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계영 '이제는 순수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양안다 '작은 미래의 책', 핀 시리즈 출간 기념 낭독회 성료
유계영 '이제는 순수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양안다 '작은 미래의 책', 핀 시리즈 출간 기념 낭독회 성료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3.0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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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미완성으로 남은 영화에 대한 기록이다. 기억에 의존했으며 주관적인 감상이 포함되어 있다.” - 양안다 ‘극장에서 엔딩 크레딧’ 
“불행을 느낄 때 최대한 많은 사람을 탓하기/다지증의 발가락처럼 달랑거리는/다섯 아닌 여섯, 외롭지 않게” - 유계영 ‘언제 끝나는 돌림노래인 줄도 모르고’ 

두 시인의 낭독에 좌중은 고요해졌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와 음료나 침을 삼키는 소리가 간혹 들릴 뿐이었다. 

<왼쪽부터 양안다, 유희경, 유계영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이는 8일 위트 앤 시니컬에서 진행된 ‘.현대문학 핀 시리즈 라이브 낭독회’에서의 일이다. 본 낭독회는 ‘핀 시리즈 시인선’을 중심으로 이대 인근에 위치한 시집 전문 서점 위트 앤 시니컬과 현대문학이 함께 마련한 콜라보레이션 무대이다. 

‘핀 시리즈 시인선’ 현대문학이 선정한 한국 문단에서 가장 첨예한 여섯 작가들의 작품을 현대문학 지면에 소개하고, 이후 책으로 엮은 6권의 단행본이다. 이날 낭독회에는 여섯 명의 작가 중 유계영, 양안다 시인이 참여했다. 두 시인은 이번 핀 시리즈를 통해 시집 ‘이제는 순수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와 ‘작은 미래의 책’을 각각 펴냈다. 

<양안다 시인의 낭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2014년 현대문학 6월호에 ‘공원을 떠도는 개의 눈빛은 누가 기록하나’ 등 5편의 시를 발표하며 데뷔했으며, 문학동인 ‘뿔’에서 활동 중인 양안다 시인이 먼저 낭독을 시작했다. 양안다 시인은 시집 ‘작은 미래의 책’에 수록된 시 ‘극장에서 엔딩 크레딧’과 ‘전주곡’, ‘오전 4시, 싱크로니시티, 구름조금, 강수 확률 20%’, ‘펀치드렁크 드림’ 등을 낭독했다. 낭독이 끝난 후에는 FINE의 INRTRO를 선곡해 독자들과 함께 들었다. 

<유계영 시인의 낭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어진 순서는 2010년 현대문학을 통해 데뷔했으며 시집 ‘온갖 것들의 낮’을 펴낸 유계영 시인의 낭독이었다. 유계영 시인은 시집 ‘이제는 순수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에 수록된 시 ‘공장 지나도 공장’, ‘언제 끝나는 돌림노래인 줄도 모르고’, ‘버닝 후프’, ‘횡단’, ‘환상종’ 등을 낭독했다. 낭독이 끝난 후에는 선곡한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의 love is a losing game를 청해 들었다. 

핀 시리즈에 참여하며 두 시인은 약간의 불안함, 초조함이 있었다고 밝혔다. 스무 편 가량이 수록되는 작은 시집이다 보니,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시집의 볼륨감이 느껴지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이 됐다는 것. 하지만 유계영 시인은 “막상 받아보니 두께, 편수 상관없이 호흡 같은 것도 적당”했다며 “작고 예쁘고 마음에 쏙 들었다.”고 전했다. 

양안다 시인은 자신의 시집에는 ‘이토록 작고 아름다운’이라는 제목의 상중하 연작시가 실려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며 이 세 편의 시를 핀 시리즈에 실을 때 “여기에 나오는 인물들로 한 편의 영화처럼 스무 편을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유희경 시인은 “사실 시인들이 (시집을 엮을 때) 다 기획해서 묶는다.”고 공감의 의견을 표했다. 

또한 유희경 시인은 “양안다 시인의 시에는 영화가 자주 언급”되고, “유계영 시인의 에세이는 한 편의 영화 같았다.”며 영화에 대한 특별한 경험이 있는지 물었다. 

<유계영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양안다 시인은 사실 “저는 영화를 잘 안 본다. 별로 안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다만 ‘매그놀리아’, ‘홀리 모터스’, ‘시네도키, 뉴욕’처럼 “좋아하는 영화 몇 가지는 같은 영화를 계속 돌려본다.”고 말했다. 유계영 시인은 ‘테오 앙겔로풀로스’와 ‘이마무라 쇼헤이’의 영화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며 “시 공부를 가르치는 예고 학생들에게 시적 영감을 얻은 영화를 이따금 보여준다. 근데 그렇게 자더라. 다시는 영화 안 보여줄 거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핀 시리즈가 각각 첫 번째, 두 번째 시집인 만큼, 두 시인은 책을 내고 바뀐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양안다 시인은 시집을 내고 “기분이 되게 좋을 줄 알았는데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만 슬퍼하면서 “매일매일 제 책을 읽는다.”고 밝혔다. 유계영 시인은 “첫 시집 때에는 나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그런데 나를 너무 오래 되뇌다 보니 그것이 갑갑하게 많이 느껴저서, 벗어나고자 생각하며 시를 썼다.”고 전했다. 

<유희경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낭독회는 총 3회에 걸친 ‘핀 시리즈 라이브 낭독회’의 마지막 날이었다. 유희경 시인은 “책을 서점에 전달해준”, “마감을 온몸으로 버티며 고생해준”, “시인선을 낸다는 말도 안 되는 결정을 해준” 편집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러며 “마지막 낭독회여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했다.”고 덧붙였다. 세 번의 낭독회에 모두 참여했다는 한 문학 습작생 정씨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그는 이날 낭독회가 “감각적이고 놀라운 시들을 다양하게 들을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며 낭독회가 끝나는 것에 짙은 아쉬움을 표했다. 

<독자에게 사인을 해주는 유계영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독자들과의 사인회를 끝으로 행사는 모두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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