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적극적으로 과거가 된다'의 황혜경 시인, 첫 낭독회 책방이듬에서 마쳐
'나는 적극적으로 과거가 된다'의 황혜경 시인, 첫 낭독회 책방이듬에서 마쳐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3.17 2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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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지난 15일 일산 호수공원 인근에 위치한 책방이듬에서는 제13회 일파만파 낭독회가 진행됐다. 일파만파 낭독회는 유명세와 상관없이 김이듬 시인이 꼽은 “보석 같은 작가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꾸려가는 이색낭독회로, 책방의 주인 김이듬 시인이 직접 사회를 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황혜경 시인(좌)과 김이듬 시인(우).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낭독회에 초대된 작가는 최근 출판사 ‘문학과지성사’를 통해 시집 ‘나는 적극적으로 과거가 된다’를 펴낸 황혜경 시인이었다. 1973년 인천에서 태어난 황혜경 시인은 2010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에 시 ‘모호한 가방’ 외 4편이 당선되어 데뷔했으며, 시집으로는 ‘느낌 氏(씨)가 오고 있다’와 ‘나는 적극적으로 과거가 된다’가 있다.

<황혜경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행사를 시작하며 황혜경 시인은 “등단 8년째인데 오늘이 첫 낭독회”라고 고백했다. 시를 읽는 독자에게는 “각자의 진입경로”가 있기 때문에, 낭독회에서 시에 대한 설명을 해버리면 “시를 통해 들어오는 감정”을 차단하는 게 아닐까 우려가 됐었다는 것. 하지만 올해부터는 “바깥으로 나오려는 마음이 있다.”며, 황혜경 시인은 막상 책방이듬에 나와 독자들을 만나보니 “사랑방처럼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즐거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런 황 시인이 시집의 제목을 ‘나는 적극적으로 과거가 된다’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황 시인은 자신은 “나이는 마흔여섯이고 문단에서는 신인”이라며 “내가 살아온 시간을 인정하지 않으면 나의 존재 자체가 부정된다.” .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즉 이 시집은 황혜경 시인에게 있어 "살아온 삶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터닝 포인트"인 셈이다.

<시를 낭독하고 있는 황혜경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황혜경 시인은 ‘소녀를 버리는 효과적 소년’과 ‘동사動詞를 그리라고 하는 이웃집 아이’, ‘지금 블라인드’, ‘되새김’, ‘검은 외투를 하나 갖는 일’, ‘말 못 할 겹겹의 흉부에 대해 말을 하려 할 때’ 등 다수의 시를 낭독하고, 시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눴다.

<일파만파 낭독회 포스터. 사진 = 육준수 기자>

시 ‘소녀를 버리는 효과적 소년’은 첫 시집 ‘느낌 氏가 오고 있다’에 수록된 시 ‘소년을 만드는 방법적 소녀’의 후속작품 격인 시이다. 시 ‘동사動詞를 그리라고 하는 이웃집 아이’에는 “오랫동안 동선 없는 삶을 살았다”는 황 시인의 “어째서 나는 동적이지 못할까”라는 생각이 깃들어 있다. 시 ‘Born again’은 황 시인이 노숙자들을 상대로 3개월 간 시 수업을 하던 무렵에 쓴 작품으로, 당시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청중들로부터 특히 많은 관심을 받은 시는 ‘검은 외투를 하나 갖는 일’이었다. 황혜경 시인은 이 시는 “우리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며 쓰게 된 시”라고 이야기했다. ‘검은 외투’라는 오브제에는 “불편하고 납득할 수 없고 인정되지 않는 무언가”를 “덮어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다는 것.

<'황혜경 시스터즈'. 사진 = 육준수 기자>

김이듬 시인 역시 “개인적으로 이 시가 너무 좋았다.”며, 이 시의 영향을 받아 “오늘의 드레스코드를 블랙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그 말대로 낭독회에 방문한 청중들은 대부분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황혜경 시인의 좌우에 앉은 김이듬 시인의 한양여대 제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김이듬 시인은 “황혜경 시인한테는 말을 안 했는데도 (검은 옷을) 입고 오셨다.”며 나란히 앉은 황혜경 시인과 한양여대 학생들이 “마치 황혜경 시스터즈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생각보다 큰 토끼'를 낭독하는 한양여대 학생.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어 한 한양여대 학생은 “황혜경 시인의 시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시를 낭독해 달라.”는 김이듬 시인의 요청에, “원래 가장 좋았던 시는 ‘검은 외투를 하나 갖는 일’인데 이미 낭독을 하셨다.”며 ‘생각보다 큰 토끼’를 낭독했다.

<김자숙 배우(좌)와 황혜경 시인(우). 사진 = 육준수 기자>

또한 청중으로 낭독회에 참여한 김자숙 연극배우는 시 ‘검은 외투를 하나 갖는 일’에서 영감을 받은 즉석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퍼포먼스는 “적극적으로 과거가 되어버린 한 남자와, 적극적으로 과거가 되어버린 나의 어머니”에 대한 것이었다. 역동적인 퍼포먼스가 끝난 후 황혜경 시인은 눈물을 훔치며 “감동적이었다. 다음 시집은 ‘나는 결사적으로 과거가 된다’로 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으나, 김이듬 시인은 "결사적으로 말리겠다."고 반대 의사를 표해 청중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

<제13회 일파만파 낭독회 단체사진.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제13회 일파만파 낭독회는 사인회를 끝으로 마무리 되었다. 황혜경 시인의 시를 감명 깊게 읽은 문예창작과 재학생들과 동네 주민들은, 저마다 구입한 책을 끌어안고 시인과의 짧은 대화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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