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단평] 영화 “초행”,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야 하는 연인의 불안한 감성
[영화단평] 영화 “초행”,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야 하는 연인의 불안한 감성
  • 박도형 기자
  • 승인 2017.12.02 23: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페이퍼 = 박도형]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을 향한 여정에는 기대감과 함께 두려움이 동반된다. 꼭 어딘가로 떠나는 여행의 순간에만 이런 감정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을 겪어야 할 때, 그리고 겪어보지 못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기대감과 불안감이 공존하는 상황을 겪는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에 대한 기대, 그 기대와 달리 실패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함께하는 상황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는 상황이 흔할 수 있지만 두 감정이 극대화 되어 개인이 불안감을 감당할 수 없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연인들이 겪게 되는 결혼의 과정이다. 

결혼, 사랑하는 남녀가 한 가족으로서 맺어지는 일이다. 약 30년 정도의 세월 동안 함께 지내던 ‘부모’, ‘형제’라는 구성원 외에 타인이 들어오게 되는 일. 또는 다른 가족과 가족 간의 결합은 개인의 인생에서 쉽게 경험하지 못할 일이며, 쉽게 결정 내릴 수도 없는 일이다. 선택을 앞둔 연인은 ‘이 사람과 함께 살면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에서 연인은 막연한 기대감과 불안감을 함께 느끼고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에 대해 쉽게 선택을 내리지 못한다. ‘초행길’이기 때문이다.

7년의 연애, 하지만 두 사람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만드는 불안들

<영화 "초행" 스틸컷 사진제공 = 영화사 봄내필름>

종편 방송에서 비정규직자로 일하고 있는 여자 ‘지영’, 그림을 그리며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수현’은 7년이라는 장시간 동안 연애를 하고 있다. 긴 시간을 함께 해온 두 사람은 동거를 하며 둘만의 공간과 시간을 갖고 있지만 결혼에 대해서는 선뜻 어떤 의견도 내고 있지 않다. 일상처럼 대화를 이어가던 두 사람, 그때 지영은 2주 동안 생리를 하지 않는 사실을 수현에게 꺼낸다. 잠깐의 정적이 지나고 수현은 물을 마시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대화는 끝이 난다. 결혼에 대한 둘의 생각은 영상으로도 대사로도 나오지 않는다.

영화 속 주인공인 두 사람은 인천에 있는 지영의 집을 찾아가는 여정과 수현의 아버지의 환갑에 맞춰 삼척으로 떠나는 두 개의 큰 서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몇 번의 만남이 있었는지 지영의 집에서 나누는 대화는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가 급전된다. 아직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 두 사람에게 지영의 어머니가 전하는 한마디, 한마디는 폭력으로 그려진다. 사회적 제도에 맞춰서 결혼을 권유하는 어머니의 말들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결혼에 대해 불안해하는 두 사람을 힘들게 만든다.

<영화 "초행" 스틸컷 사진제공 = 영화사 봄내필름>

지영의 아버지와 놀이터에서 대화를 나누는 수현의 모습이 문득 포근하고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이 또한 폭력으로 받아들여진다. 지영의 어머니와는 달리 아버지는 수현이 하고 있는 일을 인정하고 있는 듯해 보이지만 결국 경제적 능력에 맞춰진 대화를 수현과 나눈다. 결국 남자로서 한 여자와 가족을 지켜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물어본다. 그 대화에서 수현은 선뜻 명확한 대답을 내리지 못하며 우물쭈물한 모습을 보인다.

이후 두 사람은 수현의 아버지의 환갑에 맞춰 삼척으로 떠난다. 그 장소에서 처음 수현의 가족들을 만난 지영은 여자 친구로서 잘 보이기 위해 예의를 지키며 최선을 다한다. 몇몇 사람들은 결혼을 생각하며 하는 행동처럼 볼 수 있으나, 이 행동 또한 불안에서 오는 행동이다. 헤어질지, 결혼을 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이미 수현의 집에서는 ‘며느리’가 될 사람이라 인식하며 지영을 대하고 있기 때문에 안 좋은 인상을 심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영과 수현의 어머니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도 결혼에 대한 불안을 확인할 수 있다. 결혼에 대한 생각을 전하는 어머니는 “같이 살아보고 결정을 하라”고 말하며 둘의 관계를 먼저 알아볼 것을 권한다. 선뜻 결혼을 선택하지 말라는 어머니의 말에 지영은 “같이 살아봤는데도 모르면요?”라고 반문하지만 이에 대한 대답은 이어지지 못한다. 7년이라는 시간을 같이 지냈지만 결혼에 대한 확신은 서지 못한다. 둘을 아우르고 있는 환경, 성격, 상황 모든 것들이 불안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영화 "초행" 스틸컷 사진제공 = 영화사 봄내필름>

영화는 끝끝내 두 사람이 결혼에 대해 선택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경제적 여건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며, 상대를 바라보는 마음에서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들의 가족을 바라보며 결혼을 하는 것이 맞는지 끊임없이 흔들린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같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향해 걸어간다.

특히 이런 불안의 감정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이 영화의 엔딩장면이다. 삼척에서 서울로 돌아온 두 사람을 맞이하는 것은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이다. 차가 막혀 두 사람은 집회의 현장에 끼어들어 광장을 걷는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자신들이 걷는 방향과 다른 곳을 향해 가는 사람들을 보며 방향이 잘못됐나 하며 불안해한다.

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뒤돌다 걷는 두 사람은 또 자신들과 다른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을 보며 “왜 이제는 또 이쪽으로 가는 사람이 많아 보이지?”라고 말하며 웃는다. 수 많은 사람들의 틈에 껴서 어느 곳으로 가야할지 모르는 두 사람의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층의 모습을 보여주고 또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연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 번도 가지 못한 ‘초행’길에 대한 불안을 말이다.

한 순간도 안정적이지 않은 화면들, 불안감의 증폭효과

영화 “초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핸드엔드 촬영기법으로 제작됐다. 여기에서 말한 핸드엔드는 쉽게 말해 핸드캠, 어떤 거치대도 사용하지 않고 맨손으로 영상을 찍는 기법을 의미한다. 끊임없이 흔들리는 화면은 꼭 영화 속 두 인물의 마음을 대변하듯 안정적이지 않다. 불안에 휩싸인 두 사람의 마음처럼 언제나 흔들린다.

둘만의 대화를 나눌 때, 가족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두 사람의 감정이 폭발하며 대화를 나누는 순간에도 화면은 떨린다. 그 떨림을 바라보는 관객은 두 사람의 마음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주변에서 선택을 강요하지만 이미 경험해본 자들의 권유는 아직 겪어보지 못한 이들의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뿐이다.

<영화 "초행" 스틸컷 사진제공 = 영화사 봄내필름>

또 영화는 두 인물이 차를 타고서 특정 목적지를 향해 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은 “이쪽이 맞나?”, “여기서 오른쪽이지?”하는 대화를 주고 받는다. 이런 대화에서도 여전히 화면은 떨린다. 이 화면의 떨림에서 관객들은 불안감과 함께 답답함을 느낀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불안감을 안고 있는 주인공의 감정에 맞춰 관객들도 이입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감정의 이입에 한몫이라도 하듯 차 안에서의 대화가 나눠지는 동안 관객은 인물들의 표정은 보지 못하고 뒷모습만 계속해서 바라본다. 인물들이 어떤 감정을 갖고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관객은 알지 못한다.

이런 촬영 기법과 화면의 구도는 두 인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기도 하며, 관객들의 불안감과 답답함을 증폭시킨다. 영화가 담고 있는 ‘초행’의 불안이 극대화되며 두 인물의 감정을 더욱 쉽게 받아들이게 된다.

영화 “초행”은 우리가 살아가며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상황들을 다루고 있다. 쉽게 말해 흔해질 수 있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디테일한 영화적 연출과 인물들이 느끼고 겪는 감정과 상황을 근접하게 그려냄으로 영화가 담고 있는 감정에 관객이 쉽게 접근하게 만들고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과연 영화가 말하는 ‘초행’에 대한 메시지를 관객들은 어떻게 이해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영화 "초행" 티저 포스터 사진제공 = 영화사 봄내필름>

영화 “초행”은 오는 12월 7일 개봉한다.

Tag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