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찬호 시인, 친일문학상 수상경력 문제되어 문학제 추진위원장 사의 표명
송찬호 시인, 친일문학상 수상경력 문제되어 문학제 추진위원장 사의 표명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3.07 2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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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문학상 수상경력 문제된 두 번째 사례
문학상과 문학제가 사유화됐다는 지적도 있어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17년 문단에는 친일문인기념문학상(이하 친일문학상)에 대한 비판 여론이 팽배했다. 미당의 친일시, 부역시를 제외한 채 발간된 미당 서정주 전집은 비판 여론에 불을 붙였고, 결국 대형 문인단체인 한국작가회의는 회원들에게 ‘친일 문인 기념 문학상’과 관련된 심사, 수상 등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모든 회원들에게 권고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미당문학상 폐지를 위해 시상식장 앞에서 열린 집회 <사진 = 뉴스페이퍼>

한국작가회의 충북지회는 권고 단계를 넘어 “친일과 관련된 어떤 문학상도 박멸할 것을 다짐”하기도 했으며, 미당문학상 시상식이 열리는 프레스센터 앞에서 시민단체와 작가들이 모여 반대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특히 5.18문학상 본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혜순 시인은 미당문학상의 수상 전력이 논란이 되자 수상을 사양하며 미당문학상 수상 전력이 문제시 된 첫 사례가 되었다. 

18년에는 김혜순 시인의 사례에 이어 친일문학상 수상 경력이 문제가 되어 제동이 걸린 사례가 발생했다. 충북 지역 문학축제인 오장환문학제가 추진위원장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추진위원장 내정자인 송찬호 시인의 미당문학상 수상 전력이 문제시 된 것이다. 

2007년도 오장환문학제 모습 <사진 = 보은군 제공>

오장환문학제는 보은 지역 출신인 오장환 시인을 기리고 그의 문학정신을 알리기 위해 보은문화원이 주최하는 문학축제로, 올해로 23회를 맞이한다. 올해는 특히 오장환 시인의 탄생 100주년으로, 어느 해보다도 공들인 축제가 될 예정이었다. 

“미당의 문학세계를 기리는 미당문학상을 받은 사람이 그와 대척관계에 있던 오장환 시인을 기리는 문학제의 추진위원장을 맡는 것이 이치에 맞는가.”라며 문제를 제기한 김기준 시인은 “그 동안은 잘못된 부분을 자연스럽게 인지해주길 바랐기에 문제제기를 미뤄왔다.”며 잘못된 부분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장환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오장환과 서정주는 ‘시인부락’ 동인 때부터 함께했을 정도로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으며, 특히 서정주의 첫 시집인 “화사집”은 오장환 시인이 공들여 만들 정도였다. 그러나 서정주가 친일행위를 하며 둘의 사이는 급격히 멀어졌다. 미당 서정주는 이에 대해 자신의 자서전에서 “그의 패들 가운데 누가 나보고 들으라고 ‘친일파’ 어쩌고 하며 깔깔거리고 웃더니 맞장단 쳐 소리 내 웃으며 나를 흘끗 돌아보더니, 그 뒤로 오래잖아 그의 외면이라는 것이 시작되고, 또 친일파 처단을 제일 큰 구호로 내걸던 문학가동맹에 들어가 버리고 말아서”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지난 2월 9일 보은문화원 총회에서 김기준 시인에 의해 처음 문제가 제기된 이후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일이 알려지며 비판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송찬호 시인은 당초 “오창환 문학제 추진 위원장에 미당문학상 수상자가 내정되며 논란이 되고 있다”는 기사에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으며, 자신이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는 것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라 단언했으나, 결국 2월 말 보은문화원에 사의를 표명하며 사태는 마무리됐다. 보은문화원은 추진위원장과 관련된 부분은 아직 결정된 게 없으나 축제를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친일문학상 문제 뿐 아니라 문학상, 문학제 사유화 문제도 제기 

뉴스페이퍼와의 전화에서 김기준 시인은 추진위원장 내정자의 친일문학상 수상경력 뿐 아니라 오장환문학제와 오장환문학상 사유화 문제도 지적했다. 오장환문학제와 오장환문학상을 특정인들이 전유물화하여 권력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으며, 오장환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는 것이다. 

문학상이 권력의 도구로 사용된다는 지적은 김기준 시인만의 의견은 아니다. 친일문학상 반대 운동이 거셌던 2002년에는 문학상 제도가 다수의 영향력 있는 문인을 ‘인간관계의 그물’로 끌어들여 이데올로기 전파의 공범으로 만든다는 지적이 있었으며, 신경숙 표절 사태 때는 문학권력을 만들어내는 도구 – 문예지, 문학상 – 등이 비판받은 적도 있다.  

소수의 문인들이 주요 문학상 심사, 지원사업 심의를 맡고 있다는 비판. 친일문학상 대표격인 미당문학상도 포함됐다.

미투 운동이 거센 최근에는 문학상을 포함한 문학제도 내 요소를 소수가 독점하며 성폭력 피해자를 만들어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2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문단 내 성폭력과 갑질 청산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성미 시인은 “문단 내 성폭력과 권리침해, 문단 권력구조의 관계”라는 발표문을 제시했다. 이성미 시인은 발표문에서 등단제도, 문예지 지면, 문예창작교육, 문학상, 출판사, 공적지원금 등 여섯 요소가 맞물리며 문학권력을 작동시키고 있으며, 소수의 작가와 평론가가 문학상 심사, 공적지원 심사 등 결정권이 있는 요소를 독점하고 이를 통해 영향력과 권력을 획득한다고 비판했다. 

문학상과 관련하여 김기준 시인은 “특히 심사위원들이 연속적으로 심사를 보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정 문인이 심사를 연속해서 볼 경우, 당선이나 등단을 위해서는 심사위원의 문학적 성향, 스타일을 따라가는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고, 그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특정 문학인의 아류가 만들어지며 문단 내 패권을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장환문학상은 특정 문인이 많게는 5~7회나 참여하는 등 특정인들만이 결정권을 쥐고 있었다는 것. 이는 오장환신인문학상의 심사위원이 거의 겹치지 않는 것과는 몹시 대조되는 모습이다. 

또한 2회 심사자였던 최두석 시인이, 3회에는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언급, “설령 적합한 시집이었다고 해도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문학상의 운영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역대 수상자 및 심사위원

김기준 시인은 문학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다른 단체도 문학제의 본질이 흐려지며 참여 기회가 없어졌다.”며 “오장환문학상은 오정환의 시 정신에 합당한 이에게 주어져야 하며, 오장환문학제는 특정 문인들만의 행사가 아닌, 울타리 바깥의 사람들도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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