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를 노래하는 밴드 ‘트루베르’를 만나다
[인터뷰] 시를 노래하는 밴드 ‘트루베르’를 만나다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7.11.27 00:03
  • 댓글 0
  • 조회수 2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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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맞이 기념 앨범 발매와 콘서트 개최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 시를 읽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논의와 성토는 이뤄지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시를 읽게 할 것인가에 대한 실천적 움직임은 썩 많지 않다. 때때로 그러한 움직임은 실패하거나 많은 비판에 직면하기도 한다. 시가 있는 서울을 만들겠다는 의미에서 서울시가 진행하는 지하철 시는 한때 시와 대중과의 괴리로 인하여 큰 논란을 겪으며 단순히 보여주는 것만이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시를 읽게 될까. “모든 시가 노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를 단순히 읽히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접하게 하는 이들이 있다. 대표를 맡고 있는 윤석정 시인과 세 명의 아티스트 - 래퍼인 PTycal(피티컬), 보컬 나디아, 디제잉과 프로듀싱을 겸하는 DJ TAMA(디제이 타마) - 가 모여 만들어진 밴드 '트루베르'다.

‘트루베르’란 중세의 음유시인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그 이름답게 다양한 시인의 시를 노래로 불러왔다. 2007년 윤석정 시인과 래퍼 PTycal이 팀을 꾸려 만들어진 트루베르는 2008년까지 힙합 팀으로 활동하다가 2008년부터 3년 가량의 휴식기를 가졌다. 2012년부터 활동을 재개하며 가수 서지석 씨와 보컬 나디아가 합류했으며, 맴버 교체 등을 거쳐 2015년 DJ TAMA를 영입, 10여 년 간의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백석, 윤동주 등 한국의 대표 시인부터 안주철, 이근화, 박성우 등 최근 활동하는 시인들과 교류하여 그들의 시를 노래로 만들고 있으며, 오는 12월 8일, 9일에는 1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 “투박하고 어수룩하고 은근하면서 슬기로운 그런 詩”를 개최할 예정이다. 

뉴스페이퍼에서는 트루베르의 윤석정 대표와 래퍼 PTycal, 보컬 나디아, DJ TAMA를 만나 잘 알려지지 않았던 트루베르의 활동에 대해 인터뷰했다.

“모든 시가 노래가 될 수 있다”
음악 통해 시를 접하고 시인을 알게 되고 
시집을 읽게 되며 문학과 가까워지는 선순환 기대

시를 공부하며 ‘모든 시가 노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트루베르의 대표 윤석정 시인은 어린 시절부터 대중가요를 듣기보다 시노래를 주로 들었다고 말했다. 시노래모임 ‘나팔꽃’ 등의 앨범을 들으며 자랐다는 윤석정 시인은 “시가 포크와 만나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노래를 들으며 시가 저절로 외워지고 자연스럽게 애창곡이 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회상했다. 2005년 문학공연 연출을 시작하게 된 윤 시인은 2000년도부터 국내에서 활발해지기 시작한 힙합을 시와 접목, 공연으로 선보일 생각을 하게 된다.

트루베르 대표 윤석정 시인

2006년 래퍼 PTycal과 전국순회를 마치고 자신의 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윤석정 시인은 노래하는 팀을 만들겠다고 결심한다. 팀을 만들기 위해 오디션 공고를 했는데, 오디션을 할 장소가 없어 노래방에서 랩을 시키기도 했다는 윤석정 시인은 “트루베르는 1기 때는 보컬 한 명과 래퍼 3명과 시작한 힙합 팀이었다. 젊은 친구들이 힙합을 통해 시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시를 재미있게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활동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2008년부터 3년 정도를 휴식기를 가졌다가 2012년에 활동을 재게하며 맴버를 다시 꾸리게 된 트루베르는 가수 서지석, 나디아 등이 합류하며 팀의 색이 변하게 된다. 2015년에는 DJ TAMA를 영입하며 EDM음악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윤석정 시인은 “2013년부터 팀의 변화되었으며, 2015년부터는 지금의 모습하고 비슷하다. 그러나 어느 시기건 지향은 똑같은데 젊은 층 뿐 아니라 윗세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활동은 무엇을 위해서일까. 윤석정 시인은 “노래를 통해 시를 접하게 되고 시에 친숙해지는 순환의 과정을 통해 사람들이 문학을 더 많이 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음악을 통해 시를 접하게 되고 시인을 알게 되고 시집을 읽게 되며 문학과 가까워지는 선순환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맴버 모두 문학적 소양 갖고 있어
시의 정서를 최대한 살리며 작업해

트루베르의 가장 큰 특징은 시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석정 시인은 이에 대해 2012년 재개하며 세운 원칙이 ‘원문을 훼손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초의 의도가 “시를 읽어주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를 음악으로 작업하는 일이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소리내서 읽는 것이나 노래불려지는 것을 전제로 쓰여진 시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뉴스페이퍼에서는 맴버들의 역할과 시를 정하는 방식, 작업 등에 대해 질문해보았다.

Q. 각자의 역할이 어떻게 될까요? 특히 시를 선정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게 되고 어떻게 노래로 만들까요?

윤석정 시인 : 작곡은 DJ타마와 나디아가, 노래는 나디아가, 랩은 PTycal이 맡는다. 시 선정은 공연에서 의뢰를 받으면 제가 컨셉에 맞는 시를 선정해주기도 하지만, 논의해서 정할 때도 많다. 월간 트루베르 방송을 할 때 모 시인이 방문하면 그 시인의 시집을 다 함께 읽은 후 어떤 시를 노래로 했으면 좋겠다고 논의를 해 결정한다.

리더인 PTycal은 문예창작과를 전공하기도 했고 문학 동아리 선후배 관계이기도 하다. 나디아도 시를 쓰고 있을 정도로 시를 좋아하고, DJ TAMA 같은 경우 어렸을 때 시를 썼다. 어떻게 보면 문학적 감성이 있는 친구들이 만들기 때문에 역할이 완벽하게 분리되는 게 아니라 논의를 통해 이뤄지곤 한다.

보컬 나디아

Q. 앨범 표지 디자인을 하실 때 중요하게 여기시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나디아 :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이미지에 대한 감각이 있다. 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에 대해 접근하려 한다. 저만 작업하기 때문에 한계에 부딪힐 때도 있어서 올해는 ‘윤동주의 바람’, ‘다시 사랑’ 같은 경우 삽화를 의뢰해 진행하기도 했다. ‘윤동주의 바람’ 같은 경우 인스타그램을 보다 어떤 웹툰 작가가 작품에 윤동주 시인을 좋아하는 마음을 투영한 것을 보았다가 너무 좋아서 그 작가님에 의뢰했다. 영화 “동주”를 보며 자기 나름대로, 자기 색깔대로 그려놓은 그림이었는데 제 음악이랑 잘 맞겠다고 생각했다.

윤동주의 바람 커버

Q. 시를 노래하는데, 또는 음악을 붙이는데 어려움은 없을까요?

DJ TAMA : 운율이나 가사로서 적합한 시를 먼저 찾는 편이다.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은 시도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이라 어려움이 없다.(웃음)

어떤 시가 선정되면 자유롭게 의견을 교류하며 장르를 정하고, 노래할 부분과 랩을 할 부분 등을 조율하여 정한다. 특히 맬로디로 쓰기에 너무 길다거나 한 부분은 랩으로 만든다. 

디제이 타마

나디아 : 이용악 시인의 '오랑캐꽃'을 작업한 적이 있는데 "고려장군님 무지무지 쳐들어와" 같은 부분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고민했다. 어떻게든 풀었지만 시의 정서를 가리지 않으면서 음악적으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이 많다. 

PTycal : 원전인 시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작업하고 있기 때문에, 부제까지도 작품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부제를 살리기 위해 1절과 2절 간주 사이에 낭송으로 삽입하기도 했다. 윤석정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노래가 시적인 정서에 반하지 않으며 동시에 시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느냐를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

Q. 문학행사의 관객들은 연령대가 높은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랩은 아무래도 나이 드신 분들이 싫어하신다는 인상이 있는데, 공연에서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나 어려움이 있었을까요?

PTycal : 공연을 갔을 때 신경림 시인께서 무대에 가까이 앉아계셨다. 저희가 노래를 하면 연령대에 따라 매칭이 잘 안 되는 부분도 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잘 들어주셨다. 최근에는 노작문학관에서 노작 홍사용 시인의 시를 노래했는데 자리에 함께한 한창훈 소설가께서 들으시고 좋다고 이야기해주셨다. 

노래하는 시 중에는 랩도 있고 노래도 있지만 특정 연령대를 노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같은 경우 랩이 주된 경우지만 백석 시인을 좋아하시는 분이 많다보니 연령대와 상관없이 좋아하시는 것 같다.

나디아 : 한편으로 페이가 적거나 재능기부격으로 가더라도 따뜻한 공연이 많았다. 규모는 작지만 사람들이 신경도 많이 써주시고, 무대 하나하나마다 관객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하면 많은 보람을 느낀다. 

제주도 공연 때문에 비행기에 타 복도를 지나가다가 어떤 분이 저를 보시고 “어, 트루베르다”라고 말씀해주셨다. 어떤 조그만 공연에서 만난 분이셨는데,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Q. 특별히 노래하고 싶은 시가 있다면?

나디아 : 월간 트루베르를 8월부터 쉬고 있다. 그 이후에 교류하고 있는 작가들의 시집이 정말 많이 나왔다. 신철규, 최지인, 서광일, 신용목 시인 등등. 올해 활동이 마무리되면 그분들의 곡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예약이 많다.

티피컬 : 내년에 김수영 50주년이어서 김수영 시인의 시를 작업하고 싶다. 지금껏 작업했던 시 중 가장 어렵지 않을까 싶지만 도전하고 싶다. 김수영 시인 같은 경우 정말 백석, 박목월, 박두진, 홍사용 시인처럼 한번쯤 짚고 가야할 시인이 아닐까.

10주년 맞이한 트루베르, 10주년 기념 앨범 발매와 콘서트 개최
앨범 ‘목소리 숨소리’ & 콘서트 “투박하고 어수룩하고 은근하면서 슬기로운 그런 詩”

트루베르는 10주년을 맞이하여 그간의 활동을 총집결한 앨범과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앨범은 ‘목소리 숨소리’라는 제목으로, 피티컬의 목소리와 나디아의 숨소리라는 뜻이다. 윤석정 시인은 10주년 기념 앨범을 “트루베르 10년을 정리하는 정규음반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고 소개했다. 총 13개의 트랙이 들어가고 특별 트랙으로 앞 세대를 정리하는 음원이 들어간다. 

윤석정 시인은 “트루베르 10년 동안의 음악이 어떻게 어떤 노래로 불러왔는지 느끼실 수 있다. 저희 나름대로 10년 동안 시노래를 꼽아봤을 때 4,50곡 된다. 그 4,50곡 중 13곡을 추린 것으로 트루베르 음악의 정수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뉴스페이퍼에서는 10주년을 맞이한 심정과 향후의 포부를 물어보았다.

Q. 10주년을 맞이한 감회는 어떠실까요?

PTycal : 좋아하는 것을 하며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이 든다. 돈 때문에 한 것도 아니고 유명세나 외적인 목표를 위해서라기보다 트루베르 내에서 시를 노래로 만드는 작업이 정말 즐겁고 의미가 많다는 생각을 한다. 의미가 있는 일이고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거창한 것도 아니고 유명해져도 되고, 딱히 아니어도 된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주목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래퍼 피티컬

나디아 : 합류 후 5년 정도가 됐다. 합류 이전에는 홍대에서 노래하며 열정페이만을 해왔다. 아무도 없는 무대에서 노래를 하는게 무슨 소용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홍대를 나와 트루베르를 만나고 문학공연을 다니며 관객들 앞에서 노래하는데, 관객들과 호흡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고, 동시에 저의 존재 자체를 확인할 수 있는 것 같다. 

트루베르를 만나기 전에는 시를 잘 몰랐는데 - 평범한 사람처럼 교과서, 지하철에서만 보는 - 지금은 시인들, 작가들과 교류하며 시도 많이 알게 됐다. 시를 읽고 쓰게 되니 삶이 풍부해지더라.

DJ TAMA : 10주년이라고 윤 대표가 성대하게 준비하는 걸 보니 PTycal과 윤 대표는 오래된 페르소나같은 존재, 마니또 같은 것이라 느껴진다. 둘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10주년이 정말 큰 의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Q. 앞으로 포부가 있다면?

윤석정 시인 : 포부는 특별한 건 없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트루베르가 생기게 된 의도를 꾸준히 이어갈 것이다. 요즘은 언론에서 문학이 잘 되고 있다는 분위기지만 처음 시작했을 때는 굉장히 침울한 시기였다. IMF 이후였으니 직장, 취직, 돈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던 시기였다. 시집을 누가 읽냐고 말하는 시기를 관통하기도 했다.

지금도 문학은 세상의 아주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고 독자들도 적다. 트루베르의 활동을 통해 한글을 아는 국민이 트루베르를 다 아는, 트루베르의 노래를 들으며 시를 흥얼거릴 수 있게끔 됐으면 좋겠다.

PTycal : 다양한 방식들을 통해 점점 열려있고, 점점 나아지고, 점점 새로운 걸 선보이는, 시노래를 하면서 뮤지션으로 정체되어 있지 않은 트루베르가 되고 싶다.

나디아 : 트루베르 크리에이티브라는 창작단체가 있는데, 여러 아티스트들이 함께 하고 계신다. 앞으로 문학판 안에서 젊은 시인들, 문학인들과 더 큰 판을 트루베르 크리에이티브를 통해 만들면 독자들이 진입하기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월간 트루베르를 하니 독자들이 ‘트루베르 효과’라는 말을 하신다. 트루베르의 노래를 듣고 시인을 알게 되고 시집을 사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효과의 영역이 넓어지면 문학이나 시에 대해서 독자분들이 더 진입하기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DJ TAMA : 매니저 한 명과 리무진, 밴 같은 거 한 대 있었으면 좋겠다.(웃음) 이거는 꼭 있어야 한다. 지금은 제가 운전하고 승용차에 싣고 다닌다.

시를 노래하는 밴드 트루베르는 오는 12월 8일(금) 저녁 8시, 9일(토) 오후 4시에는 콘서트 “투박하고 어수룩하고 은근하면서 슬기로운 그런 詩”를 TCC 아트센터 아트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예매처는 인터파크 티켓이며 예매하는 모든 이들에게 트루베르 10주년 기념 음반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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