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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 내 성폭력 고발자, 한국작가회의에 성명 발표... "피해자들의 목소리 귀 기울여달라"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2.10 20:44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자신을 문단 내 성폭력 고발자라고 밝힌 여성이 10일 서울 마포중앙도서관 입구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한국작가회의에 해결 의지를 물었다. 

한국작가회의는 지회를 포함해 전국에 약 3천여 명의 작가들이 가입해있는 문인단체로, 지난 16년 문단 내 성폭력 폭로가 있었을 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작가들이 다수 소속되어 있었다. 한국작가회의 측은 공지영 작가를 위원장으로 징계위원회를 구성했으나 뉴스페이퍼의 취재에 따르면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참고 기사 : "[단독] 문단 내 성폭력 징계한다던 한국작가회의, 징계 회원 없어" / "한국작가회의, 징계 결과 실질적으로 집행되지 않은 까닭은? 이사록 공개")

10일은 한국작가회의 총회가 열리는 날로, 고발자 여성은 총회 직전 입구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했다. 

고발자 여성이 자신을 참고문헌없음 필진 중 하나라고 소개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여성은 스스로를 "참고문헌없음"의 필자 중 한 명이자 문단 내 성폭력 고발자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필명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을 우려해 밝히지는 않았다. "참고문헌없음"은 문단 내 성폭력 피해자를 지지하고 법률 비용과 의료비를 지원하기 위해 출간됐던 책으로, 피해자와 연대자들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여성은 "아주 어린 나이에 성폭행을 당했고, 노예처럼 어둠의 시간을 보냈다."며 2016년 문단 내 성폭력 폭로가 있었을 당시 "가해지목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들을 발견하고, 그들을 돕고 함께 고통을 이겨내자는 마음에서 폭로하게 되었다."고 회상했다. 

폭로 뒤 보복성 고소로 고통을 받았다는 여성은 "문단 내 성폭력 연대자들의 도움으로 살아남았다"며 "피해자들은 권력 때문에 피해 사실을 폭로하지 못하고 있고, 가해지목인은 아무렇지 않게 자리를 보존하며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명서를 낭독 중인 고발자 여성 <사진 = 김상훈 기자>

한국작가회의 건물 앞에서 호소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작가회의가 한국 문인을 대표하는 대형 단체라고 생각했고, 해결의지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해결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피해자들이 징계위원장에게 접촉을 했었다. 그러나 다 무시받았다."며 "어디에도 이야기할 곳이 없었다."고 호소했으며, 한국작가회의에 △ 문단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줄 것, △ 작가회의 내부에 문단 내 여성혐오 성찰을 위한 기구를 신설할 것, △ 작가회의 내부에 성범죄가 일어났을 시 어떻게 할지 정확하게 발표해줄 것 등을 요구했다.

또한 자신은 공소권 소멸로 인하여 성폭력에 대해서는 고소할 수 없지만 "언론 취재 과정에서 가해지목인으로 인한 피해자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제 제자 같고 제 피붙이 같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작가회의 최원식 이사장 <사진 = 김상훈 기자>

한편 한국작가회의 최원식 이사장은 정기총회에 앞서 "지면 제공, 출판, 그리고 수상을 빌미로 권력을 쥔 자들이 성폭력을 자행하는 데 단호히 반대한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한다."며 "새 집행부가 구성되면 이사회를 가능한 빨리 구성하여 이 문제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정기총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문단 내 성폭력에 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한국작가회의는 이번 총회를 통해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하게 된다. 새로운 집행부가 문단 내 성폭력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기총회가 진행 중이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이하는 문단 내 성폭력 고발자 여성이 발표한 성명문 전문이다.

성명서

저는 꽃뱀이 아닙니다. - 저는 꽃뱀이 아닙니다. 저는 공갈 미수범도 지적장애자도, 정신병자, 메저키스트도 아닙니다. 할 일 없이 남을 음해하고 돈을 갈취하는 그런 범죄자가 아닙니다.

저는 가장 따뜻한 모습과 인자한 모습으로 시를 사랑하는 한 사람에게 아주 어린 나이에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긴 시간 폭력과 학대 속에 저의 영혼은 마비되어 그의 꼭두각시로 시키는 대로 노예처럼 긴 어둠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힘들게 찾은 자유는 낯설었고, 2016년 10월 문단내 성폭력 운동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제가 오래 겪었던 그 죽음과도 같았던 고통의 시간보다 더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금까지 겪어오고 있습니다.

저의 힘겹던 폭로는 SNS에 폭로되고 있는 저의 가해지목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들을 발견하고 그들을 돕고 함께 고통을 이겨내자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저의 폭로 뒤에 저는 수차례 보복성 고소를 당했고 그 지난한 법적 소송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보복성 고소들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저는 문단내 성폭력 연대자들의 도움으로 살아남았습니다.

여러 언론의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주목을 받았고 언론 취재 과정 속에 저 이외에 피해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저는 더욱 더 절망했습니다.

그의 피해자들은 그의 권력 때문에 피해 사실을 폭로하지 못하고 혹시라도 보복과 불이익을 당할까봐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가해지목인들은 아무렇지 않게 자리를 보존하며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피해자들을 사기꾼, 꽃뱀, 돈을 노리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범죄자들로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저의 마음 속 원한을 떠나 저의 조카와 후배같은 피해자들을 걱정합니다. 저 자신이 성폭력의 심각한 트라우마로 긴 어둠의 시간을 보냈기에 또 그들이 일생 동안 겪어내야 할 성폭력 범죄의 끔직한 후유증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젊디 젊은 피해자들이 걱정되어 그들과 함께 연대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을 위해 그리고 그들과 함께 외칩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돈이 아니라 진정한 사과라는 것! 그것이면 우리는 가해지목인들을 용서하고 스스로 치유받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그러나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사과가 아닌 자신들이 오히려 피해자라는 보복성 고소뿐이었습니다.

문단내 성폭력 사건들을 이미 다 알고 있는 각종 문인협회나 문인들은 가해지목인들의 거짓말을 믿고 피해자들을 꽃뱀, 허위 사실을 날조하는 범죄자들로 믿고, 그렇게 매도합니다. 그들이 저희의 피맺힌 억울한 외침에 단 한 번도 귀 기울준 적이 없다는 사실에 분노합니다.

적어도 영혼을 위무하는 숭고한 문학을 하는 자들이라면 피해자의 외침에 한 번쯤은 귀 기울여 주었어야 합니다.

한국 문단은 희망이 없습니다. 한국 문단은 유구한 성폭력의 역사적 온상이 되었으며 성폭력 범죄의 공모자들과 방관자들이 문학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을 뿐입니다.

제가 한국작가회의 건물 앞에서 이렇게 호소하는 이유는 한국작가회의가 한국 문인을 대표하는 대형단체라 생각했고 긴 시간, 진상 규명이나 이번 사건에 대해 해결의지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에 대해 너무도 실망했기에, 피해자들을 대변해서 한국작가회의에 의지를 확인하고 싶어서입니다.

저는 한국 문인의 대표 단체인 한국작가회의에 묻습니다. 저희 피해자들의 고통과 아픔, 절망, 분노에 한 번쯤은 마음을 열고 귀 기울여 준 적이 있는지, 이번 사건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문학을 하는 문인들이 한 번쯤 마음으로 피해자들과 함께 해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우리 피해자들도 힘겨운 보복성 고소 사건들에서 벗어나 일상의 소소한 기쁨들을 누리며 행복하지는 않더라도 끔찍한 성폭력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며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습니다.

저는 꼭 한 번 묻고 싶습니다.

한국작가회의가 피해자들을 위해 해줄 것이 전혀 없는 것인지, 어떠한 해결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인지 꼭 물어보고 싶습니다. 헛된 기대라면 단호히 버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한국작가회의에 요구합니다.

1. 문단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주십시오.

2. 작가회의 내부에 여성혐오 성찰과 피해자 성찰을 위한 기구를 신설해주십시오.

3. 앞으로 작가회의 내부에 성추행 성폭행이 있을 시 어떻게 할지 정확하게 발표해주십시오.

김상훈 기자  ksh@news-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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