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 대표시 다시 찾기 101” 시리즈 선보인 신현림 시인
[인터뷰] “한국 대표시 다시 찾기 101” 시리즈 선보인 신현림 시인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3.10 18: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선집을 들고 있는 신현림 시인 <사진 =신현림 시인 제공>

- “시선집까지 이어진 사과밭에서의 만남”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사진가이자 시인으로 예술 활동을 펼쳐온 신현림 시인이 직접 꾸린 독립출판사 “사과꽃”을 통해 “한국 대표시 다시 찾기 101”이라는 이름으로 시집 시리즈를 선보였다. 시집 시리즈는 1차분으로 김소월, 한용운, 백석, 윤동주의 작품을, 2차분으로 이상, 이육사, 김영랑, 박인환, 정선 아라리, 김명순의 작품을 선보였다. 시리즈에는 이상, 이육사, 김소월 등 온 국민이 아는 유명 시인들의 작품에서부터,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김명순 시인과 정선아라리 편도 포함되어 있다. 

신현림 시인은 “문단이든 어디든 정치와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면서 세속화되었고, 타성에 젖거나 언어조탁에도 게을러 무슨 말인지 모를, 독자의 감각을 타락시키는 시들도 반성 없이 넘쳐났다.”며 한국시 120년사를 다시 점검한다는 뜻을 담아 “한국 대표시 다시 찾기 101” 시리즈를 선보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인왕산 바위 위에 펼쳐진 시선집 <사진 = 김상훈 기자>

뉴스페이퍼에서는 신현림 시인을 찾아 시집 시리즈를 선보이게 된 과정과 출판사를 꾸린 근황 등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 “시집 시리즈까지 이어진 2005년 사과밭에서의 만남” 

신현림 시인은 사과를 모티프로 한 시와 사진을 선보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사과를 전 세계 곳곳의 풍경에 배치한 사진전 “사과, 날다”를 개최하기도 했다. 인터뷰 도중 신 시인은 “사과꽃이 귀족적인 빨강, 자주에서 천천히 분홍빛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사과꽃이 떨어지는 모습도 처연함 없이 깔끔하게 죽는다는 느낌이다. 또 사과는 어디든지 있고 얼마나 유용한가.”라며 사과에 대한 애정을 듬뿍 표시하기도 했다.  

반지하엘리스, 사과 여행.3.pangyo, Korea @ Shin HyunRim.Inkjet print.2017

사과에 대한 신현림 시인의 애정은 10년 이상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사과밭을 방문했다가 처음으로 사과나무를 보게 되었고, 사과를 통해 생명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되었다는 신현림 시인은 그 만남이 자신의 작품세계마저 바뀌게 했다고 회상했다. 이전에는 일상 속의 미스터리하거나 우울한 이미지를 추구했다면, 이후에는 사과를 하나의 우주이자 생명으로 컨셉을 잡아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과를 통해 생명을 고찰하던 시인은 생명의 근원, 곧 역사성에도 눈길이 가게 되었다. 신 시인은 “생명에 대한 고찰은 우리 삶의 역사성과 예술문화의 역사성에도 이어졌고, 역사성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게 되었다.”며 그러한 고민이 시집 시리즈를 내기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우리의 시대성을 인식하고, 자기만의 미학이 확고한 시인들의 시집을 만들어 후손들에게 제대로 된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는 것이다. 

“정선 아라리”가 시집 시리즈에 포함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신현림 시인은 “이름 있는 작가들의 책도 중요하겠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이름 없는 민중의 삶”이라며 “정선 아라리” 편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우리야 연애는/솔방울 연앤지/바람만 간시랑/불어도/똑 떨어진다”라는 가사가 아름답지 않느냐고 감탄했다. 

아직도 출판사 대표라는 말이 어색하다며 웃어 보인 시인은 소박하게나마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오장환 시집을 작업하고 있다는 신 시인은 101호까지 시집 시리즈를 낼 생각이며, 자신의 작업이 후배 시인들에게까지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서점에서 독자들이 쥐고 싶은 매력 갖추고 싶어” 

신현림 시인은 “한국 대표시 다시 찾기 101” 시리즈를 기획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일반인들이 서점에서 쥐고픈 매력적인 시집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시인들의 시세계를 편하고 애정을 기울여 볼 수 있게 만들려고 애섰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집 표지부터 과하지 않은, 절제된 매력이 있는 디자인으로 꾸며졌다. 정재완 영남대 시각디자인과 교수가 표지 디자인을 맡았으며, 시인의 대표시가 표지를 장식한다. 시집 내부에는 시의 분위기에 맞는 명화 1컷이 담겨 “사과꽃”의 색채를 살렸으며, 시인의 소개도 공을 들였다. 연보와 서문, 중견 평론가와 학자의 시평이 수록되었으며 사진 자료를 통해 시인의 모습을 독자들이 살펴볼 수 있다. 

한편으로 출간된 시집들 대부분이 유명 시인들의 작품을 신현림 시인의 시각에서 재정립한 것이라면, 김명순 시인의 시집 “애인의 선물”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김명순 시인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 크다.  

최초의 근대 여성 작가, 조선 최초의 여성 작가라 불리는 김명순 시인은 소설, 시, 산문, 번역, 희곡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작품 활동을 했으나, 남성위주의 문단으로부터 매장 당했다고 알려져 있다. 김명순 시인의 시평은 신현림 시인이 직접 작성하였으며, 신 시인은 김명순 시인이 “한국시문학사에서의 선구적인 위치에 있음에도 정당한 평가를 못 받은 채 80년 가까이 묻혀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신 시인은 “당대 여성들은 대부분 비참하게 죽었으며 김명순도 그러했다. 김동인은 김명순을 모델로 한 소설을 써 그녀를 모독했으며, 김명순은 철저히 가부장적이었던 문단에 의한 디아스포라였다.”며 “김명순은 다재다능한 작가이자 미학적으로 성공한 작가였다. 당대의 풍경을 보기 위해 당대 여성작가의 작품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며 김명순의 작품을 읽어보기를 당부했다. 

- “사진, 시작(詩作), 출판까지. 좋아하는 일 이어나갈 것” 

인터뷰 도중 신현림 시인은 “한국 대표시 다시 찾기 101” 시리즈를 준비하느라 눈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신현림 시인은 사진작업을 삶이라고 표현하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신현림 시인은 예전에 찍어둔 사진들을 곧 전시회와 출판을 선보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신현림 시인의 활동은 “한국 대표시 다시 찾기 101” 시리즈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시선집 외에도 새로운 기획들이 많다고 밝힌 신 시인은 향후에도 다양한 작업들을 진행할 것이라 전했다. 집필 활동 또한 활발하게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에는 초등학교 고학년들을 위한 “얘들아, 세상은 거대한 예술 창고란다”를 출간하기도 했으며, 사과꽃을 통해 “아들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이라는 책도 곧 출간된다. 사진, 출판, 집필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는 신현림 시인의 행보가 주목된다.

Tag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