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징계 결과 실질적으로 집행되지 않은 까닭은? 이사록 공개
한국작가회의, 징계 결과 실질적으로 집행되지 않은 까닭은? 이사록 공개
  • 이민우 기자
  • 승인 2018.02.0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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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이민우 기자] 본지의 지난 6일자 보도 “[단독] 문단 내 성폭력 징계한다던 한국작가회의, 징계 회원 없어”는 한국작가회의가 문단 내 성폭력으로 문제제기가 있었던 작가들을 실질적으로 징계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보도 이후 한국작가회의 최원식 이사장은 7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일각에서 징계를 안 했다고 하는데, 징계위원회 결정과 통보가 바로 징계”이며 7명을 징계했다고 해명했으며, 공지영 성폭행징계위원회 위원장은 7일 '김성준의 시사전망대'에 출연하여 “작가회의가 한 명도 징계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8명의 사람을 징계성으로 경고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의 이러한 해명은 뉴스페이퍼에서 조사한 바와 다르다. 뉴스페이퍼에서는 이사회 회의록을 기반으로 추가적으로 취재한 사실을 아래와 같이 밝히기로 했다. 

- ‘문단 내 성폭력’ 고발 직후 열린 이사회... 징계위 결과 집행 하지 않아 

16년 10월 문단 내 성폭력 고발 이후 회원들에 대한 고발이 잇따르자 한국작가회의는 공지영 소설가를 위원장으로 징계위원회를 구성했다. 징계위원회는 뉴스페이퍼에서 앞서 보도한 대로 6명 제명, 1명 1년 자격정지의 징계 결과를 냈다. 그러나 17년 1월 이사회에서 집행을 유보하며 실질적으로 징계가 집행되지 않았다.  

당시 이사회에는 최원식 이사장을 비롯 62명 중 25명의 이사가 참석했으며, 35명이 위임했다. 공지영 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징계위원회 결과보고에 관한 건’은 이사회 마지막 안건이었으며, 회의 중 작가회의 사무처장은 “결과물은 나왔지만 집행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작가회의 사무총장이 이사들에게 집행의 유보를 제안했으며, 이에 대해 이사들 간의 갑론을박이 오고갔다. 징계위 결과를 집행하라는 A 이사의 지적에 사무총장은 징계위원장과 이야기를 했으며, 이번 이사회를 통해 결정하면 되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러한 대화 중 징계위의 결정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기도 했다. 7명을 대상으로 6명을 제명, 1명을 1년 자격 정지로 결정이 났지만 그 사이에 4명이 탈퇴를 해버리며 제명이 가능한 사람이 3명만 남았다는 것이다. 

결국 이 안건은 다음 이사회로 지연시키기로 결정 나며 통보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회의에 참석한 징계위원은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 이사회 이후 전원 탈퇴로 인해 징계 조치 불가 

위 대화는 17년 1월 있었던 이사회 회의록 중 일부이다. 그렇다면 이후의 이사회에서는 탈퇴하지 않은 회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제명 조치가 이뤄졌을까? 지난 6일 뉴스페이퍼는 한국작가회의 홍기돈 대변인으로부터 이와 관련된 사실을 확인했다. 

기자 : 일곱 명 중 세 명만 제명을 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부분이 확실한가요? 
대변인 : 세 명을 제명하려 하니 탈퇴서를 내버렸어요. 이것을 어떻게 할 것인지 회의를 했어요. 그러나 조사권이 없는 상태에서 더 어떻게 할 수 있겠냐. 어쩔 수 없이 수용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곱 명 중 탈퇴를 하지 않은 세 명에 대한 제명이 이뤄졌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홍 대변인은 “세 명을 제명하려 하니 탈퇴서를 내버렸다.”며 “어쩔 수 없이 수용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징계 회원 전원이 탈퇴하며 실질적으로 어느 누구도 징계를 받지 않은 것이다. 

- 징계 당사자도 모르는 징계? 

징계를 받았다는 작가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뉴스페이퍼에서는 탈퇴한 7명의 전 작가회의 회원 중 한 명인 A 시인과 접촉하여 징계 여부에 대해 확인해보았다. A 시인은 문단 내 성폭력 폭로 운동 당시 거론됐던 작가 중 한 명으로, 한국작가회의를 비롯 여러 협회에 가입해있었다. 

A 시인은 “작가회의로부터 연락을 받은 건 3번뿐이었다.”고 설명했다. 두 번의 전화와 한 번의 소명서가 도착했고 소명서를 발송 직후 작가회의를 탈퇴했다는 것이다. 탈퇴 이후 작가회의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묻자 A 시인은 한 번도 없었다고 답하며 자신이 어떤 징계를 받았느냐고 되물었다. 

- 제대로 된 소통과 절차 보여주시길 

징계 대상자조차 알지 못하는 징계를 유의미한 움직임이었다고 자평하는 것은 무리수로 보인다. 또한 징계를 정하고 통보하는 과정에서 조직 내의 사람들조차 어떤 일이 이뤄지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점은 조직 내에서조차 제대로 소통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작가회의 회원 B 씨는 뉴스페이퍼에 자신이 작가회의 회원이지만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소통의 문제를 토로했다. B 씨는 “전임 이시영 이사장과 전우용 사무총장 때 이사회 회의록은 메일을 통해 공유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2년 동안 메일 공유를 한 번도 안했다.”며  “징계 결정이 났으면 그것을 공지하는 게 원칙이다. 공지를 해줬다면 이런 논란이 생기지도 않았다. 한번은 문제에 대해 왜 공유하지 않느냐고 따지자 다 논의됐다고 이야기하더라. 정말 짧게 메일이 왔지만 논의 내용이 아무 것도 없었다.”고 토로하고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이 작가회의에 요구한 것은 엄정한 사법적 판단이 아니라 “은폐하려 하지 말 것”, “혼란에 맞서는 목소리의 중요성을 알고 시국선언을 한다면, 성폭력 고발에 대해서도 일관적인 태도를 보일 것” 등 도덕적 지점이었다. 한국작가회의가 보여준 일련의 과정은 해소의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케 만든다. 제대로 된 소통과 절차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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