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로 고통 받은 박진성 시인의 1년
무고로 고통 받은 박진성 시인의 1년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7.11.27 23:15
  • 댓글 0
  • 조회수 12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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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나를 성범죄자로 알고 있다”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작년 10월 SNS에서 시작된 성폭력 폭로 운동은 대한민국 문화예술계 전반을 강타했다. 만화가부터 큐레이터, 영화인, 문인에 이르기까지 문화예술계 각 분야에서 성폭력이 있었다는 폭로는 선망의 대상으로 비춰졌던 예술의 어두운 부분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폭로 운동으로부터 1년이 경과했고 가해지목인 중 일부는 사과문과 함께 잠적했으며 일부에게는 실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이러한 폭로 운동에는 분명 성과가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무분별한 폭로로 인해 깊은 상처를 받은 이들도 있다.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에서 최초의 폭로 대상이었던 박진성 시인이 그 중 하나다.  

박진성 시인

폭로자들은 박진성 시인이 습작생들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으며 수많은 언론사의 보도를 통해 사실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박진성 시인은 얼마 전 검찰로부터 지난 9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박진성 시인과 자의적이지 않은 성관계를 맺었다고 폭로했던 A씨는 박진성 시인을 강간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지만 대전지검은 수사 결과 성관계는 동의 하에 이뤄진 것으로 판단,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다. (이후) 박진성 시인은 A씨를 무고와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로 고소했고, 수원지검은 A씨의 죄질이 좋지 않지만, 초범이고 불안한 정신상태를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기소를 유예했다고 밝혔다. 또한 성범죄를 당했다고 주장했던 또 다른 폭로 여성 B씨도 법원으로부터 허위글을 작성해 박 씨의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된다며 벌금 30만 원의 약식 명령을 받은 바 있다. 

A씨에 대한 처분 결과

폭로 이후 1년이 지났고 대부분의 폭로가 무고였다는 점이 밝혀졌지만 박진성 시인의 삶은 망가질대로 망가져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뉴스페이퍼에서는 박진성 시인에게 근황과 심정을 물어보았다. 

‘100만 명이 나를 성범죄자로 알고 있다’ 
성범죄자 낙인 후 무너진 삶... 

실명과 얼굴 사진이 공개되어 있는 기사가 보도된 이후 박진성 시인의 삶은 완전히 무너졌다. 실명과 얼굴이 언론에 5백여 회 이상 보도됐으며 그의 이름은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 수만 명 이상이 그를 성범죄자로 인식했다. 당시 네이버에서 ‘박진성’이라는 이름이 검색된 횟수는 100만 번이 넘는다. 

네이버 실시간 검색에 오른 이름

박진성 시인은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박진성 시인은 “지금 검색되는 기사에는 시집 이미지가 윗 부분에, 내 사진이 아랫 부분에 이렇게 두 장 들어간다. 하지만 처음 기사는 사진이 위에 있었다. 나는 당시 피의자 신분도 아니었다. 급하게 기자에게 전화를 했고 사진 먼저 내려달라고 말했던 것 같다. 내가 과연 얼굴이 공개될 정도로 ‘유명한’ 사람인지 의문이었고 무엇보다 나는 제기된 성폭력을 인정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진은 내려가지 않았고 오히려 더 많이 기사화되어 언론에 노출됐다. 공중파 방송에서까지 시인의 혐의가 사실이 되어 공공연히 방송됐다. 

보도 이후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은 떠나갔고 선의로 시를 공유하고 있던 활동에서는 ‘속았다’, ‘저주한다’ 같은 말을 들었다. 시인의 아버지는 복덕방에 18년 동안 살던 집을 내놓아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그만두어야 했다. “대한민국 어디로 가든 상황이 달라지겠느냐”는 지인의 조언대로 주택 처분하는 일을 그만두고 창문을 닫은채로 온 가족이 살았다. 박진성 시인은  "10명 남짓 남았던 친구들에게는 평생 은혜를 갚아야죠." 라며 “‘성범죄자 의혹’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끔찍한 일”이라고 이야기하며 말을 줄였다.  

해명, 조사 없이 출고정지... 기록말살형 방불케 해 

시인의 저서는 모두 즉각적으로 출고 정지됐고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지워졌다. 시인이 소속되어 있던 단체에서는 마치 전염병에 걸린 사람처럼 시인을 대했다. 제대로 말조차도 오가지 않은 채 빨리 없어져주기를 바랐다는 것이다. 박진성 시인은 얼마 전 출간된 “당신은 피해자입니까, 가해자입니까”라는 단행본의 한 부분을 인용하며 자신의 상황이 마치 그것과 같았다고 말했다. 

가해자라는 이름의 바이러스에 전염될까 싶어 재빨리 그 접촉면들을 차단해버리고 피해자 연대라는 무균지대로 신속하게 거처를 옮기기. 어떤 논쟁과 조사, 판단에 앞서 먼저 '깨끗한' 도덕적 입지를 차지하기. (이진실)

- 양효실 외, “당신은 피해자입니까, 가해자입니까” (현실문화, 2017 ) 중

출고정지된 시집 식물의 밤

박진성 시인은 출고정지에 관해 문학과지성사에 해명을 할 기회조차 없었으며, 2017년 약 세 차례 항의했지만 “시집 계약은 해지가 된 것으로 알고 있으라고 하였고 - 이 부분도 정말 애매하다. 해지면 해지지, 해지라고 알고 있으라고, 정도로 피하더라. - ‘출고 정지’에 대해서도 무혐의 및 상대방의 무고, 허위 사실 적시 행위가 법적으로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문학과지성사에서 먼저 연락을 해온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시집을 낸 문학과지성사 측은 “보도된 바는 접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출고정지 처분에 대해 변경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출고정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출판사의 입장.”이며 “박진성 시인과 합의 하에 출고정지를 했기 때문에 다른 어떤 조치를 취한다거나 취할 거라는 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진성 시인에게 입장을 묻자 그는 막막하다는 심정만을 밝혔다. 

박진성 시인은 이전에 비해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변호하고 있지만 갈 길은 아직도 멀어보인다. 박진성 시인은 현재 "폭로 여성에게 제기했던 의혹을 정정하라는 취지의 민사 소송을 두 건 진행 중이다."고 밝혔으며 언론을 대상으로는 정정보도를 요청하고 있다. 11월 현재 박진성 시인 관련 정정보도를 내보낸 언론은 54군데에 이른다. 한편,  언론인권센터,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해당 사건의 여러 사안에 대해 조사를 착수한 상태다. “이것은 인권의 문제입니다.” 박진성 시인은 이 말을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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