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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작 속에서 걸작이 발견됐다고?' "앙리 픽 미스터리" 출간
김상훈 기자 | 승인 2017.12.04 16:56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2017년 4월 독립출판사 ‘문학과죄송사’에서 출간된 시집 “2017 T T”은 독특한 컨셉으로 인해 주목을 받았다. 유명 시인의 시가 실려 있어서가 아니라, 무명작가 55명의 신춘문예 낙선작을 모은 시집이기 때문이다. ‘문학과죄송사’ 대표 박준범 씨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탈락한 시 가운데서 독자들이 읽었을 때 마음을 움직이는 시 한편은 있겠지, 그 한편만 있으면 괜찮겠다는 생각에서 기획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신춘문예는 매 해마다 각 부문 별로 단 한 명만의 당선자만을 배출한다. 전체 응모자는 수 천 명에 달하지만 주요 일간지 부문 별 당선자는 불과 열 명에 지나지 않는다. 수천 편의 응모작은 발표되지 못한 채 잊혀지기 십상이다. 탈락한 작품 중에서도 마음을 움직이는 것들이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승자독식의 구조에서 탈락작의 가치는 알 수도 없고 알려지지도 않는다.

프랑스의 작가 다비드 포앙키노스의 소설 “앙리 픽 미스터리”는 ‘문학과죄송사’의 시집 “2017 T T”처럼 낙선작들에 대한 독특한 발상에서 시작한다. ‘신춘문예’가 아닌 ‘출판사 거절 원고’이고, ‘시집’이 아닌 ‘도서관’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앙리 픽 미스터리 표지 <사진 = 출판사 제공>

소설 “앙리 픽 미스터리”의 등장인물인 프랑스의 도서관장 장 피에르 구르벡은 “출판사들이 거절한 모든 원고를 받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그의 프로젝트는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그의 도서관에는 출판사로부터 거절 받은 채 출간되거나 발표되지 않은 원고들이 쌓이게 된다. 

“어떤 작가들은 실패의 산물을 내려놓으려 먼 길을 감수하고 찾아오기도 했다. 그 길은 마치 산티아고 순례길의 문학 버전처럼 성스러운 여정이었다.”

그러나 십 년의 세월이 흐르며 프로젝트는 잊히고 구르벡 또한 숨을 거두고 만다. 구르벡이 정성스레 모은 원고들은 먼지만 쌓인 채 어느 누구에게도 읽혀지지 않는다. 그러던 도중 대형 출판사의 편집자인 델핀과 작가인 프레드가 구르벡의 도서관을 찾게 되고 놀라운 원고를 발견하게 된다. 

원고의 제목은 “사랑의 마지막 순간들”로, 이 소설을 읽으며 델핀과 프레드는 걸작을 발견했다고 생각한다. 저자를 찾기 시작한 델핀은 저자가 앙리 픽이라는 2년 전에 죽은 남자이며 동시에 평생 문학과 관계없이 피자가게 주인으로 살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앙리 픽의 미망인은 픽이 단 한 번도 책을 읽는 걸 본 적이 없다고 증언하지만, 직접 책을 읽고는 앙리가 책을 썼다는 사실을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앙리 픽의 소설은 순식간에 반향을 일으키며 프랑스 전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도미노처럼 사람들의 운명을 연속적으로 바꾸어놓는다.

낙선된 작품, 출판을 거부 받은 작품이 사실은 숨겨졌던 걸작이라는 발상은 어떤 통쾌함을 불러일으키지만, 소설 “앙리 픽 미스테리”는 그런 통쾌함에서 멈추지 않고 책을 둘러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의문을 갖게 한다. 프랑스의 출판인들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려내며 본질보다 겉모습에 치중하는 사회의 풍토에 주목하는 것은 물론 앙리 픽의 작품을 둘러싼 비밀들을 여러 인물들의 눈으로 파헤치는 과정은 추리소설을 연상케 한다.

저자인 다비드 포앙키노스는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 음악가 등 다양한 면모를 보이며 여러 예술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작가의 경력은 소설에 영향을 주었다고 말할 수 있는데, 2002년 첫 선을 보였던 “백치의 반전”은 단 하나의 출판사를 제외한 모든 출판사에서 거절당했지만 결국 출간 이후 프랑수아 모리아크 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었다. 저자 다비드 포앙키노스는 2011년 이후 프랑스의 베스트셀러 작가 10위 안에 이름을 꾸준히 올리고 있기도 하다. 국내에는 ‘달콤한책’ 출판사를 통해 소개된 “앙리 픽 미스터리”는 2016년 프랑스에서 20만 부 이상 판매고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2018년 봄 영화 촬영이 예정되어 있다.

“탈락작 중에서도 가치 있는 작품이 있지 않을까?” 다비드 포앙키노스의 소설 “앙리 픽 미스터리”는 무명의 작가의 소설을 소재로 프랑스 출판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러한 질문에 답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김상훈 기자  ksh@news-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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