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문학 작가들이 웹소설을 쓸 수 없는 이유란?”, 이융희 작가와의 인터뷰
“본격문학 작가들이 웹소설을 쓸 수 없는 이유란?”, 이융희 작가와의 인터뷰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1.07 0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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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지난 12월 29일 한창 바쁜 연말임에도 불구하고 역사문제연구소 5층 관지헌에는 40여 명의 청중들이 모였다. 으레 열리는 작가 강연이나 컨퍼런스에 참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웹소설 및 장르문학의 인문학적 및 비평적 접근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집담회에 참여한 이들이었다. 이날 집담회에서는 출판사 관계자, 인문학자, 웹소설 작가, 문예창작과 학생, 개발자 등 다양한 직종 · 연령대의 청중들이 행사하여 참여하여 웹소설 및 장르문학에 대해 이야기했다.

웹소설과 장르소설에 대한 인문학적, 비평적, 학술적 접근, 현장에서의 차용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간헐적으로 있어왔다. 한때는 주류 문예지와 담론의 장에서 장르문학에 대해 다뤄보기도 했지만 일시적인 사건에 불과했다. 2016년 열린 한국문예창작학회 정기학술세미나에서는 장르문학을 활용한 창작수업의 필요성이 강조되기도 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문예창작과 교육 현장에서의 반응은 미적지근하기만 하다.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웹소설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하고 비평하며 웹소설의 미래에 대해 모색하자는 시도는 독특해 보인다. 집담회에는 이융희 작가(한양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석사 수료, 웹소설 작가), 김준현 성신여대 문화내러티브 전공교수, 이지용 한국 SF연구자 등이 패널로 참여했으며, 웹소설의 장르적 특성, 매체적 특성, 장르소설로부터의 웹소설에 대한 접근 등에 대해 논의됐다.

집담회에서 발표 중인 이융희 작가 <사진 = 김상훈 기자>

이융희 작가는 패널 중 가장 먼저 발표에 참여하여 웹소설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강조했다. 뉴스페이퍼에서는 그를 만나 웹소설에 대한 생각을 자세히 들어보았다.

본격문학 작가들이 웹소설 쓴다고? 기존 방법론으로는 무리
웹소설, 이전 문학과 큰 차이 보여... 연구 필요

이융희 작가는 스스로를 ‘중고 신인’이라고 표현한다. 2006년 장르문학으로 데뷔하여 작품 활동을 했다가 2017년 웹소설 연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햇수로는 10년이 넘는 시간임에도 스스로를 ‘신인’이라고 자칭하는 이유는 웹소설이 이전의 문학 작품과 극단적인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융희 작가는 기존의 문학과 웹소설이 서사 구조의 측면은 유사하지만, 형식, 독자층, 코드를 통한 조합 등은 크게 다른 지점이라고 보았다. 하나 혹은 둘로만 이뤄진 문단, 대단히 많은 대사의 사용 등 문장의 사용이 기존 문학 작품과 다른 모습을 보이며, 형태 뿐 아니라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과정마저도 데이터베이스에 따른 코드의 조합 과정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융희 작가는 “웹소설 작품들은 스토리, 서사, 플롯의 구조들이 대부분 비슷하며, 몇 가지 코드를 조합함으로도 수 만 가지 소설이 나온다.”며 웹소설 ‘닥터 최태수’를 예시로 들었다.

웹소설 닥터 최태수

‘닥터 최태수’는 연재된 편수가 2000편이 넘으며, 글자 수는 천이백 만 자가 넘는다. 권수로 따지면 90여 권에 달할 정도다. 이융희 작가는 이러한 소설이 연재되고 독자들로부터 계속 읽히는 이유를 ‘닥터 최태수가 데이터베이스의 조합이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병명, 환자, 직위 등을 바꿔나가며 원 패턴 또는 투 패턴에 달하는 소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또한 독자들의 독서 형태도 웹소설에서는 다르게 나타난다. 문학적 감동이나 정보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서사를 통해 얻게 되는 동물적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융희 작가는 웹소설과 웹소설 독자층이 보여주는 이러한 형태는 “이전까지의 독서가 하던 방식도 아니고 이전의 문학이 하던 방식도 아니다.”고 말하며 “일반적으로 웹소설이 문학의 저변을 넓히는 확장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라 형식과 방향이 완전히 새롭게 등장한 것이라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기존의 문학적 방법론을 그대로 가지고 웹소설에 도전하는 이들이 실패를 경험한다고 지적했다. 소위 본격문학 작가들이 웹소설을 도전하지만 그들이 쓰는 것은 기존 문학을 웹으로 옮겨놨을 뿐이라거나, 웹소설 공모전에서 이름난 작가들이 낙선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웹소설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서 나온다. 이융희 작가는 기존의 웹소설 작가들이 감각적으로만 웹소설에 접근하다보니 명확한 방법론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고, 본격문학 작가들은 연구를 하지 않은 채 기존 방법론만으로 성급하게 접근하다보니 제대로 된 결과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웹소설의 의미를 확장시키고 미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적으로 접근하여 담론이 형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평의 왜곡은 기존 문학장의 잘못... 기생 장르로 전락

웹소설에 대한 인문학적 · 비평적 접근은 독자와 작가 모두에게서 비난을 받기 쉽다. 웹소설 집담회에 대해서도 ‘저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성토가 인터넷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이융희 작가는 이러한 반응이 기존 문학의 잘못으로 인하여 비평이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융희 작가는 일례로 자신의 후배 웹툰 작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웹툰 작가에게 만화 비평에 대해 이야기하자 비평이 싫다는 반응을 보이며 “나는 작품에 대해 내가 하고 싶은 주제와 이야기가 있는데, 좋다 나쁘다를 너무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고 내 의도와 달리 해석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좋다 나쁘다를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비평은 오히려 찾아보기 힘들다. 이융희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비평을 '좋다 나쁘다를 단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이 보는 비평이란 기존의 문학장에서 보여주었던 호평으로만 가득한 심사평, 주례사 비평이거나 또는 반대로 혹평으로만 가득한 리뷰나 칼럼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평은 개별적 창작에 이르지 못하고 그저 작품에 기생하는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며, 비평이 왜곡된 것에 기존 문학장의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문학적 접근과 비평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가장 큰 난제이자 당면과제라고 밝혔으며, 그러한 이들을 꼭 설득시키고 말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융희 작가 <사진 = 김상훈 기자>

이융희 작가의 웹소설에 대한 연구 성과 일부는 사단법인 한국인문학연구원 주비위가 주관하는 "뉴미디어 비평 스쿨 1기"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12월 29일 집담회를 준비하기도 했던 한국인문학연구원 주비위는 “뉴미디어 컨텐츠들이 우리 시대의 또 다른 거울이며, 중요한 문화적 영토이기에 인문학은 이들을 사유의 대상으로 삼고 개입을 위한 실천으로서 새로운 비평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도 하에 “뉴미디어 비평 스쿨”을 준비, 게임 비평, 테크노컬쳐, 웹소설 등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이융희 작가는 뉴미디어 비평 스쿨에서의 강연을 통해 웹소설이 왜 ‘조립하는 이야기’라는 말까지 가게 됐는지, 또 웹소설이 어떻게 소비되고, 웹소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며 "장르론으로서 웹소설 비평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웹소설 작가나 독자 중에는 무시받는 것에 불만이 있거나 분노하는 사람들이 있고, 웹소설의 미래나 웹소설이 할 수 있는 것들, 웹소설의 가치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런 분들, 웹소설의 어떤 부분들에 답답하신 분들이 와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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