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의 추천도서 : 정유정] 민음사 출판사 “켄 키지 :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문인들의 추천도서 : 정유정] 민음사 출판사 “켄 키지 :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2.01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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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문득 총소리가 그쳤다는 걸 알았어요. 그건 시민군이 진압됐다는 이야기였죠. 그걸 깨닫는 순간 저도 모르게 가슴에 끓던 게 입으로 나오더군요. 책을 보고 눈물은 흘려봤지만, 통곡을 해본 건 그때가 처음이에요.”

작년 11월, 교보인문학석강에 참석한 정유정 소설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책 한 권을 소개했다. 민음사 출판사를 통해서는 2009년 12월 4일에 출간된 켄 키지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이다.

<정유정 소설가(좌)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표지(우)>

정유정 소설가는 518 민주화운동이 있던 당시 광주 하숙집에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진압꾼이 광주를 폐쇄” 하고 “부모님과의 연락이 끊겼기 때문” 에 광주시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는 것. 정유정 소설가는 그때 광주에 남은 어른들은 “우리가 무너지면 광주는 무너지는 것” 이니 “살아 돌아오지 말자” 는 결의를 하며 트럭에 올라 도청으로 향했다고 전했다.

바로 그날 저녁, “비가 오더니 총소리가 들렸다” 고 정유정 소설가는 회상했다. 그러며 정 소설가는 아저씨와 아줌마, 언니, 오빠들이 총에 맞아 죽는 생각이 들어 너무나도 무서웠다고 덧붙였다.

이런 공포를 이기기 위해 정유정 소설가는 대학생 오빠가 쓰던 옆방으로 건너가 제일 어려워 보이는 책을 집어 들었다. 두꺼운 책을 읽으면 잠이 들 것이고, 다음날 아침이면 모두가 돌아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때 정유정 소설가가 집어 읽은 책이 바로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였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는 정신병원에 수감된 환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작중 정신병원은 순종적이고 고분고분한 인간을 만들기 위해 평범한 환자들에게 정신병 진단을 내리고, 정신적으로 학대하는 등 인권을 무시한 행위를 저지른다. 주인공 맥 머피는 이런 정신병원의 체제에 저항하다, 끝내 인간성을 빼앗는 “전두엽 절제술” 이라는 수술을 당하게 된다.

이 작품은 당시 영화로 제작되어 아카데미상을 석권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한 이 작품으로 인해 당시 미국 내에 만연해 있던 대형 정신병원들의 인권침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라, 전두엽 절제술 같은 위험한 치료법이 다른 것으로 대체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기도 했다.

정유정 소설가는 이 글을 읽기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읽다보면 잠이 오겠지” 하고 생각했으나,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자 가슴 속에서 분노인지 감동인지 모를 감정이 끓었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정 소설가는 한 인물이 “전두엽 절제술로 인해 인간성을 빼앗긴 맥 머피” 를 베개로 눌러 죽이는 장면을 보며 “살인이 인간에게 구원이 될 수 있다는 것” 을 처음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동이 터올 무렵, 책을 전부 읽은 정유정 소설가는 “문득 총소리가 그친 것을 문득 깨달았다” 며 “그것은 시민군이 진압됐다는 사실이었다” 고 이야기했다. 이어 정유정 소설가는 “이 순간 통곡을 하며 나는 왜 작가가 되고 싶은지를 알게 됐다” 고 말했다. 작가가 되면 독자에게 이런 이야기(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들려주고, 자신이 겪었던 새벽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

이야기를 마치며 정유정 소설가는 자신은 타고난 성향과 이런 삶의 경험 때문에 “인간의 어두운 본성” 에 대해 쓰게 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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