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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담론 필요해진 시대, "집담회 - 웹소설 마니아 이슈파이팅” 개최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1.03 00:21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웹소설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에 대한 상업, 산업 이외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수백억의 매출을 올렸다는 기업과 억대연봉을 받는다는 웹소설 작가만이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웹소설 시장에 대한 기대감만을 끊임없이 증폭시킬 뿐이다. 그러나 100억, 200억 등 경제적 수치로만 드러나는 것이 정말 웹소설의 유일한 가치일까? 자본주의에 의해 움직일 뿐인 ‘상업’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으며 폄훼되기만 하고 있는 웹소설을 인문학적으로 분석해보자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지난 12월 29일 한국인문학연구원 주비위가 주최한 “집담회 - 웹소설 마니아 이슈파이팅”는 웹소설에 관한 담론을 형성해보자는 의도에서 준비됐다. 아직 제대로 된 담론이 존재하지 않기에 청중에게서도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뜻에서 ‘집담회’라는 제목이 붙었으며, 오영진 문화평론가가 사회를 맡아 이융희 작가(한양대 에리카 국어국문학 석사, 웹소설 작가), 김준현 성신여대 문화내러티브 전공교수, 이지용 한국 SF연구자 등이 토론에 참석했다.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은 모두 웹소설을 연재해보았거나 장르 소설을 연구하는 이들이었으며, 웹소설과 장르소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담론 형성 없이는 휘발될 뿐...
비평, 칼럼에 대한 대중들의 니즈 있어

이융희 작가는 “웹소설에는 비평적 영역까지 가지 않더라도, 칼럼적인 영역의 글을 쓰는 분도 많지 않다. 어떻게 담론을 형성하고 어떻게 이야기되어야 하는지,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며 담론을 형성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제대로 된 웹소설 담론이 형성되지 못하는 이유를 “웹소설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내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웹소설에 대해서 ‘웹에서 연재되는 소설이다’, ‘어플리케이션 기반으로 본다’, ‘짧게 연재 된다’ 등의 요소를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다른 소설과 구분되는 명확한 정체성으로서 정의 내려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발표 중인 이융희 작가 <사진 = 김상훈 기자>

이융희 작가는 밀러의 말인 “장르란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상호작용하는 수사학적 방식이 정형화된 것”을 인용하며, 웹소설의 정형화된 수사(클리셰)는 강력한 힘을 가지기 시작했음에도 정의를 내려주지 않으면 공감의 영역에서 설명할 수는 없는 한계점을 가진다며 웹소설의 매커니즘이 어떠한 변화를 불러일으키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웹소설에 관한 문제의식 또한 제기했다. 웹소설에서는 파편에 불과한 단어 한두 개 만으로 장르를 규정지을 수 있을 만큼 무의식적인 처리를 강요하지만, 그 강요를 사람들은 아무 저항 없이 수용하고 있다는 것. 웹소설 독자들이 웹소설을 사고체계의 관점이 아닌 동물적으로 소비하고 있으며, 만약 웹소설이 하나 또는 두 개의 정형화된 패턴으로 끊임없이 소비될 수 있다면, 실질적으로 창작자는 조립하는 사람에 불과하고 이들의 작품은 데이터베이스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의 수싸움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융희 작가는 웹소설이 단순한 코드 이상의 가치가 있지 않겠느냐며 “웹소설의 가치를 긍정하고 의미가 확장되기 위해서는 웹소설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고 정의를 내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준현 성신여대 교수는 먼저 소설이 매체의 산물이라고 강조하며 웹소설의 매체적 성격에 주목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김준현 교수는 먼저 작가가 할 말이 있어 텍스트를 만들고 독자가 보고 작가의 말을 알아듣는 소통의 시대는 끝났으며, 웹은 독자의 발언권을 전면에 드러내는 양식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전 시대의 과정이 작가 -> 텍스트 -> 독자였다면 이제는 작가 <-> 매체(텍스트) <-> 독자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체와 분배자가 중요한 존재로서 대두됐고, 작가들에게 있어서 네이버 웹소설에 연재하느냐 조아라에 연재하느냐는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김준현 교수 <사진 = 김상훈 기자>

이어 조아라, 문피아 같은 웹소설 플랫폼은 출판사 문학동네, 창비와 앱스토어, 구글스토어의 중간에 위치한다고 말하고, 웹소설 작가들은 창작주체로서 글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출판주체로서 몇 시에 글을 올릴지, 어떤 제목을 지을지, 몇 요일에 글을 올릴지, 어떠한 일러스트를 사용할지 등을 심각하게 고민하며 출판주체로서 기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용 한국SF연구자는 “웹소설을 규정할 때 그 안의 구성요소를 파악해야 하며, 특히 장르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웹소설을 흔히 이야기할 때 ‘장르소설 위주로 되어 있다’ 등으로 언급되지만 “장르소설과 장르문학에 대한 정의가 정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르소설의 문법을 답습하고 있다고 말하는 건 나이브한 정의가 아닌가 싶다.”는 것이다.

이지용 SF연구자 <사진 = 김상훈 기자>

이지용 SF연구자는 장르문학에 대한 담론이 전혀 만들어지지 않았으며 이러한 부분들이 웹소설의 의미화에 있어서 맞닥뜨릴 가장 큰 장벽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르가 정의되지 않다보니 제대로 된 담론을 찾아보기 힘들며 “담론이 없다보니 관련된 작품을 써도 ‘이런 걸 왜 써’, 독서를 해도 ‘이런 걸 왜 읽어’라는 반응이 많다.”며 웹소설에 대해 논의해보려면 장르문학에 대해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집담회 모습 <사진 = 김상훈 기자>

이날 행사에는 웹소설과 장르문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석했다. 문예창작과 재학생, 졸업생부터 출판사 관계자, 웹소설 작가, 개발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청중들이 웹소설에 관한 여러 질문을 나눴으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오영진 문화평론가는 “실험적 주제이기 때문에 오늘 세 분이 발표를 해주셨을 뿐 청중 모두가 참가자.”라며 “문제의식들을 강의형태로 만들어 뉴미디어 비평 스쿨에서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상훈 기자  ksh@news-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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