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 고서적부터 북 아트까지, ‘맨해튼 빈티지 북 페어’
[탐방기] 고서적부터 북 아트까지, ‘맨해튼 빈티지 북 페어’
  • 남유연 객원칼럼니스트
  • 승인 2018.03.20 21:28
  • 댓글 0
  • 조회수 3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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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남유연 객원칼럼니스트] 오래되거나 희귀한 책과 포스터, 팜플렛, 엽서 그리고 최근에 만들어진 예술작품으로서의 책, 북 아트 책들까지, ‘인쇄’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을 구경하고 살 수도 있는 북 페어가 매년 초에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다. ‘맨해튼 빈티지 북, 단명자료, 프린팅 페어 (The Manhattan Vintage Book, Ephemera* and Fine Press Book Fair)’에 다녀왔다.  

*(Ephemera는 단명자료라는 뜻인데, 이는 한 번 발행되고 금방 버려지는 자료로, 홍보물이나 입장권 등을 말한다.) 

‘빈티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북 페어는 오래되어 보이는 성 빈센트 페레르 성당에서 열렸다. 사람이 너무 많지는 않으나 충분히 시끌시끌했다. 책 마니아들이나 출판업계 사람들,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방문했다. 어린 학생 관람객들은 그다지 많지는 않았으나 그 외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들이 있었다. 

입장료는 성인 15달러, 만 13세에서 21세는 7달러다. 만 13세 이하는 무료다.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그러나 고서적, 오래된 인쇄물들, 책 디자인, 북 아트, 판화 등 넓은 분야를 구경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사진 1 빈티지 북 페어에 입장하면 마주치게 되는 부스들. 오른쪽의 기둥들 뒤에도 부스들이 많다.

부스들은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고서적 구역과 북 아트 구역이다. 입장 직후, 관람객들은 첫 번째 구역의 부스들과 마주치게 된다. 이 부스들에서는 오래된 책들을 책꽂이에 꽂아놓고 판다. 19세기 유럽 영화에서 나올법한 양장본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실제 인쇄 년도를 보아도 1800년대, 1900년도 인쇄본이 많다. 고전 소설, 철학책, 역사책, 과학책 등등 여러 분야에 걸친 다양한 책들을 찾아볼 수 있다. 어떤 책들은 훼손 우려 때문인지 비닐에 싸여 있는데, 비닐을 벗기고 구경해도 괜찮았다. 영어로 쓰인 책도 있고, 간혹 다른 나라 언어로 쓰인 책들도 있었다. ‘책’뿐만 아니라 ‘인쇄’에도 신경을 쓴 페어라 그런지, 판화 작품들과 관련된 책들도 많았다. 부스들을 둘러보고 있자면 부스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옆에 와서 특정한 책을 찾아주거나 설명을 해준다. 대다수 부스 운영자들은 출판사에서 나왔고, 출판사가 아니더라도 오래된 책을 거래하는 거래상들도 있다. 

사진 2 – 책꽂이에 꽂힌 책들.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비닐에 넣은 책들이 많이 보인다.

책꽂이 옆이나 책상 위에는 옛날 포스터, 엽서 등을 판다. 디즈니의 캐릭터들이 초기 디자인으로 그려진 만화책도 있는 등, 옛날 만화책들도 있었다. 동양화가 그려진 작은 책자들을 파는 부스도 있었다. 사인본의 경우와 희귀한 서적의 경우 책 밖에 표시가 되어있다.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희귀 사인본인 경우 몇 십 만원이나 하는 경우도 있고, 서점이랑 비슷한 가격의 책도 있다. 엽서 등은 몇 천 원짜리도 있었다. 고서적들은 가격이 정확히 정해져 있지 않아서, 부스의 사람과 흥정을 하는 관람객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사진 3 – 작고 얇은 책들.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사인이 되어 있는 책의 경우 ‘Signed’ 딱지가 붙어있다. 특정 작가의 팬이라면 사인이 되어 있는 책 한 권 정도는 갖고 싶을 수 있다.
사진 4 - 훼손된 책 복구와 책 표지 제작에 필요한 공구들.

책 훼손 복구와 책 표지 관련 업체도 부스를 열었다. 고서적의 훼손된 가죽 표지를 복구해주기도 하고, 새로운 책에 빈티지 가죽 표지를 만들어주기도 하는 업체였다. 수작업으로 가죽 표지를 만든다고 하는데, 표지 제작에 필요한 공구들을 진열해놓았다. 일반 관람객 뿐 아니라 출판 업계 종사자들도 많이 오기에 둘 모두에게 홍보가 될 듯했다.  

사진 5 - ‘아트’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을 주로 진열한 북 아트 부스.

두 번째 구역은 예술 작품으로서 만들어진 책을 파는 구역이었다. 일명 ‘북 아트’ 구역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미국 각지에서 이 날을 위해 뉴욕에 온 북 아트 관련 출판사들, 그리고 개인 작가들이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사진 5의 부스에서는 책의 내용이나 활자보다 이미지에 집중한 북 아트 작품들을 진열했다. 인쇄된 그림들의 경우 판화작업으로 인쇄된 것이고, 몇몇 책의 종이들을 직접 만든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진 5의 경우에서처럼, 보통 북 아트의 경우, 책 내용이나 활자 자체보다 ‘이미지’ 에 더욱 집중하여 ‘활자’가 묻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책을 활용한 입체 북 아트 작품들은 활자를 읽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빈티지 북 페어의 부스들에는 이미지보다는 ‘활자’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도 많았다. 이미지에 집중한 작품들이 예술적이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책과 활자에 보다 집중한 작품들 또한 충분히 예술적일 수 있기에 이 작품들도 소개하려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전통적인 책의 형식을 따르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을 살린 책들, 그리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북 아트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 6 –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

사진 6의 부스의 경우, 이미지는 소설의 내용을 부각하는 디자인으로써 활용되었다. 사진의 책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의 내용은 그대로 두고, 새로운 현대적 이미지들로 재출판한 책이다. 소위 ‘리메이크’ 작품이다.  사진 속 시계탑의 시계는 입체 모형으로, 실제 손으로 시곗바늘을 돌려볼 수 있다.  

사진 7 - 독특한 디자인의 책. 이미지와 활자가 균형을 이룬다.

사진 7의 책도 활자와 디자인이 균형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표지와 페이지들이 디자인적으로 독특하고 이미지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독자들이 활자를 읽을 수도 있다.  

일명 ‘북 아트’ 구역에서는 판화 작품들이 인쇄된 책들도 함께 진열하는 부스들도 있었고, 개인 판화 작가가 출판된 자신의 책들을 홍보하는 부스들도 있었다. 관람객들뿐만 아니라 출판업계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작품을 홍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판화 작가의 부스에서는 여러 장의 판화 작품들로 묶인 책뿐만 아니라 책의 특정 페이지들을 낱장으로도 팔고 있었다. 판화 작품을 액자에 넣고 싶은 사람들이나, 책 전체를 사는 가격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낱장 판화 작품들을 사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진 8 - 판화와 활자가 모두 들어간 책들을 홍보하는 부스

맨해튼 빈티지 북 페어, 프린팅 페어에서는 인쇄를 ‘책’이라는 틀, 혹은 ‘판화’라는 특 하나로 제한하지 않고, 두 분야를 연결 지었다. 하루밖에 개최하지 않는, 규모도 거대하지 않은 페어였지만 이러한 이유 덕에 넓은 스펙트럼의 관심 분야를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페어에 들를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한국의 고서적들, 오래된 책들을 본 적이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서적을 판매하는 서점은 흔치 않다. 박물관에 진열되어 있는 책들, 중고서점에 부러 찾아가 중고책들을 본 것이 전부이다. 고서적을 위한 페어, 가치 있는 중고책을 위한 페어는 본 적이 없다. 고서적 관련 경매는 있다고 듣긴 하였는데, 고서적이나 희귀한 판본의 책이 대중에게 공개되고 판매될 기회는 매우 적은 것이 사실이다. 애초에 그러한 행사가 없다는 것조차 인지하기 힘들었다. 언젠가는 한국에서도 대중들이 고서적들, 인쇄, 더 나아가 북 아트와 관련된 작품과 책들을 종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행사가 열리기를 기대해본다. 

사진 9 -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서 영감을 받은 판화 작가의 책 작품

남유연 칼럼니스트 

이력 :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재학 중, 
Pratt Institute Fine art - Painting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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