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슐러 르 귄 출판권력 비판한 과거 발언 주목, 2014 수상소감 다시 화제
어슐러 르 귄 출판권력 비판한 과거 발언 주목, 2014 수상소감 다시 화제
  • 김현정 기자
  • 승인 2018.01.29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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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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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현정 기자] 최근 별세한 어슐러 르귄의 2014년도 미국 도서상(National Book Award) 수상소감이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어슐러 르귄은 세계 3대 판타지 소설로 꼽히는 “어스시(Earthsea)연대기” 로도 유명하지만 SF소설의 거장으로도 불린다. 대표작으로는 “어둠의 왼손” 이 있다. 2018년 1월 22일 향년 8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어슐러 르귄 작가에 대한 추모의 물결이 이는 가운데 생전의 활동과 발언이 또다시 재조명 되고 있다. 2014년 미국 도서상 수상소감에서 작가는 “시장 상품을 생산하는 것과 예술을 행하는 것의 차이를 아는 작가들이 필요하다” 고 말하면서 출판 권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었다. 또 작가는 “책은 그냥 상품이 아니다” 라며 “사람이 만든 그 어떤 권력도 사람이 저항하고 바꿀 수 있는 것” 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출판 권력의 문제가 대두된 적이 있었다.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신경숙 작가의 표절문제, 문단 내 성폭력 사건, 그리고 미당문학상 논란 등이다. 

2014년 초 소설가 겸 시인인 이응준씨는 한 기고문을 통해 창비가 출간한 신경숙 작가의 단편 “전설” 의 한 대목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 이라는 작품의 구절을 그대로 따온 표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창비와 신경숙 작가는 전혀 사실이 다르다고 주장했으나, 누가 봐도 유사한 두 작가의 문장 대조, 그리고 신경숙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표절 의혹이 계속해서 논란이 되었다. 결국 신경숙 작가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말로 사과를 한 뒤 자숙했다.   

이 일련의 상황을 거치면서 신경숙 표절 사태는 작가 개인만의 문제로만 끝난 사건이 아니라 문학계 전반의 뿌리 깊은 문제점을 보여준 사건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당시 문화연대와 한국작가회의가 개최했던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계속된 표절 의혹에도 “거장” 으로 자리매김했던 신경숙 작가의 사태에는 “출판사와의 연결고리가 이유” 라고 지적했었다. 

이어 2016년 불거진 문단 내 성폭력 사건은 문단 권력에 대해서 다시금 주목하게 만든 일이었다. 당시 송승언 시인은 “문학과지성사에 고합니다” 라는 글을 통해 “가해 지목자 다수가 문지에서 시집을 낸 시인들이라는 점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라며 당시 폭로된 성추문이 문학과지성사의 문학권력으로 인해 일어난 일임을 꼬집었다. 

또, 가해 지목자들이 시창작 강의나 과외를 운영함에 있어 “문지에서 시집을 낸 시인” 이라는 점이 간과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들이 “사석이나 습작생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다른 문지 시인들과의 친분을 대단한 것인 양 과시하고, ‘자신을 거치지 않으면 문단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식의 발화를 사용하기도 했다” 는 점을 지적했다.

<고양예술고등학교 문창과 졸업생 연대 "탈선". 사진 = 뉴스페이퍼 DB>

고양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 졸업생 연대 '탈선' 역시 '문학과 지성사'에 "문지 시인이라는 타이틀이 가해지목인의 권력이 되었음을 인지하고 이에 책임감을 가질 것“ 을 요구한 바 있다. 

미당 문학상 역시 여러 논란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인 김대현씨는 웹진 문화多 에서 “애초에 문학상이라는 형식 자체가 뛰어난 작품을 가리는 것 보다 문학장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의 권력 분배에 본질이 있다” 고 말했다. 결국 문학상이라는 것은 “문학인들의 인정 욕망을 제도화된 형태로 승인하는 형식” 이라는 것이다. 

<미당문학상 반대집회중 발언하는 정세훈 시인. 사진 = 뉴스페이퍼 DB>

2017년 미당문학상 반대집회에서 한국 민예총 권역 상임 이사장 정세훈 시인은 규탄 발언을 통해 “가장 양심적이어야 할 예술에서 촌철살인의 정신으로 임해야 하는 작가들이 아직도 친일행위를 한 자를 기리고, 상을 만들고 심사하고 주고받고 있다.”며 “본인들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렇게 한국 문학계의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이어져 왔으나 과연 그것이 제대로 지켜졌는지에 대해서는 대답할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어슐러 르귄의 발언은 뼈아프게 다가온다.     

아래는 어슐러 르귄의 2014년도 미국 도서상 (National Book Award) 수상소감 전문이다.

<2014년 미국 도서상 수상소감 중인 어슐러 르귄 작가. 사진 = 르건 동영상 갈무리>

이 아름다운 상을 주신 분들께 제 마음에서 우러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저희 가족, 제 에이전트, 또 편집자 분들까지,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은 저 뿐 아닌 그 분들의 공임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문학으로부터 소외돼 왔던 많은 작가들이 있습니다. 지난 50년간 소위 ‘리얼리즘’ 작가들만 이 아름다운 상을 받는 모습을 지켜만 봐야 했던 제 동료 환상·과학문학 작가들을 대신해 제가 이 상을 받고 또 공유할 수 있어 너무나도 기쁩니다.

제 생각에 앞으로 다가올 힘든 시대에는 현재의 삶에 대한 대안을 볼 줄 알고, 두려움 가득한 이 사회와 기술에 대한 집착을 뚫고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법을 탐구하며, 나아가 진실된 희망의 영역을 상상해내는 작가들의 목소리를 우리가 원하게 될 것입니다. 자유를 기억하는 작가들이 필요해질 겁니다. 시인들, 선지자들… 더 큰 현실을 말하는 리얼리스트들이죠.

현재 우리는 시장 상품을 생산하는 것과 예술을 행하는 것의 차이를 아는 작가들이 필요합니다. 기업이윤과 광고 매출을 극대화하는 영업전략에 따라 글을 만들어내는 것은 책임감 있는 책 출판이나 작가된 도리와는 다른 것이니까요. (용감하게 박수 치신 분들, 감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집부에 대한 권한이 영업부에 주어지고 있습니다. 제 책의 출판사들도 바보 같은 무지와 욕심의 공황 상태에 빠져서, 공립도서관에 전자책을 소비자가의 6~7배의 돈을 받고 판매하고 있습니다. 부당한 폭리를 취하고 있는 쪽에서는 출판사를 불복종으로 혼내주려고 하고, 작가들이 기업 율법에 의해 협박을 당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중 많은 사람들, 즉 책을 쓰고 책을 만드는 우리 제작자들이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고만 있습니다. 상품 모리배들이 우리를 데오드란트인 양 팔아넘기고, 무엇을 출판하고 무엇을 쓸 지 명령하게 그냥 두고 있습니다. (저도 사랑해요!)

아시죠? 책은 그냥 상품이 아닙니다. 이윤 추구와 예술의 목적은 종종 갈등을 빚게 돼 있습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안에 살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힘은 도무지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요. 하지만 절대왕정 시절 왕의 권력도 그랬습니다. 사람이 만든 그 어떤 권력도 사람이 저항하고 바꿀 수 있는 것입니다. 많은 경우 저항과 변화는 예술에서 출발합니다. 그 중에서도 많은 경우, 그것은 우리의 예술, 즉 말의 예술에서 출발합니다.

제 작가 생활은 길고도 복되었습니다. 좋은 분들과 함께했습니다. 그 끝자락에 이른 지금 여기에서, 미국 문학이 노예로 팔려나가는 모습은 정말 보고 싶지 않습니다. 글을 쓰고 출판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우리들은 그 결과의 공정한 부분을 바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받게 될 대가의 이름은 이윤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유입니다.

감사합니다.

 

<본 글의 번역 전문은 http://gwenzhir.keithskim.com/3120607 에 게시되어 있으며, 번역자 김성민씨는 텀블벅에서 일하며 평소에 사진, 글, 디자인 등을 생산하는 사람이다. 본 게시물은 번역자와의 협의를 통해 게시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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