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응교 교수, 일본의 문화 파헤치는 여행에세이 "일본적 마음" 펴내
[인터뷰] 김응교 교수, 일본의 문화 파헤치는 여행에세이 "일본적 마음" 펴내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1.15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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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일본인들에게 따뜻한 차라도 권하자"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집채만 한 파도가 넘실거리고, 파도 끝은 역동적으로 갈라지며 물보라를 흩뿌린다. 에도시대 화가 카츠시카 호쿠사이가 남긴 “후카쿠 36경” 중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 일부이다. 김응교 교수의 인문여행에세이인 “일본적 마음”은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 일부를 표지로 삼으면서, 오른쪽으로 살짝 종이를 넘기고 나서야 책의 제목이 보이게 되는 형태로 이뤄졌다. 겉표지 안에 제목이 숨겨있는 것처럼, 호쿠사이의 역동적 그림 너머에 “일본적 마음”이 존재한다. 

김응교 시인은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가 “지진과 해일을 두려워하며 죽음을 가까이할 수밖에 없는 일본인들이 후지산이라는 영산 아래에서 단결하고자 하는 의식을 보여준다.”고 이야기한다. 일본인들의 단결은 영적으로는 그들 고유의 종교인 신토(神道)라고 표현될 수도 있고, 정치적으로는 천황제로 표현될 수 있다. 영적, 정치적으로 단결된 일본인의 의식은 야스쿠니 신사로 이어진다. 여행 에세이인 “일본적 마음”이 첫 장을 일본의 예술에서 출발하여, 독서와 사무라이를 거쳐 야스쿠니에 관해 이야기하는 까닭이다. 

‘책읽는고양이’ 출판사를 통해 출간된 “일본적 마음”은 96년부터 2009년까지 일본에서 거주해온 김응교 교수가 쓴 인문여행에세이다. 김응교 교수는 96년 도쿄외국어대학을 거쳐 도쿄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했고, 98년 와세다 대학 객원교수로 임용되어 약 13년가량 일본과 일본인을 바라보았다. “일본적 마음”이 ‘여행에세이’가 아닌 ‘인문여행에세이’인 것도 인문학자의 시선으로 일본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금각사 앞, 사진작가 이정은 제공

“일본적 마음”은 일본의 예술과 문학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와비사비의 미학, 풍속화 우키요에, 하루키의 문학, 만엽집 등등. 이러한 일본의 문화를 통해 김응교 교수는 집단주의, 체념, 부끄러움과 수치, 죽음의 미화 등의 키워드를 읽어낸다. 김응교 교수는 수백 명이 가마를 밀고 당기며 거친 숨소리를 내뱉는 산쟈 마쓰리의 현장에서 일본의 집단주의를 느낀다. 

그 집단적인 힘은 자신들의 울타리를 벗어났던 지난날, 무시무시한 이기와 차별의 결과를 낳기도 했다. 내 귓가에 맴도는 저 함성은 바로 50여 년 전 우리네 아버지의 아버지, 혹은 어머니의 어머니들의 숨을 거두어갔던 제국주의 문화이기도 했다. 미코시에 실려 있는 혼령에게 경배하지 않았다고, 그리도 많은 우리 조상들이 숨을 거두지 않았던가.

한국어로는 ‘죄송합니다’, ‘열심히’로 번역되는 스미마셍(すみません), 잇쇼켄메이(一生懸命)의 말의 어원에서 부끄러움과 수치를 읽어내기도 한다.

“잇쇼켄메이(一生懸命) 간바레요!” 일본어를 처음 배울 때, 선생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한국 사전에는 그냥 ‘열심히’라고 써 있더라. 그런데 한자 그대로 번역하면, ‘목숨(生)을 걸고(懸) 일한다’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선생은 일본어를 ‘목숨 걸고 열심히 공부하세요’라고 자꾸 말하는 거다. 우리말에도 걸어본 적이 없는 목숨을, 어찌 일본어에 걸어?

집단주의, 체념, 부끄러움과 수치, 죽음의 미화 등 파편적으로 존재하는 일본의 문화는 야스쿠니 신사라는 깔때기를 통해 천황제로 이어진다. 야스쿠니는 천황을 위해 싸우다가 죽은 이들이 신으로 모셔지고 있다. 이 ‘모셔진 신’들은 ‘천황의 은혜’를 입은 것으로 여겨진다. 집단주의는 전체주의제국으로, 부끄러움과 수치는 전쟁범죄를 은닉하는 수단으로, 죽음의 미화는 옥쇄(玉碎)로 변해 천황제를 받든다. 

2005년에는 타이완 희생자의 유족들이 혼령을 데려가려는 전통적인 종교 양식을 야스쿠니 앞에서 하려다가 우익세력들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야스쿠니 합사는 천황이 명한 것”이라는 황당한 대답을 내놓는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기점으로 하여, 일본의 우경화는 제19조 사상 양심의 자유 보장, 제20조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제21조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

“천황제를 유지하기 위해 내면적 계급화로 사람들을 노예로 만들고 있다”며 천황제를 지적하는 일본의 지식인이 적지 않다고 김응교 교수는 말했다. 일본 문화는 긍정적 요인들이 많지만 ‘무오한 신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사과 따위 할 줄 모르는 나라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인터뷰 중인 김응교 교수 <사진 = 이민우 기자>

일본인들과 한국인들의 연대 필요 
‘양심적 일본인들에게 따뜻한 차라도 권하자’ 

일본과 한국의 사이는 여전히 썩 좋지 못하다. 최근에는 박근혜 정권 당시 진행됐던 위안부 협상과 관련하여 두 나라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지만 김응교 교수는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일본인들과 교류한다고 말한다. 김응교 교수는 최근에도 일본에 다녀왔다. 시민단체 교류 등의 활동을 위해서이며, 강연, 저술 활동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진행하고 있다. 

책 표지

김응교 교수는 일본의 우경화와 천황제를 벗겨내고 야스쿠니 신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심적 일본인들과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인은 들어오지 마시오라고 붙였던 간판을 떼어내고, 더욱 열린 자세로 양심적인 일본 시민들에게 따뜻한 차라도 권해야 할 것이다.”며 “일본인 한 명 한 명의 의식이 야스쿠니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때, 그 고민이 힘으로 바뀌어 정치세력을 바꿀 때, 그때야 비로소 야스쿠니 신사 문제는 조금 바뀔 것이다.”는 것이다. 

“일본적 마음”의 집필도 이러한 의도의 연장선에 있다. 김응교 교수는 “일본의 한 부분이라도 가깝게 엿보고, 한국인인 우리는 자기이해를 하는 순간을 거쳐, 너무도 민감한 시대에 한국과 일본이 대화하며 함께 살아갈 길을 구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김응교 교수는 “일본적 마음”을 시작으로 일본의 문화를 다각적으로 살펴보는 책을 지속적으로 발간할 예정이며 “군국주의의 상처가 있어 아쉽지만, 일본은 우리와 영원히 같이 살아야 할 옆집인 셈이자, 그 안에는 너무나도 좋은 착한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공유할만한 아름다운 문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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