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목 시인, “정책 독립성 보장하는 국가예술위 설립해야”
신용목 시인, “정책 독립성 보장하는 국가예술위 설립해야”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1.19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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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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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블랙리스트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컨퍼런스를 17일과 18일 양일 동안 진행한 가운데 18일 컨퍼런스에서 신용목 시인이 정책 독립성을 보장하는 현장 권력형 국가 기구인 ‘국가예술위원회’ 설립을 제안했다. 

18일 컨퍼런스의 주제는 블랙리스트가 실행됐던 기관들의 개선 또는 혁신 방안들이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한국콘텐츠진흥원, 영화진흥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에 대한 개선 방안들이 각계각층에서 제시됐으며 신용목 시인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국가예술위원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용목 시인이 제안한 ‘국가예술위원회’는 “국가 정책에 있어서 예술의 예외적 지위를 인정하고 정책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현장 권력형 국가 기구”로 정의된다. ‘국가예술위원회’의 가장 큰 특징은 정책의 입안과 집행을 동시에 진행하는 기관이라는 점과 예술현장의 추천과 공모 등을 통해 소위원회와 위원회를 구성하는 현장 권력형 기구라는 점이다. 

‘예술을 단순 행정에 포함시키면 부정적 결과 야기’ 

신용목 시인은 먼저 예술에 대한 예외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의 산업사회가 자원을 고갈시켰다면 금융사회에서는 인간을 고갈시키고 있다. 모든 시스템 자체가 자본의 과정에 포함되고, 인간성으로 환원되는 과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회의 가능성이 막히게 된다.”며 인간성의 환원이 예술의 가치 투쟁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예술은 몹시도 중요하지만 “예술을 단순한 행정에 포함시킬 경우 효율 위주의 정책과 집행 방식으로 인해 부정적인 결과와 불필요성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며 ‘예술 행정’은 ‘행정 일반’의 예외이며 특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주주의 국가들은 아름다운 것보다 쓸모 있는 것을 더 좋아하게 마련이며, 아름다운 것이 쓸모 있기를 요구할 것이다.”는 토크빌의 말을 인용하며 “예술은 본질적으로 민주주의를 지향하지만 민주적으로 태어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발표 중인 신용목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국가예술위원회’는 ‘소위원회 – 위원회’ 구조로 이뤄져있다. 신용목 시인은 “블랙리스트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도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것이 관료주의다. 관료주의적 기구 안에서는 사무처 직원들이 어떤 사안을 결정하고 위원들을 설득하는 구조가 이뤄진다.”며 국가예술위원회는 관료주의로부터 혁신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때문에 ‘국가예술위원회’는 각 장르별 현장에서 상향식 추천 공모를 통해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소위원회에서 의원을 호선하여 위원회를 조직하게 된다. 

신용목 시인은 “예술현장에서 추천과 공모를 통해 장르 별로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호선을 통해 위원회로 올려 보내는 방식이며, 소위원회를 통해 예술의 가치 투쟁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한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기존에는 각 장르의 원로들을 위원으로 위촉하는 방식이 이뤄졌지만 신용목 시인은 “원로 단 한 명이 현장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원로는 현장성을 대표하지 않고 상징적일 뿐이다.”며 국가예술위원회의 소위원회는 추천과 공모를 통해 7, 8명의 위원을 뽑게 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소위원으로 단체와 협회는 가능한 배제하며 “쿼터제처럼 문인단체에 한 자리씩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전했다. 

질문을 하는 김미도 연극평론가 <사진 = 김상훈 기자>

토론회에서는 발표를 지켜본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김미도 연극평론가는 소위원회 구성이 어떻게 이뤄질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예술인들의 연령대도 몹시 다양하고 장르도 연극 안에서 여러 갈래로 나뉘며 연출, 극작, 기획, 배우 등 역할도 다르기 때문이다.  

신용목 시인은 이에 답하기에 앞서 “문학계가 지금까지 그나마 건강성을 유지하는 것은 문학권력 논쟁 덕분이다. 문학 권력은 어떤 보편적 미학을 지속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논쟁이 일어나게 되며, 그러한 논쟁을 통해 문학을 상업적인 것으로부터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 내에서 이뤄지는 가치투쟁의 현장성을 반영하는 사람들이 두드러져 있다고 생각한다.”며 “문학 같은 경우 시와 정치 논쟁, 최근의 성폭력 문제 등 끊임없는 논쟁을 통해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인정투쟁에는 합의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지만, 논리적 과정을 통해 어떤 의견이 우세하다는 것이 대체로 판명된다. 그렇기에 문학이 가지고 있는 다양하고 넓게 퍼진 것들 중 지금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추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테면 문단 내 성폭력을 통해 문학 내 여성 문제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게 되고, 여성 문제를 가장 객관적이고 보편적이고 합리적으로 다루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드러날 것.”이라며 추천과 공모의 과정을 통해 합의가 이뤄질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축제 오성화 감독은 신용목 시인의 발표를 지켜보고 “(발표된 내용이) 너무나도 환성적이었다.”고 감상을 밝혔다. 오성화 감독은 “더 이상 나의 기능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정책을 많이 기대했었다. 과거의 예술위원회가 그런 가능성을 보이다가 어느 순간 너무 어처구니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며 곤혹스러움을 넘어선 좌절감과 무기력함을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이제는 조금씩 다른 가능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지만 최근 다녀온 예술위 토론회는 그런 가능성을 찾기 어려운 자리였다.”며 “오늘 예술위 전환 발표는 다시 한 번 나도 뭔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고 감상을 밝혔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내용들은 차후 문체부와 워크숍, 현장 공청회 등을 통해 세부 내용을 조정한 후 최종 권고안의 형태로 정부에 전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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