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본희곡 심포지엄, '사실과 드라마' 주제로 현실과 작품의 상관관계 논해
현대일본희곡 심포지엄, '사실과 드라마' 주제로 현실과 작품의 상관관계 논해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3.15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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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지난 9일 명동역 인근에 위치한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는 한일연극교류협의회와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가 주최하고, 서울시가 후원, 일한연극교류센터가 협력한 “제8회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 심포지엄 : 사실과 드라마”가 진행되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일본의 극작가인 사카테 요지와 시모리 로바, 한국의 극작가인 고연옥과 김재엽이 참여했다. 이들은 각자 ‘사실과 드라마’를 주제로 자신의 연극관을 풀어놓았다. 

이야기는 역사와 현재를 만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추출돼 
심도 있게 취재한 작품일수록 연극 작품으로서는 칼날 무뎌지는 경향 있어... 

<사카테 요지. 사진 = 육준수 기자>

사카테 요지는 연극에서는 사실과 소재 자체를 표현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사고 직전 30분 동안 여객기 조종실 보이스 레코더에 기록된 승무원과 관제탑의 음성 정보로만 구성된 연극 “CVR 찰리 빅터 로미오”처럼, 새로이 창작된 언어가 사용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는 것. 

이런 사카테 요지는 신작을 만들 때 자료를 찾고, 직접 그 장소에 가서 사람들을 만난다고 밝혔다. 이야기는 역사와 현재를 만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추출된다는 것. 이야기를 발견하는 그런 과정에서 “그들과 함께 ‘문제(문제가 있는 세상)를 살고 있음’을 새삼 느끼고, 그것을 나의 존재 이유로 재발견”한다고 사카테 요지는 설명했다. 

<사카테 요지. 사진 = 육준수 기자>

시모리 로바는 “취재를 얼마나 해야 하는가”와 “사실을 어느 정도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가”가 작가로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민감한 소재일수록 대본에 갈등 요소나 픽션 요소를 넣기 어렵다는 것. 이는 상처받은 사람에게 한 번 더 상처를 입히는 2차 가해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스스로 잘 썼다 생각하거나, 외부에서도 높이 평가하는 작품은 대개 서면 자료와 현지 취재로만 쓴 작품이었다고 시모리 로바는 고백했다. 반면에 당사자 인터뷰 등, 심도 있게 취재한 작품일수록 연극 작품으로서는 칼날이 무뎌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전했다. 

<시모리 로바.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런 시모리 로바는 “취재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평생에 걸친 과제”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며 앞으로는 ‘취재’와 ‘작품의 완성도’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추구하며, 취재를 계속해나갈 작정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반복적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희곡은 신화처럼 우리 사회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할 길을 모색해야 

고연옥 작가는 자신은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는 것보다는, 현재를 해석하는 일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살인과 연쇄살인, 존속살해, 테러 등이다. 고 극작가는 이 때문에 “‘범죄극 전문가’라 불리기도 한다.”며, 오히려 마음 편하게 더 써도 될 것 같아 “그렇게 불리는 게 굉장히 좋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고연옥 극작가(가운데).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런 고연옥 작가가 목적으로 하는 것은 단순한 ‘재현’이 아닌 “어떤 사건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해석’하는 작업”이다. 한 사람에게 일어난 욕망과 징후, 복수심은 “우리 사회에 감춰진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연극을 통해 이런 사건들을 재구성한다면 “문제점에 대한 일종의 제의 활동을 하고, 반복적 비극이 안 일어나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질문할 수 있다.”는 것. 

예컨대 버지니아 총기 난사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한 고연옥 작가의 연극 ‘주인이 오셨다’는, 따돌림을 당하는 약자였던 인간이 자신을 심판자이자 구원자로 인식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고 극작가는 이 작품에 “현실에서는 물론 용서받을 수 없는 사람이지만, 연극에서는 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담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용서하자는 의미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고연옥 작가의 작품들은 각종 실화와 신화를 교묘하게 결합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소년의 부모 존속살해 사건을 다룬 ‘손님들’과 계모와 여동생을 죽인 실화에 신데렐라를 결합한 ‘달리 물로 걸어오듯’, 강호순 사건과 뱀 신랑 이야기를 결합한 ‘지하생활자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과 바이칼 호수 주변 신화를 결합한 ‘칼집 속에 아버지’ 등이다. 

고연옥 작가는 과거 신화는 “굿이나 제사 형태로도 사용”되어 “반복 암송하면 내재된 힘이 현실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역할을 연극이 하고 있기 때문에 “희곡도 신화처럼 우리 사회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할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고연옥 작가의 의견이다. 

<심포지엄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심포지엄이 끝난 뒤에는 관객들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심포지엄에 참여한 여러 국가의 관객들은, 이 시간을 빌려 연극과 드라마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털어놓는 등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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