 지배와 종속, 대척과 대립 등의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라 설명하며 주체의 권리를 찾겠다는 실천적 인식론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탈식민주의적 인식론을 설명하기 위해 손현숙 시인은 시집 “동두천”이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동두천이라는 장소는 한국 내의 외국, 미군부대가 자리하며 한국 역사의 굴곡을 상징적 의미를 갖으며 문화적, 인종적, 정치군사적 사건이 발생하는 공간이라 설명하며 “시집 ‘동두천’을 탈식민주의의 의미를 고찰하고자 한다”고 이 발표의 의미를 밝혔다. 

<탈식민주의적 고찰을 시에 표현된 공간에서 연구해 볼 필요를 말하는 손현숙 시인 사진 = 박도형 기자>

이어서 손현숙 시인은 지역적 ‘동두천’과 시집 ‘동두천’을 통해서 “김명인 시의 초기 시 세계에는 탈식민주의적 요소가 필연적으로 싹트고 자라날 수밖에 없었던 생래적인 상황을 확인하게 된다”며 시대의 혼란과 전쟁으로 비극을 경험했던 김명인 시인이 탈식민화를 꿈꾸며 억압에 대한 저항정신과 자유의지를 규명하고 있다 말했다. 

시집을 통해 김명인 시인이 갖고 있는 공간의식을 엿볼 수 있다 말한 손현숙 시인은 “김명인 시에 나타난 공간 의식은 단순한 공간성을 넘어 삶의 구현이자 ‘부끄러운 육체’와 ‘유년의 상처’들이 교집합 된 기억의 장소들”이라 말하며 시 속의 화자는 이런 장소 속에 살아가는 이들의 박탈당한 권리에 대해 고민한다고 말하며 김명인 시인의 ‘동두천Ⅳ’, ‘베트남Ⅰ’, ‘켄터키의 집Ⅰ : 송천동 바닷가 그 고아원에서’를 인용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내가 국어를 가르쳤던 그 아이 혼혈아인 
     엄마를 닮아 얼굴만 희었던 
     그 아이는 지금 대전 어디서 
     다방 레지를 하고 있는지 몰라 연애를 하고 
     퇴학을 맞아 고아원을 뛰쳐 나가더니 
     지금도 기억할까 그 때 교내 웅변 대회에서 
     우리 모두를 함께 울게 하던 그 한 마디 말 
     하늘 아래 나를 버린 엄마보다는 
     나는 돈 많은 나라 아메리카로 가야 된대요 

     (중략) 

     그래 너는 아메리카로 갔어야 했다 
     국어로는 아름다운 나라 미국 
     네 모습이 주눅들 리 없는 合衆國이고 
     우리들은 제 상처에도 아플 줄 모르는 단일 민족 
     이 피가름 억센 단군의 한 핏줄 바보같이 
     가시같이 어째서 너는 남아 우리들의 상처를 
     함부로 쑤시느냐 몸을 팔면서 
     침을 뱉느냐 더러운 그리움으로 
     배고픔 많다던 동두천 그런 둘레나 아직도 맴도느냐 
     혼혈아야 내가 국어를 가르쳤던 아이야 

                                       - 김명인 “동두천Ⅳ” 부분

<탈식민주의적 고찰을 시에 표현된 공간에서 연구해 볼 필요를 말하는 손현숙 시인 사진 = 박도형 기자>

시에서 대상화된 ‘내가 국어를 가르쳤던 아이’는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억압에 억압을 더한 고통의 표상으로 존재한다고 손현숙 시인은 말했다. “여성이면서 고아이며, 혼현인 3중의 고통을 겪는 인물”인 이 아이는 화자의 독려로 웅변대회에 참가하지만 “나는 돈 많은 나라 아메리카로 가야 된대요”라는 말을 통해 식민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아픔을 표현한다. 결국 그 아이가 이 지역을 달아나지만 “그 아이는 지금 대전 어디서 다방 레지를 하고 있을지도”라는 사회적 예단을 내림으로 이 공간의 아픔이 극복되지 않음을 설명하며 가해의식과 피해의식이 공존하는 삶에서 탈식민적의식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밝혔다. 

또한 김명인 시인의 시 ‘베트남Ⅰ’, ‘켄터키의 집Ⅰ : 송천동 바닷가 그 고아원에서’에서도 이런 탈식민적 의식을 엿볼 수 있다고 손현숙 시인은 설명했다. ‘베트남Ⅰ’에서는 “화자는 가장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삶을 단단히 움켜쥔 월남군 포병 대위의 제3부인 ‘로이’를 통해 지배와 피지배의 경계인적 자세를 갈등”하며 ‘켄터키의 집Ⅰ : 송천동 바닷가 그 고아원에서’는 고아원이라는 공간이 “그곳은 권리를 박탈당한 약자의 공간”이라 설명하며 시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우두커니” 갈 곳이 없는 사회적 타자로 분리되어 약자의 입장을 표현하고 있다 밝혔다. 

김명인 시인의 시를 인용하며 탈식민주의적 의식의 고찰이 필요하다 밝힌 손현숙 시인은 “김명인 시인의 시에서 나타난 공간 의식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삶의 구현이자 ‘부끄러운 육체’와 ‘유년의 상처’들이 교집합 된 기억의 장소들”이라 설명하며 “타자화되고 권리를 박탈당했던 공간의 표상이 된다” 밝혔다. 

손현숙 시인은 이러한 연구 과정이 “탈식민주의적인 힘을 내재적인 자리까지 끌어올리는 단초가 되는 것으로 사려된다”며 탈식민주의 관점에 의한 공간적 고찰의 가능성을 짚어보는 “시도 단계이자 모색의 과정”이라 밝히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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