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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레진코믹스 사태’를 통해 본 웹 콘텐츠와 플랫폼과의 관계
이융희 작가 | 승인 2018.01.23 19:34

[뉴스페이퍼 = 이융희 작가] 지난 11일 레진코믹스 사옥 앞에서 열렸던 시위현장에 다녀왔다. 플랫폼의 갑질과 블랙리스트, 정산금 미지급에 불법 계약서까지. 수많은 문제에 맞서 생존을 위해 모인 시위였다. 영하 16도의 추위는 세워둔 물병이 꽁꽁 얼어붙고 나눠 받은 핫팩이 유명무실할 정도였다. 그 추위 속에서도 웹 창작 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외침은 계속되었다. 레진코믹스는 그에 대해서 지금 현재까지 정해진 답변만 반복하며 뻔뻔할 정도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콘텐츠 제작자와 플랫폼의 대립은 쉬이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해당 사안에 대해선 ‘레진코믹스 작가들은 왜 1인 시위에 나섰나’(한겨레, 18-1-18)가 잘 정리해 놓았다.

특히 필자가 주목한 문제적 뉴스가 있다. 레진이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당한 상황에서 해지절차를 문의하거나 사측이 달가워하지 않을 주제인 종료보상에 관한 이야기를 문의한 작가들을 ‘강성작가’로 분류, 법적 조처하려고 했다던 문건에 대한 뉴스였다. 레진코믹스는 사측에 불리한 계약조건이나 예술인 대우정책을 이야기하는 작가를 블랙리스트로 관리해왔으며, 해당 문건은 SBS뉴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그러나 레진코믹스는 자신들은 블랙리스트를 갖고 있지 않으며 그것은 단순히 내부 직원의 감정적 내용전달에 불과하다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후 레진은 블랙리스트 대신 마치 이 사태를 회피하듯 ‘강성작가’라는 네이밍을 통해 작가들을 관리 해왔다.

해당 표현은 현 사태에 대해 가장 중요한 핵심 두 가지와 맞닿아 있다. 바로 창작노동자로서의 웹 콘텐츠 제작자와 예술가로서의 웹 콘텐츠 제작자이다. 흔히 ‘강성노조’라는 방식으로 소비되던 ‘강성’이란 단어가 어떻게 예술가인 ‘작가’에게 붙었을까?

이것은 ‘웹 콘텐츠 제작자’라는 정체성 안에는 두 가지 개념이 과도기적으로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레진코믹스 사태를 바라보는 대중의 오해도 이 부분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개념을 혼재시킨 주범은 바로 플랫폼이다. 웹 콘텐츠 제작자를 노동자와 예술가 사이에서 저울질하며 그들이 원하는 입맛대로 취사선택하는 전략은 그들의 책임을 최소화하고 권리와 자본을 편안하게 추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 그것이 지금의 사태를 몰고 왔다.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웹 콘텐츠 시장’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그 본질을 알 필요가 있다.

웹 콘텐츠와 플랫폼 관계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대상은 웹소설과 웹툰이다. 이 두 대표 콘텐츠들이 어떻게 창작되어서 우리에게 도착하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자.

오른쪽 : 레진 본사 앞에서 진행된 웹소설, 웹툰 작가들의 시위 <사진 = 이융희 작가>

웹 시대의 창작노동자-출판 주체

필자도 카카오페이지에서 웹소설을 연재하고 있다. 하루에 연재되는 편수는 1편, 글자 수로는 5,500자 이내의 분량이다. 손이 느려서 130편의 원고를 준비하는데 걸린 시간은 1년 2개월 정도였다. 연재를 시작하고 70편의 원고를 썼다. 200편으로 소설을 완결하는 동안 하루 평균 창작에 매달린 시간은 5~6시간. 그중 쉴 수 있었던 날은 건강이 나빠졌던 단 이틀이었다. 소설은 주말에도 업로드되었다. 소설이 업로드되는 기간 중에선 크리스마스와 신정 같은 법정 공휴일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이것은 필자만의 독특한 상황이 아니다. 웹소설 중에서는 300편을 넘는 작품을 하루의 휴재도 없이 연재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루에 한 편씩이라고 단순계산을 해봐도 300일이다. 1주일에 한 편씩 연재하는 웹툰도 사정은 비슷하다. 흔히 네이버 웹툰의 조석 작가를 이야기할 때는 네이버 웹툰계의 공무원 같은 이야기를 한다. 하루의 휴재도 없이 몇 년을 연재했다는 찬사다.

그러나 이러한 ‘쉼 없는’ 작업의 과중함, 피로함은 몇 년 동안이나 꾸준히 제기되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콘텐츠 작업물의 결과에는 그러한 ‘근무 시간’에 대한 지표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콘텐츠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은 오로지 제작 완료된 콘텐츠의 가치, 즉 원고료이다. 초반 웹 콘텐츠는 트래픽 모델이 세워짐에 따라 조회수라는 유일한 기준을 기반으로 가치가 매겨졌다. 높은 조회수를 지닌 작품. 다음 작품으로 고정 독자가 꾸준히 연속해서 흘러가는 연독률. 이런 것들이 콘텐츠의 가치로 쉽게 동일시 되었고, 이러한 가치는 지금까지도 ‘1편 당 얼마’라는 가치 기준으로 고정되었다.

문제는 작가는 이 현물 가치를 받기 위해선 상업 플랫폼 시장에 자신의 작품을 내걸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이전의 창작과정은 그저 인고의 시간이 될 뿐 ‘노동’의 가치를 획득할 순 없다. 물론 이러한 고독의 시간은 창작자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과연 웹 콘텐츠의 작가는 순수한 창작자인가?

그렇지 않다. 웹 콘텐츠는 말 그대로 ‘웹’이라는 매체를 매개로 하여 시장작용을 한다. 이때 작가는 순수한 콘텐츠 제작자로서 창작물을 제작하는 것뿐만 아니라 작품의 독자군에 맞춰 어떤 플랫폼에 올릴 것인지, 어떤 공모전(또는 프로모션 행사)에 맞춰서 자신의 장르를 구축할 것인지, 또한 웹소설의 경우는 심지어 몇 시에 올릴 것인지, 어떤 식으로 업로드를 해서 이벤트를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것은 웹 콘텐츠는 순수예술이 아닌 상업예술의 범주이기 때문이다.

즉, 창작자는 창작자인 동시에 자신의 창작물을 올리는 게시판 관리자가 되는 것이고, 그 게시판 관리 및 홍보를 위한 판매담당자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행위는 초창기 블로그나 PC 통신 등 인터넷 매체에서 작품이 연재되던 형태가 남아있는 것으로, 초창기 웹툰이나 인터넷소설들은 이러한 형태로 독자에게 소개되었다. 그러한 창작 주체가 가능했던 것은 그것이 ‘시장’이 아닌 게시판과 특정 팬덤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의 창작-소비의 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종이책 시장으로만 나가도 최종 출판 주체는 창작자가 아니라 출판사였다. 그러나 필자가 글의 도입부에서 밝혔듯 이러한 개념은 웹툰이나 웹소설이 탄생한 지 몇 년이 지나가는 지금에도 아직 과도기적이다. 프로의 영역에서 플랫폼이 내건 것은 이러한 아마추어적 출판 주체를 자신들이 대행해주겠다는 선언이었다. 분명 플랫폼은 업로드부터 작품의 검수까지,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웹 출판의 주체는 플랫폼에서 철저히 작가 이관되고 있고 작품과 관련된 모든 문제의 책임을 작가와 독자에게 미루고 있다.

은폐된 노동착취의 구조-플랫폼

현재 웹툰과 웹소설 플랫폼은 매체적 혁명을 거치며 창작-발명된 것이 아니다. 웹툰의 플랫폼은 그 이전에 블로그나 싸이월드 등 SNS 매체를 통해 업로드되던 웹툰을 거대 포털 사이트에서 한곳에 모아 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변경한 것이고, 웹소설 역시 오래전 인터넷 업로드 사이트들에 ‘웹소설 결제 시스템’이라는 자본 방식이 투입되었다. 이 과정에서 웹 콘텐츠의 창작자들은 자신들의 유희 방식이 자본이 침투하여 노동의 형태로 변질시키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변형 과정은 철저히 은폐되어 있다.

네이버 베스트도전 갈무리

단적인 예로 네이버의 ‘베스트 도전’을 살펴보자. 그곳은 아마추어 창작자들이 자신의 창작물을 무료로 공개하며 창작 시장에서 가치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용문이다. 그곳에서 창작자들은 프로가 되기 위해 무료로 제 작품을 공개하고, 독자는 그 작품 중 재미있는 작품을 취사-선별하여 소비한다. 이곳은 얼마나 작품이 많이 올라오는지 2017년 7월 기준 도전만화가에 한 달 올라오는 작품은 약 8만여 작품 정도가 된다. 그 과정에서 창작자와 소비자는 그 어떤 금전적 거래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사이에서 수익을 획득하는 곳이 있다. 바로 네이버다. 아마추어 창작노동자는 프로가 될 기회를 위해 무료로 작품을 제공하고, 그 작품은 포털 사이트의 트래픽 수익으로 변환된다. 그리고 이러한 트래픽 이익은 결국 프로 작가들의 원고료, 또는 월급으로 지급된다.

현재 콘텐츠 시장(플랫폼)과 창작자의 관계는 오로지 프로의 영역에서만 국한되어 논해진다. 그러나 위의 사례에서 보았듯 아마추어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을 플랫폼에 무료로 제공하고 그러한 출판 주체적 경험을 내재화한다. 그러한 경험에서 성공하여 인기작으로 선택된 작품은 플랫폼에서 출간된다. 이것은 웹소설에서도 비슷하다. 연재 사이트에서 훌륭히 자신의 게시판과 작품 관리를 하면, 그 작품을 판매하겠다며 모니터 중인 출판사에서 컨택이 온다. 즉, 공모전, 또는 연재를 통해 인기를 얻은 작품은 이미 대중적 검증을 마친 작품인 셈이다.

그렇다보니 이러한 창작군들이 모인 플랫폼은 그 자체로 시장 기준이 된다. 출판 주체로서 활동해야 하는 것은 그 이후의 프로가 되기 위한 필수 선별 과정이 된다. 플랫폼은 그저 그 작품을 모으는 중간 연결 기관일 뿐이었다. PD나 담당자 중에서 ‘웹’이라는 매체에 대해서 무지한 사람 또한 많은 이유가 이것이었다. 대부분의 창작 담론은 창작자 수준에서 이미 다 끝나 있었고, 빠른 인터넷 시장 속의 창작 현장에 있지 않은 한 그것이 현업의 담당자일지라도 상황을 인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낮은 임금과 인력난도 꾸준히 문제였다.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 수십 명의 창작자를 컨트롤 해야 했다. 업무는 단순해졌고, 부족한 전문성은 프로 정신, 작가 정신이라는 이름으로 작가의 몫으로 넘어갔다. 대중적 검증을 마쳤으니까, 우리는 연재를 위한 선택지를 제공했으니까. 선인세를 지급했으니까. 플랫폼은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이렇게 작가에게 전적으로 미뤘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작가를 케어하기 위한 집단이 등장했다. 바로 매니지먼트사와 에이전시다. 이들은 플랫폼과의 계약성사와 대리자격으로 불공정계약을 막기 위해 매개해주고 작품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였을 시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주며 작품에 대한 조언까지 해주는 등, 창작자가 가지고 있는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는 공짜가 아니다. 창작자는 자신의 수익에 일부를 이 에이전시에게 지불해야만 한다. 즉, 에이전시는 특정 대가를 받고 창작자가 오로지 창작만을 할 수 있도록 업무를 보조하는 동시에 아마추어 창작자들이 거쳐야 사회화 과정을 보조, 대행 및 교육하는 기관이며 창작자가 창작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에이전시 또는 매니지먼트 회사는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아니다. 이러한 기관들 역시 단순 유통업무만 수행하거나 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플랫폼의 갑질 등에 에이전시가 한치의 이의제기도 없이 소속 작가들에게 지각비를 징수하는 등의 위법을 저지르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창작자들이 에이전시의 사회화를 거친 후 도착해야 하는 최종 목표는 변하지 않는다. 플랫폼이다.
 
시장 신뢰구축의 실패

앞에서 네이버 베스트도전의 이야기를 언급했었다. 네이버 도전만화가에서 시작해 만화작가가 될 수 있는 비율은 몇%일까. 약 0.3%(출처 : 만화가족 아카데미)밖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이런 지난한 과정에서 플랫폼은 슈퍼 갑일 수밖에 없고 창작자에게 유리한 정보는 계속적으로 은폐된다. 그들은 업계 관련 정보를 감추고 자신들만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이득인지 철저히 알고 있다. 그들이 쥔 정보 그 자체가 무형의 자산이고, 그것이 창작자를 유인하는 수단이 되니까.

그렇다면 도대체 첫 창작을 시작하는 창작자들이 계약과 관련되거나 연재처에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가? 그나마 같은 계열에서 노하우를 축적한 선배밖에 없다. 그것이 아니라면 쉽사리 매니지먼트와 에이전시의 말을 믿을 수밖에.

다시금 에이전시와 매니지먼트 같은 중개업체가 왜 생겨났는지에 주목해보자. 작가를 케어하기 위해서, 계약성사와 대리자격으로 불공정계약을 막아주기 위해서. 그리고 에이전시 계약을 통해서만 연재할 수 있는 플랫폼과의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러나 외부 사람들은 비난은 대행업체, 또는 플랫폼 업체가 만들어낸 창작구조가 아니라 창작자에게 쉽게 향한다. 계약서를 잘 읽지 않았느냐. 사회생활을 못 해보았느냐. 그러한 비난 속에서 창작자들은 힘든 싸움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그들의 잘못이 있다면 거대 플랫폼의 횡포에 휩쓸린 것이다. 잘못 세워진 구조에서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정보를 얻고 노력하였던 창작자들의 행위가 잘못이라면, 그것은 구조가 잘못된 것일까 개인이 잘못한 것일까.

레진과 창작자를 비난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결국 다시금 창작자에게 창작 이상의 출판 주체적 행위를 요구하고, 그것에 대한 책임 또한 요구하는 것이다. 레진이 작가에게 ‘강성작가’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프로모션을 마치 수혜, 특혜라고 이야기하는 점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그것은 플랫폼이 당연히 수행해야 할 행위였고, 그것은 창작자와 플랫폼 사이에서 신뢰로 맺은 계약이었다. 그럼에도 플랫폼이 상업 생태계 윤리를 제멋대로 뒤흔드는 까닭은 단순하다.

이 구조 속에선 그들이 슈퍼 갑이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부재한 상황에서 작가들의 노동은 가치를 획득할 창구를 잃고, 그들의 모든 행위는 단순한 유희적 행위로 전락하고 만다. 거대 플랫폼은 그러한 자본적 생리를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금전거래는 권리는 유지하되 의무를 다시금 창작자에게 하나둘 떠넘기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창작자들은 지금, 여기에서 입을 모아 목소리를 발한다. 제대로 된, 올바른 창작 시장의 구축은 지금 살아가는 창작자들의 생계를 유지할 최소 안전망이다. 건전한 시장일수록 업계의 최고를 기준으로 안전망을 구축하지 않는다. 콘텐츠 수요자들의 수요는 다양해지는데 환경은 점점 열악해졌다. 그리고 그 책임은 오로지 작가들의 몫으로 전가되었다.

토론회 포스터 일부

1월 30일 화요일. 한국만화가협회에서는 공정한 웹툰 생태계 조성을 위한 토론회가 열린다. 창작자와 관계 업계 사람들이 목소리는 점점 첨예하게 모이고 있다. 과연 이러한 목소리가 얼마나 시장을 바꿀 것인가. 필자는 이러한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바람직한 미래가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현 사태를 정리하고, 웹 콘텐츠 시장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더 알릴 수 있는 글을 기고한다.

갑자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플랫폼이 보기엔 필자도 강성 칼럼니스트일까.

 

이융희 작가

이융희, 웹소설 작가 및 칼럼니스트

창작집단 Team Cacophony 소속

이융희 작가  info@news-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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