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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민주적이고 열린 한글 학회를 향하여 - 개정되어야 할 한글학회 회칙
김영환 부경대 교수 | 승인 2018.02.12 17:07

[뉴스페이퍼 = 김영환 부경대 교수] 한글학회는 근대 이후 우리 역사를 지켜온 큰 학회다. 우리지식인의 한글에 대한 오랜 무관심과 냉대를 뚫고 식민지 시절에는 말글 표준화에서 중심역할을 하여 다가올 광복에 미리 대비하였다. 이 업적 때문에 분단 뒤에도 남북은 기본적으로 같은 맞춤법을 쓰고 있다. 한자를 폐지한 점에서도 남북은 같았다. 남쪽에서는 학계의 주류라 할 수 있는 경성제대의 식민지 유산인 ‘과학적’ 국어학의 도전을 끝내 이겨냈다. 이것만으로도 한글 학회의 공적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요즘은 그 차지하는 자리가 비록 옛날 같지는 않지만 아직도 대중에게 한글학회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는 다른 학회나 단체보다 남다르다. 

그런데 이런 양달 못지않게 응달이 자리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어학자나 언어학자 중심으로 너무 닫혀 있지 않은가 하는 소리가 있다. 한글은 우리 역사와 문화의 모든 영역에 걸치는 문제이기에 사상사를 공부하는 사람, 기호학이나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 서예에 관심 있는 사람 등 여러 분야에서 나름으로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다. 개헌을 앞둔 요즈음 쉬운 헌법 만들기 운동에는 법학자, 국회의원, 시민단체도 힘을 모으고 있다. 조선어 학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사람을 살펴보면 정치인, 교육자, 변호사, 철학자, 언론인, 경제인 등 다양하였다. 한글학회 회칙은 2006년 3월 이전까지는 우리 말글을 연구하고 실천·발전시키는데 찬동하는 국민 누구나가 정회원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회칙은 정회원 자격을 ‘국어학․언어학이나 국어 교육학, 또는 이와 관련된 분야의 연구에 종사하는 이로서 공인된 논문을 발표한 실적이 있는 이’로 한정한 것은 회원의 확대를 굳이 바라지 않는다는 소극적이고 닫힌 태도를 풀이될 수 있다. 

또 평의회 문제가 있다. 현재의 회칙에 보면, ‘이사회가 평의원을 추천하여, 평의원회에서 평의원을 인준’하도록 되어 있다. 임기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사실상 무기한이다. 평의회는 이사를 선출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정회원이 회장과 이사를 바로 뽑을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 평의원회는 이사 선출이라는 일 외에 별다른 구실을 하지 않는다. 이것은 학회 운영의 민주화에 걸림돌이 된다. 이런데도 2011년 3월 정기총회에서 부분적으로 고친 회칙은 더 나빠졌다. 회칙을 고칠 권한을 이사회에서만 발의하도록 만들어 11명의 이사들이 더 큰 권한을 갖게 하였다.

이런 학회 운영의 문제점을 시정하려는 노력이 있어 2017년 3월 25일 정기총회가 있던 날에 ‘한글학회 회칙 개정위원회’에 설치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어 4월 18일에 ‘한글학회 회칙 개정위원회’가 출범하였다. 1차 회의가 한글학회 회의실에서 열려, 김주원·이관규·김수열·김정수·정동환·박용규·이창덕·홍현보가 위원이 되고 위원장으로 리의도가 뽑혔다. 이후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개정안에 합의를 보았다. 

우선 정회원의 자격을 ‘우리말과 글의 연구․보급․발전을 위하여 애쓰는 이로서 공인된 실적이 있는 이.’로 고쳤다. ‘저술만이 아니라 창작품, 전시회, 공연, 말글 운동 등’에 실적이 있는 이는 정회원이 될 수 있게 하였다. 말썽 많던 평의원회를 ‘운영위원회’로 이름을 바꾸고 정회원 한 사람이 운영위원 입후보자 중에서 5명까지 투표하여 운영위원을 선출하게 규정하였다. 운영위원회에서 운영위원 한 사람마다 이사 입후보자 중에서 2명에 투표하여 이사를 선출하게 규정하였다. 회원 총회에서 회장·부회장·감사를 입후보자 중에서  정회원이 선출하게 규정하였다. 아울러 이사도 회장과 부회장에 입후보할 수 있게 하였다. 회칙 개정 조항도 고쳤다. 회칙 개정시 ‘이사회에서만’ 발의할 수 있었는데, ‘정회원 20명 이상 또는 이사회’가 발의할 수 있게 고쳤다. 이런 개정안은 정회원의 뜻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어 민주적이다.

그러나 한글학회는 합의된 개정안을 홍보하는 데는 소극적이다. 어떤 이는 개정안을 부결시키자는 운동도 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학회 회원이 바뀐 회칙 개정안을 모르고 있다. 오는 3월에 열릴 총회에서 회칙 개정안이 총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회칙 개정에 학회 회원과 한글에 대한 애정을 가진 시민 사회의 적극적 지지와 폭넓은 참여가 중요하다. 지금과 같은 무관심 속에서는 회칙 개정 운동이 아무 성과도 없이 끝날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 우리 역사에 더 큰 발자취를 남긴 한글학회가 새로운 회칙으로 활기를 되찾아 온 겨레가 사랑하고 아끼는 학회가 되기를 바란다.

글쓴이: 김영환(한글철학연구소, 부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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