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시인 특집] 추천 시 7. 너는 네, 대신 비, 라고 대답한다 - 강혜빈 시인
[신인 시인 특집] 추천 시 7. 너는 네, 대신 비, 라고 대답한다 - 강혜빈 시인
  • 강혜빈 시인
  • 승인 2018.02.20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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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에서는 데뷔 5년차 미만 신인 시인들 중, 작품이 뛰어난 시인을 선정하여 미발표 신작 시와 시에 관한 짧은 단상, 에세이 등을 연재합니다. 시인들의 시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너는 네, 대신 비, 라고 대답한다
  
  
*
  
  
지금부터 뒤꿈치를 밟으면서 쫓아오는 그림자가 있다

나를 거꾸로 심으면 발끝에서 뿌리가 자라니까 
  
울상이 된 잎맥처럼 지루한 끝말잇기를

아래에서 위로 떨어지는 돌멩이를
  
스스로 멀어진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밤마다 재우고 먹였던 병들을 빗속으로 던진다

유행처럼

어떤 투명함도 전시할 생각이 없으니까 
  
어디에서도 살 수 없는 쨍강쨍강

그러나 와장창도 아니게


*


너는 곰, 대신 문, 이라고 대답한다

건조한 식물을 위해 대신 울어주는 뺨이 있다 
  
나는 어째서 창문의 용도를 잊어버리고

끝없는 정수리들이 한꺼번에 걸어온다 
  
구멍이라고 쓰면 검어지는 것들 
  
껴안으면서 더욱 커다래지는 것들 
  
  
*
  
  
먼저 손끝이 지워진다
  
너무 투명해서 더는 투명해질 수 없을 때까지
  
몸속에 흐르는 물까지 전부 상상할 거니? 
  
징검다리를 건너다 조용히 미끄러질 때까지 
  
속으로 숫자를 세다가 처음으로 돌아와

누가 빨갛게 세수를 하고 있거든

마지막으로 얼굴을 찍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그리고

셔터들
 

 

 

시작노트

 

몇 시時에 나는 시인이 되고 
몇 시詩에 나는 사진가가 되고
  
시詩적인 표정이란 뭘까 고민하면서
유니콘이 되고 마요네즈가 되고
  
몇 시時에 몇 시詩를 찍고
    
강혜빈 시인
2016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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