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시인 산문집 "질문 있습니다" 출간, "윤리는 목격한 것 가운데 발생"
김현 시인 산문집 "질문 있습니다" 출간, "윤리는 목격한 것 가운데 발생"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2.21 1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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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지난 16년 9월 계간지 "21세기 문학"에 발표됐던 산문 "질문 있습니다"는 문단 내의 가부장제와 이로 인한 여성 혐오를 직접적으로 지적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술자리와 출간기념회에서 '이새끼, 저새끼' 운운하며, "여자가 무슨 시를 쓰느냐"는 언사를 서슴치 않는 작가들의 모습을 그려낸 김현 시인은 "문단의 이런 사람들은 왜 아직도 처벌받지 않고 반성하지 않고 여전히, 그곳에, 버젓이 살아남아 가해자로 사는 삶을 이어 가고 있을까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로부터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이 일어났고 소설가와 시인들의 성추행과 성폭력이 고발됐다. 최근에는 고은 시인의 성추문으로 인해 문단 내 성폭력 문제가 다시 한 번 화두에 올랐다. 

김현 시인의 질문은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여전히 가해자들은 가해자로 살아가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어째서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김현 시인의 신작 산문집 "질문 있습니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질문있습니다 표지 <사진 = 출판사 제공>

산문집 "질문 있습니다"는 "21세기 문학"에 발표됐던 산문을 표제작으로, 34편의 산문이 묶였다. 김현 시인은 34편의 산문 안에서 가부장제, 남성 중심주의, 군사주의의 산물이 만들어낸 참상을 바라본다. 그 참상은 문단 내 성폭력 문제부터 젠트리피케이션, 제주 강정 마을, 세월호 참사, 성소수자에 대한 억압까지 다양하다. 

참담한 것은 아직도 여전히 어딘가에서 이 모든 사건이 꽃뱀들에 의해서, 설치는 여성(작가)들에 의해서 벌어진 것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것. - 산문 "자수하세요" 중

"이 책방이 사라질 처지에 놓여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 계약과 계약 해지라는 법의 말로 간단히 정리될 수 있으나 내막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 산문 "거기 있을래요?" 중

김현 시인은 참상의 원인을, 가해자들이 일말의 윤리성도 가지지 못하는 것을, 윤리를 목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윤리는 보는 것이다. 목격한 것 가운데 윤리는 발생한다."는 시인은 "남성 중심주의, 가부장제, 군사주의 속에서 기득권으로 그들이 목격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인의 산문집은 무거운 사회적 담론으로 가득 차 있지 않다. "한 여성단체에서 오랜 세월 자원 활동을 하고", "그곳의 언니들이 남성인 저와 가부장제와 군사주의의 산물인 제 삶을 얼마나 근사하게, 천천히, 무한히, 변화시켰는지" 간증할 수 있다며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밝힌 시인은 목격할 수 있는 눈을 가진 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윤리를 탄생시키기 때문이다. 

마이크를 잡고 있는 김현 시인 <사진 = 뉴스페이퍼 DB>

김현 시인의 시선은 세월호 낭독회에서 강정 마을, 헌법재판소를 지나 좋아하는 동료 작가와 존경하는 선배들에게 머무르기도 한다. 

산문집 "질문 있습니다"는 윤리를 목격한 한 시민이자 문인인 김현 시인이 들려주는 여러 이야기들이다. "문단의 이런 사람들은 왜 아직도 처벌받지 않고 반성하지 않고 여전히, 그곳에, 버젓이 살아남아 가해자로 사는 삶을 이어 가고 있을까요?"라는 질문의 답에 대해 기자는 가해자들이 '아직'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다. 

문단 내 성폭력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바라본다는 것은 자신의 태생적 특권을 내려놓고 시대에 걸맞는 시민으로서 존재할 때 가능하다. 한국문단의 자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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