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첫 세월호 희생자 추모 “304 낭독회” 열려,“잊지 않고 계속해서 목소리 내야”
2018년 첫 세월호 희생자 추모 “304 낭독회” 열려,“잊지 않고 계속해서 목소리 내야”
  • 김현정 기자
  • 승인 2018.01.28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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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3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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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현정 기자] 영하 10도를 웃도는 한파에 옷을 두껍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연희동의 한 언덕을 올라가고 있었다. 요 며칠 계속된 한파로 얼어버린 길에 미끄러진 사람을 일행들이 일으켜주며 향한 곳은 바로 연희창작촌. 귀와 코가 빨개진 사람들이 옷깃을 여미며 도착한 곳은 창작촌 내에 있는 미디어랩 공간이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2018년 들어서 처음 열린 마흔한 번째 세월호 희생자 추모 “304 낭독회” 에 참여하는 작가들과 시민들이었다.

1월 27일 토요일 4시 16분에 열린 이번 낭독회는 “너는 이제부터 살아남은 사람이야” 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이 행사는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304명을 기억하기 위해 작가들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행사이다. 이 행사는 4년 째 계속 되고 있다.  

<304낭독회의 시작을 알리고 있는 문학평론가 김태선씨. 사진 = 김현정 기자>

바깥은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웠으나 낭독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인 작은 공간은 훈훈한 기운이 감돌았다. 약속된 4시 16분이 되자 사회를 맡은 문학평론가 김태선씨는 “최근 슬픈 사고들이 일어났다” 며, 밀양 세종병원 화재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를 언급하며 “우리가 안전을 좀 더 생각했더라면 피해갈 수 있었던 사고가 아니었을까” 라며 행사를 시작했다. 청중들은 최근 안타까운 사고를 다시 되새기는 듯 슬픈 표정으로 사회자의 말을 경청했다.  

< 자신의 산문을 읽고 있는 박연준 시인. 사진 = 김현정 기자>

낭독을 미리 신청한 시민들과 문보영, 박연준, 박소란 시인등 작가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어 낭독을 이어갔다. 박소란 시인은 “나의 거인” 이라는 시를 낭독했으며, 박연준 시인은 “다 쓴 마음” 이라는 자신의 하루를 그린 산문을 차분하게 읽었다. 김복희 시인이 자신의 시 “덮어쓰기”의 마지막 문장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이 필요했다” 는 문장을 읽을 때 한 청중은 눈물을 닦기도 했다. 

뒤에서 조용히 청중들과 함께 자리를 지킨 문인들도 있었다. 김금희 소설가와 김나영 문학평론가는 낭독책자를 집중해서 읽으며 글을 읽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낭독 책자를 읽고 있는 문보영 시인. 사진 = 김현정 기자>

낭독에 참여했던 문보영 시인은 “이렇게 모여 낭독을 할 때 세월호 사건 당시의 감정이 되살아나서 새삼 놀랄 때가 많다” 며 “목소리를 실제로 이렇게 내는 행위 자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굉장히 중요하다” 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함께 읽는 글" 을 선창하고 있는 김태선 문학평론가. 사진 = 김현정 기자>

304낭독회 관계자 문학평론가 김태선씨는 “애초에 시작했을 때는 횟수를 정하진 않았지만 한 회씩 거듭하며 함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304번째까지 하면 좋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 라며 “큰 일이 없는 이상 계속 이어나갈 생각” 이라고 말했다.

< 낭독을 듣고 있는 청중들. 사진 = 김현정 기자>

한편 행사 마지막에는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함께 읽는 글” 을 소리 내어 말하기도 했다. “함께 읽는 글” 은 사회자가 한 문장씩 선창하면, 뒤이어 청중들이 함께 이어지는 문장을 소리 내어 읽는 것이다. 자리에 함께 한 사람들은 “이렇게 모여, 우리는 사람의 말을 이어 갑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내지 않겠습니다” 라는 문장을 떨리는 목소리로 함께 읽으며 서로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칼바람이 부는 서울 한복판에서 고요하고 차분하게 진행된 이번 낭독회는 다음달 24일 오후 4시 16분에 예정되어 있다. 사회자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가장 힘들 때는 바로 명절” 이라며 구정이 지난 뒤에 열릴 마흔 두 번째 304 낭독회의 참여에 관심을 부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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