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오역 논란에 반박한 데보라 스미스
"채식주의자" 오역 논란에 반박한 데보라 스미스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1.2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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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2007년 출간됐던 한강 소설가의 단편소설집 “채식주의자”는 2016년 맨부커 국제상이라는 국제적 문학상의 수상으로 인하여 전 국민의 주목을 받게 됐다. 맨부커 국제상은 번역가와 작가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채식주의자”의 번역가였던 데보라 스미스 또한 폭발적인 주목을 받았다. 한국 문학장에 감돌던 인정욕구가 일부분 충족됐고 번역의 중요성이 강조되기도 했지만, 일각에서는 번역가인 데보라 스미스에게 적지 않은 비판이 던져졌다. 초보자도 하지 않을 실수가 많다, 한국에 오래 있지 않았고 제대로 못 하는 번역가가 했기에 번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작품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번역 과정에서 한국문화를 제거했다 등의 비판이 비평가들로부터 이어졌다. 

좌 채식주의자 후 영어로 번역된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

이러한 와중에 데보라 스미스가 채식주의자 오역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1월 20일 서울대학교 두산인문관에서 진행된 국제인문포럼 ‘섹션 4 : 언어와 문화다양성’에 참여한 데보라 스미스는 영미 번역가인 대니얼 한, 한국외대 윤선경 번역가와 함께 발표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데보라 스미스는 수상 이후 얻었던 폭발적인 반응과 비판에 대해서 순서대로 이야기했다. 

“채식주의자에 대한 폭발적 반응 기뻤지만 대응하기 힘든 것들 많아...” 
중요한 것은 번역의 기술과 애착 

데보라 스미스는 먼저 “채식주의자”가 영국과 미국에서 번역됐을 때부터 이야기를 꺼냈다. “책을 번역하는 사람은 많은 사람이 읽어주기를 바라지만 누구도 폭발적인 반응이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선 영국에서 출판됐을 때 호응을 얻고, 이어 미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 기뻤었다.”며 특히 “영미 독자들이 ‘채식주의자’를 타국 문화를 가르치는 매개체가 아닌 문학작품으로 받아들여줬다는 것”과 “한국 독자들의 평가와 영미 독자들의 평가가 비슷했다는 것”이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16년 방한 당시 데보라 스미스. 당시 데보라 스미스는 "번역가가 원작의 어떤 부분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다른 부분에 불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번역은 완벽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진 =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이어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국제상을 수상하고 한국에 방문했을 때에는 기쁜 반응도 있었지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는 반응들도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데보라 스미스는 “원전에 찬사를 보내면 혹은 번역본에 찬사를 보내면 나머지 하나를 폄훼하는 것이라 믿는 이들이 있었다. 한국문화를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한국문학이 해외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우려를 표명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데보라 스미스는 오역에 대한 지적을 포함하여 몇 가지 지적에는 반론을 펼쳤다. “나름대로 번역에 오역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번역가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며 “제 번역에 유난히 오역이 많았다는데 평균치를 어떻게 측정했는지 모르지만,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읽히고 폭넓게 사랑받는 것에는 나쁜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별 도움이 안 되는 지적도 많았다. ‘채식주의자’ 이전에는 잘 된 번역이 없었다는 식으로 인지되는 것은 안타까웠다. 그러한 의견은 상이 어떻게 수여되는지 어떤 마케팅과 출판이 이뤄지는지 고려하지 않은 의견이다.”고 지적했으며 ‘원전의 문화권 소속이어야 원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맞지도 도움이 되는 의견도 아니었다.”고 단언했다. “훌륭한 번역가는 번역의 기술과 번역에 애착을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제인문포럼 섹션 4 <사진 = 김상훈 기자>
‘한국사람들은 직역 기대하지만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 번역 존재하지 않는다’ 
‘영국의 번역가, 문화적 요소 필요 이상으로 바꾸는 것을 지향’ 

영미 번역가이자 작가, 편집자이기도 한 대니얼 한은 데보라 스미스의 말에 이어 번역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대니얼 한이 번역했던 “A General Theory of Oblivion”은 2016년 맨부커 국제상 후보작에 오르기도 했다.  

대니얼 한 <사진 - 김상훈 기자>

대니얼 한은 직역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데보라 스미스가 ‘채식주의자를 직역하지 않았다’고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니얼 한은 “원전과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 번역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지만, 모든 단어들이 다르다는 것을 간과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아무리 원본을 살리려 번역을 하더라도 언어적 차이에 의해 음절, 글자 수, 소리, 글자를 발음할 때의 느낌, 이미지가 전부 바뀌게 되며 “아무 것도 바꾸지 않은 번역은 불가능하고,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지킬지 선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대니얼 한은 “번역가에게 요구되는 것은 작가에게 요구되는 것과 동일하다.”고 전했다. 그는 “번역가들은 궁극적으로 원전을 너무 배신하지 않으며 동시에 독자가 즐겨 읽을 수 있는 번역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자 역할”이라는 것이다. 

데보라 스미스가 번역한 “채식주의자”는 일각에서는 소설 속에서 한국문화를 제거해버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데보라 스미스는 “영국의 번역가들은 문화적 요소를 필요 이상으로 바꾸는 것을 지향하며, 나 또한 한국작가가 한국어로 쓴, 한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는 것을 지워버리고 싶지 않았다. 지워버리는 대신 번역 속에 뭔가를 숨겨놓을 가능성을 점친다.”고 설명했다. 

“채식주의자”에서는 가족관계에 관한 한국적 표현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지만, “소년이 온다”에서는 ‘언니’나 ‘형’ 같은 단어를 그대로 사용한다. 데보라 스미스는 “‘소년이 온다’를 읽은 사람이라면 ‘채식주의자’를 읽었을 것이고, ‘채식주의자’를 읽었다면 ‘소년이 온다’를 읽을 거라 짐작할 수 있다.”며 그러한 지점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데보라 스미스는 또한 “‘소년이 온다’ 등장인물 중 하나가 감자를 호호 불어 먹는 장면이 있는데, 번역에서는 뜨거운 감자를 입 속에서 굴린다고 썼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감자를 불어먹는 것은 한국에서는 군고구마를 길거리에서 불며 먹는 것 같은 장면을 연상하게 하지만, 영국에는 이런 상황이 없다.”며 “등가적이자 육체적인 행위가 있다면, 그것은 감자조각을 입에 넣었다가 너무 뜨거워 입안에서 굴리며 먹는 것이다. 작가가 원작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한국 사람들은 감자를 손에 들고 후후 불어 먹는다.’가 아니라 ‘기다리지 못하고 먹어버리는 어린아이의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에서의 출판 작업, 편집자-번역가-원작자 협업 통해 이뤄져 

섹션을 진행하며 대니얼 한과 데보라 스미스 모두 영국에서의 출판 작업은 편집자와 번역가, 원작가 간의 협업을 통해 이뤄진다고 밝혔다. 대니얼 한은 영국에서 편집자의 권한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스펠링이 맞는 정도를 확인하는 게 아니라 좀 더 직접적으로 작품의 방향이나 구성에 관여하며 “텍스트가 생산되는데 편집자의 역할이 중요하고, 번역을 하며 독자가 어떻게 경험할 것인가라는 관점에 기여해준다.”고 설명했다. 

데보라 스미스 <사진 = 김상훈 기자>

데보라 스미스는 “소년이 온다”에도 편집자의 역할이 있었다며 “그렇기에 편집자가 원전이 어땠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며, 원작에 관한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에는 번역가와 원작자, 편집자가 협의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한 사람의 의도만으로 번역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번역을 할지에 대해 모두가 결정한다는 것이다. 

데보라 스미스의 번역은 아직도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번역의 중요성에 대해 환기해준 사건이 되었다. 이날 진행된 섹션에서는 빈자리가 하나도 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관객이 몰렸으며, 뜨거운 관심 속에서 마무리됐다. 한편 국제인문포럼은 평창으로 이동, 21일에는 한화리조트에서 여섯 번째 섹션을 진행하며, 22일 폐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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