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 시대 저문다고? 새로 등장한 문예지 선보인 “요즘 문예지 공동 낭독회”
문예지 시대 저문다고? 새로 등장한 문예지 선보인 “요즘 문예지 공동 낭독회”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7.12.28 2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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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기존의 한국 문단은 문예지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문예지가 자신들의 지향에 맞는 작가에게 작품을 청탁하고, 작가가 작품을 창작하여 문예지를 통해 발표하는 과정은 한국 문단 생태계의 중심축이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정부 지원이 끊기며 휴간, 폐간하는 문예지들이 늘어났고, 2017년에는 재정난과 독자 감소 등의 이유로 전통 있는 문예지 "문예중앙", "작가세계" 등이 잇따라 휴간하는 일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문예지의 시대가 완전히 저물어버렸다는 우려의 시선이 제기되기도 했다. 

문예지의 시대는 정말로 끝나버린 것일까? 문예지의 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와중에 새롭게 등장한 문예지들이 있다. "문학3", "베개", "비유", "소녀문학", "영향력", "젤리와 만년필" 등이다. 이들은 각자 고유의 주제를 말하며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요즘 문예지 공동 낭독회 <사진 = 김상훈 기자>

이들 여섯 문예지가 12월 26일 카페창비 지하 1층에서 "요즘 문예지 공동 낭독회"를 개최하고 독자들과 대담을 나누며 자신들의 활동에 대해 알렸다. 1부에서 자신들의 문예지에 수록된 작품을 낭독했으며, 2부에서 각각의 문예지를 소개하고 서로 질문을 나누며 '문예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문학의 “공공성”, “현장성”, “실험성” 제시하는 문예지 “문학3”  

문학3 표지

"문학3"은 문학의 "공공성", "현장성", "실험성"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하며 17년 1월 처음 등장한 문학 플랫폼이다. 출판사 창비에서 제작을 지원하며 종이잡지(문학지), 웹사이트(문학웹), 현장활동(문학몹)을 통해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17년 한 해 동안 세 권의 종이잡지를 출간했으며, 네 차례 현장활동(문학몹)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날 공동 낭독회에는 문학3 양경언 기획위원이 참석하여 문학3의 현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양경언 기획위원은 “무언가를 읽고 생각하고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말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삶을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가거나, 그 순간에 고양된 느낌을 만들어주는 식으로 삶의 경험과 맞닿아가는 상황”이 문학3이 말하는 문학의 현장성에 가깝다고 이야기했으며,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함께 읽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인들이 어떤 식으로 책과 문학작품에 접근하는지 고민을 해왔다고 밝힌 양경언 기획위원은 “문학작품을 장애인들이 어떻게 접근하는지 알아보고 결과적으로 장애라는 말에 대해 생각하게 할 수 있는 등의 고민을 최근에 기획위원들과 하고 있다.”며 “다음 종이잡지에서 관련한 고민들을 만나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평화롭고 느슨한 문예 공동체, 문예지 “베개” 

“베개”는 “평화롭고 느슨한 문예공동체”를 표방하며 등장한 문예지로, 연 2회 종이책을 발간한다. 베개의 특징은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로서의 문학하기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등단 여부와 관계없이 청탁한 작품과 공모 받은 작품을 통해 문예지가 꾸려진다. 지난 5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첫 책을 선보였으며, 9월에는 문예지 발간 지원사업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날 낭독회에는 권경욱 편집위원이 참여하여 배게에 대해 이야기했다. 베개는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할 당시에는 드림캐쳐를 굿즈로 내세워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 권경욱 편집위원은 베개라는 이름을 짓게 된 건 “책 이름이 베개면 재밌겠다. 베고 자도 좋다. 책을 펼쳐놓고 기분 좋게 잘 수 있으면 그것으로 된 거다.”는 농담에서 시작했으며, “베개”가 꿈, 잠자리, 잠자는 자세 등과 관련이 있다 보니 그러한 굿즈를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베개”의 2018년 목표는 초심을 잃지 않는 것으로, 평화롭고 느슨한 공동체를 유지해 나갈 예정이다. 

공동 낭독회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문학 웹진 “비유” 
‘작품이 되기 이전의 문학’에 대해 고민한 결과 선보여 

“비유”는 공동 낭독회 시점에서 아직 정식으로 오픈하지 않았던 문학 웹진이다. 서울문화재단 연희문학창작촌이 준비한 웹진 "비유"는 정식으로 선보이기에 앞서 함께 웹진을 꾸려갈 이들을 공모하기도 했다. “함께 잡지를 만들어요”라는 문구와 함께 문학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사회를 맡은 "비유"의 장은정 평론가 <사진 = 김상훈 기자>

“비유” 김나영 편집위원은 “문학잡지가 굉장히 많았고, 기존의 문학잡지는 편집위원들이 작가에게 청탁을 해 원고를 받고 싣는 식으로 만들어져왔다. 그런 방식에 대해 새롭게 접근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었다. 고민의 결과 잡지를 만드는 주체를 편집위원이 아닌 독자들에게 넘겨주자는 생각을 했다.”며 “비유라는 잡지의 절반은 편집위원이 책임지고 꾸려나가지만 나머지 절반은 독자들의 기획으로 채워진다. 기획을 공유하고 내용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꾸려나간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또한 문학이란 시, 소설처럼 완성된 작품의 형태만이 아닌, 작품이 되기 이전의 고민, 희망 같은 것들과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과정 속에 있다고 본다.”며 문학웹진 ‘비유’에 대해 “문학의 과정이 문학잡지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라고 전했다.  

“비유”의 프로젝트는 82팀이 지원했으며 10팀이 지원을 받아 문학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낸 것들을 18년 상반기까지 연재할 예정이다. 웹진 비유는 홈페이지(http://view.sfac.or.kr)를 통해 구독할 수 있으며, 시와 소설, 동시와 동화는 물론 기존 장르에 포섭되지 않은 산문도 게재된다. 

약자와 소수자의 독립문예지 “소녀문학” 

“소녀문학”은 약자와 소수자의 독립문예지를 표방한다. 이들은 자신들에 대해 “쉽게 내면화시킬 여지가 있는 룰(rule)들의 막을 뚫는 도구이자, 소동을 일으키는 목소리를 담아내는 장소로서의 문예지를 제안한다.”고 소개한다. 2015년 창간되어 17년 3월까지 3권의 종이책을 펴냈으며 낭독회, 좌담회 등을 통해 약자와 소수자들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소녀문학 육일 편집위원은 소녀문학이 정의하는 소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소녀들의 서사는 스스로 실현하기보다 문학장에서 소비 당한다. 이를테면 립스틱, 매니큐어를 바른다거나 하이힐을 신는다던가 하는 여성, 소녀들이 문학작품 속에서 어떻게 이야기 당해졌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 여성들이 직접 말을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소녀문학이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소녀문학은 단순히 소녀들을 데려와 시, 소설을 쓰게 하는 것이 아니다. 소녀라는 말은 무겁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이름으로 가볍게 놀 수 있는 실험을 해야 한다. 소녀들이 배제를 당했지만 배제당한 사람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수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소녀문학을 하는 사람이라면 소녀문학을 하면서 동시에 소녀라는 이름으로 다른 문학이 들어왔을 때 기꺼이 소녀의 경계를 허물 줄 알고, 소녀라는 이름이 때에 따라 필요가 없다면 개념을 폐기할 수 있는, 그러한 문학주체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글을 쓰고 읽으며 촉발되는 사소한 변화마저도 영향력이길 
키친테이블라이팅 계간문예지 “영향력” 

“영향력”은 키친테이블라이팅 계간 문예지다. 키친테이블라이팅은 전업작가가 아닌 사람이 일과를 마치고 부엌식탁에 앉아 써내려간 글을 말한다. 누구라도 지면을 얻을 수 있으며, 16년 2월 첫 책을 펴낸 이후 지금까지 7호를 선보였다. “영향력”을 발행하는 은미향 편집인은 공동낭독회에 참여해 문예지 “영향력”에 대해 설명했다. 

"영향력" 은미향 발행인 <사진 = 김상훈 기자>

먼저 문예지의 제목인 ‘영향력’에 대해 “영향력이라는 단어에서 보통 영향력 있는 사람들, 무슨 지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100인 이런 것을 떠올린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한 영향력이라는 것은, 글을 쓰고 읽으면서 촉발되는 모든 사소한 변화를 뜻한다. 글을 읽었는데 담배가 피우고 싶다, 누군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를 보고 싶어졌다, 잠이 온다. 이러한 모든 반응이 영향력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굉장히 많지만 그들에게 계기가 없는 것 같았다. 글을 완성시키는 건 쉽지 않은데, 어딘가 투고하거나 마감 일이 있으면 그때 글이 완성되는 것 같다. 글을 쓰고 싶었던 독자들이 글을 완성할 수 있고, 계속해서 글을 쓰는 과정을 저희 책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문예지 “영향력”은 정기적으로 작품 투고를 받고 있으며 각 지역의 독립서점과 인터넷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고양이에게 포용적인 도시는 인간에게도 포용적인 도시’ 모토로 하는 
고양이 문예지 “젤리와 만년필” 
젤리와 만년필 표지

문학중심의 창작집단이자 출판사인 "유음"에서 선보이는 문예지 "젤리와 만년필"은 연 3회 발행되는 고양이 문예지이다. "고양이에게 포용적인 도시는 인간에게도 포용적인 도시"를 모토로, 가장 약한 존재가 발언할 수 있는 창을 만들어가려 하고 있다. 17년 6월 창간호를 선보였으며, 현재 3호가 준비 중에 있다. 

“젤리와 만년필”은 단순히 고양이를 애호하기만 하는 문예지가 아닌, 도시에서 가장 약한 존재일 수 있는 고양이를 상징적으로 우리가 가진 학대, 내몰림, 혐오, 유기 등의 문제에 주목한다. “젤리와 만년필”은 “우리는 귀엽고 강하다”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기도 한데, 공동낭독회에서는 유음 출판사 김보민 편집인이 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젤리와 만년필”을 만들기 전 참여한 워크숍에서 “우리는 귀엽고 강하다는 농담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김보민 편집인은 “고양이라는 존재는 귀엽게 머리를 쓰다듬고 갈 수도 있고 캔 하나 따줄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고양이가 약한 존재기에 발로 차기도 하고 학대를 한다. 귀여운 존재들은 귀엽기 때문에 귀여움도 받고 혐오도 받는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유음 출판사의 네 명 또한 도시에서 계속 내몰리고, 월세 방을 전전하고, 쫓겨날 위기에 처했던 한 가게에서 만나 시작하게 됐다. 우리 모두 고양이 같은 사람들, 그러한 정체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이러한 정체성을 버리지 않고, 그 상태에서 우리가 강할 수 있다는 말을 좀 선언으로 해보자고 의미가 확장된 것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유음 최창근 편집자 <사진 = 김상훈 기자>

유음출판사 최창근 편집자는 “제작비만 생각하면 한없이 귀여워진다.”며 관련된 에피소드를 말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젤리와 만년필” 창간호를 만들 때 문단권력에 대한 비판이 있었고, 원고료 혁신이 제일 큰 혁신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큰 출판사만큼 드리자, 고 생각하고 창간호를 냈는데 죽을 뻔 했다. 다행히 정권이 바뀌며 문예지 지원을 급하게 부활시켜줘 급한 불은 끄게 됐다.”며 “작은 출판사에서 원고료를 고민하고 있을 때 큰 출판사들이 원고료를 높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예지 저무는 시대? 새로운 문예지들의 등장 

이들 문예지는 만들어진지 2년도 채 되지 않는다. 가장 나이가 어린 “비유”는 행사 당일이 처음으로 소개되는 날이었다. 전통 있는 문예지들이 경영난에 휩싸이고 속속들이 휴간, 폐간을 거듭하는 와중에 등장한 문예지들은 문학의 새로운 징조일지도 모른다. 이들의 행보에 주목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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