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장편 소설]장희태 소설가의 미리 죽는 인간, 제 3장 기억할 만한 지나침
[연재 장편 소설]장희태 소설가의 미리 죽는 인간, 제 3장 기억할 만한 지나침
  • 장희태 소설가
  • 승인 2018.03.20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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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에서는 장희태 소설가의 장편 소설을 "미리 죽는 인간"을 격주 연재합니다

제 3장 기억할 만한 지나침 


2012년 1월 7일 오후 한시. 나는 십년 만에 아버지의 집 앞에 도착한다. 한 층에 열두 세대가 살고 있는 복도식 아파트의 끝자락. 문 위에 도드라지게 음각된 2002호 라는 숫자가 유난히 눈에 띈다. 그건 내가 이 집에서 쫓겨난 해다. 그로부터 십 년이 지난 지금,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모두 사라지거나 죽었다. 그 시작은 불과 반년 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부터였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벨을 누른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십년 사이 2002호의 초인종은 새 날개가 잘린 것처럼 지워지고, 고장나있다. 주먹을 쥐고 문을 두드린다. 군데군데 페인트가 벗겨진 철문은 먼 기억보다 훨씬 두께가 얇고 낡아, 깡통을 차는 듯 요란한 소리를 낸다. 생각보다 큰 쇳소리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데, 거칠게 문이 열리면서 가무잡잡한 팔이 불쑥 튀어나온다. 삼십대 후반쯤 됐을까. 해진 청바지에 180센티가 조금 못 되어 보이는 키, 짧게 민 머리카락, 기둥처럼 두꺼운 팔다리를 가진 남자다. 
“반석인가? 신분증 좀 보여주지”
형사는 쭉 째진 눈으로 내 얼굴과 신분증을 번갈아 훑는다. 먹이를 핥는 뱀의 혓바닥처럼 메마르고 섬뜩한 눈길이다. 
“문신이 많군. 팔에 그 지저분한 낙서는 다 뭔가”
쇠를 긁는 듯 거친 목소리. 나보다 키가 십 센티 가까이 작은데도, 어쩐지 압도당하는 기분에 눈을 피한다. 신분증 사진과 지금 모습이 다른 것까지 마음에 걸린다.
“낙서가 아니고 그림입니다. 에곤 실레의 포옹이라고…….”
형사는 무언가를 각인시키듯 한참이나 내 얼굴을 들여다보더니, 흙 묻은 구두를 그대로 신은 채 대꾸 없이 집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나는 혼자 남은 현관에서 몇 번이나 구두를 벗었다 신었다 망설인다. 
“빨리 들어오지”
짤막하지만 거스르기 어려운 힘이 실린 음성이다. 나는 그가 했던 것처럼 구두를 신고, 장판에 찍힌 누런 발자국을 포개 밟으며 거실로 올라간다. 엄마가 이 꼴을 본다면 뭐라고 할까. 
“택시회사 직원의 신고로 발견되셨어. 평생 지각 한번 안하던 사람이 삼일동안 무단결근을 했다더군. 혹시 최근에 아버지와 연락한적 있나?”
형사는 마지막 말을 하면서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길게 찢어진 눈매 탓인지, 도저히 유가족을 바라보는 형사의 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거실에는 환기되지 않은 짙은 썩은 냄새가 켜켜이 쌓여있다. 배가 터질 듯 부푼 수십 마리의 파리떼가 시신의 반쯤 떠진 눈구멍 콧구멍 속을 들락거리며 알을 슨다. 벌써 시체를 갉고 있는 통통한 구더기 무리가, 물기 많은 눈가와 벌어진 입 주변을 빼곡히 기어 다닌다. 
“연락한 적 있냐고 물었어.”
형사가 구둣발을 구른다. 바닥이 묵직하게 울리며, 시신의 콧구멍 속에서 살찐 구더기들이 후드득 쏟아진다. 나는 코를 막은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입을 열면 안쪽에서 치미는 위액이 구두코를 적실 것 같다. 촬영 준비를 하느라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것이 다행스럽다. 나는 베란다 쪽에서 불어오는 덥고 습한 바람을 느끼며 셔츠의 단추를 푼다. 형사의 날카로운 눈초리와 두꺼운 팔다리가, 먹이를 압사시키는 거대한 뱀의 몸뚱이처럼 나를 점점 짓눌러온다. 무슨 대답을 하던 그 말이 되돌아와 내 목을 단단히 조를 것만 같다. 취조실에 끌려가 조사를 받고 있는 착각마저 든다. 씨발,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바닥의 시신을 넋 놓고 바라본다. 
 
거기에는 한 남자가 아버지 회사 유니폼을 입은 채 엎드려 있다. 조끼등판에 한신택시 라고 써진 문구가 선명한데, 몸은 형편없이 말라있다. 수십 년간 하루 종일 앉아서 생활한 탓에 늘 복부비만과 고지혈증을 걱정하던, 내가알던 그 아버지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반년 전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도 보았던 커다란 몸집은 온데간데없다. 
남자는 사람만한 흡혈파리에게 피와 살을 다 빨아 먹힌 듯, 공기 빠진 튜브처럼 시들어 있다. 가죽만 남은 몸 주변엔 걸쭉한 웅덩이가 고여 있고, 구더기들이 빠져 허우적거리는 곳마다 공기 방울이 부글거린다. 남자는 바닥으로 추락해 물러터진 홍시처럼, 자신의 허물어진 몸에서 쏟아져 나오는 점액에 잠식되어가고 있다. 
 
아래턱에서 신물이 올라온다. 혀뿌리에 자꾸 고이는 시큼한 침을 필사적으로 삼키며, 찡그린 눈으로 남자를 살핀다. 엎드려있는 남자의 한손에는 속이 빈 갈색 음료수 병이 들려 있고, 다른 손에는 두 번 접힌 종이 한 장이 쥐어져 있다. 모나미 볼펜 한 자루가 남자의 머리맡에서 할 말이 남은 듯 굴러다닌다. 
“사인을 알고 있나? 음독자살이다”
형사는 그 말을 내뱉더니 집요하게 내 반응을 살핀다. 쭉 째진 눈 속의 작은 동공을 쉬파리처럼 분주하게 날려, 내가 위산을 삼키거나 미간을 찌푸리는 사소한 행동 하나도 놓치지 않고 쫓는다. 그 시선을 못 본 척, 멍하니 쓰러진 남자만 쳐다보며 아무 말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 언제부터 돌아간 것인지, 덜덜거리는 온풍기 소음이 고요한 거실을 가득 메운다. 규칙적이고 단조로운 소음에 조금씩 잠이 쏟아진다. 나는 천천히 기울어지는 몸을 가죽이 벗겨진 낡은 소파에 기댄다. 늘 엄마의 맨살이 닿아 있던 아득한 감촉. 

형사가 두꺼운 아랫입술을 천천히 핥으며 쓰러져 있는 남자에게 다가간다. 시체에 앉아있던 파리 떼가 붕붕거리며 사방으로 날아오르고, 화들짝 깬 나는 양손을 파리채처럼 휘두른다. 흥건한 점액이 형사의 구둣발 밑으로 스며들지만, 그는 아랑곳 않고 남자의 손에 들려있던 종이를 뽑아 나에게 건넨다. 종이는 작고 깨끗하다. 다림질이라도 한 듯 주름 하나 없다. 
“잘 봐”
나는 떨리는 손으로 반듯하게 두 번 접힌 종이를 조심스레 펼친다. 볼펜 똥이 묻은 익숙한 글자들이 엇나간 획 하나 없이 고딕체로 쓰여 있다. 아버지의 말투를 꼭 닮은, 한자씩 눌러 쓴 딱딱한 글씨다. 늘 큰아버지의 조끼에 적혀있던 아버지의 글씨. ‘이 사람을 발견하면 전화해주세요. 사례하겠습니다.’ 미라처럼 말라붙은 채 죽어 있는 이 남자가, 정말 내 아버지라는 말인가. 엄마와 이혼한지 불과 한 달 만에, 아버지가 죽었다. 
 
 
아버지의 글씨요? 서두르지 마세요. 곧 보게 되실 테니까요. 아버지가 남긴 말은 단 세 문장이었습니다. ‘세상 무서운 줄 알고 살아라.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전해주면 고맙겠다. 부디 남은 형을 잘 돌봐주길 바란다.’ 네. 그건 유언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채무 고지서이기도 했지요. 유언장의 뒷면에는 삼억이 넘는 아버지의 채무 내역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스트론’ ‘회수담당 금자’ 그 촌스러운 이름이라니. 티나게 가명을 쓸거라면 좀 더 멋진 이름들이 많은데 말입니다. 어쨋든 그 고지서는 아버지가 죽은 것보다도 더 믿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처음 유서 뒷면을 봤을 때, 저는 그 깡마른 남자는 역시 아버지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잘 모르시겠지만, 돈쓰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던 아버지가 삼억이 넘는 빚을 지는 건, 어떻게 해도 상상조차 되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혼자 왔나? 아내 분은 연락이 안 되던데”
형사가 담배를 문다. 무심한 듯 지나가는 말투와는 달리, 쏘아보는 눈빛은 오히려 처음보다 더 날카롭다. 그는 대답을 기다리며 현관에서 젖은 신발과 양말을 벗는다. 소시지처럼 두꺼운 손가락으로 닭 모가지를 따듯 양말을 비틀어 짠다. 썩은 물줄기가 손목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며, 나는 선뜻 대답을 할 수 없다. 형사는 이제 엄마의 안부를 묻고 있다. 
 
엄마, 엄마의 목소리를 들은 건 나도 한 달 전이 마지막이었다. 핸드폰에서 잊고 지내던 바흐의 벨소리가 터져 나왔을 때, 나는 씹고 있던 치즈버거를 유라의 얼굴에 뱉어버렸다. 그때만 해도 우리는 백명이 넘는 경쟁자들 사이에서 조금 눈에 띄던, 같은 모델 에이전시의 후보생일 뿐이었다.
“씨발, 이게 무슨 짓이야 석”
윗배가 팽팽했다. 사과는커녕, 손이 떨려 전화조차 제대로 집을 수 없었다. 화내던 유라는 내 표정을 멍하게 들여다보더니, 얼굴에 묻은 소고기 패티와 양상추 파편도 닦지 않고 테이블 위의 핸드폰을 내 귀 가까이 대주었다. 나는 배를 움켜쥔 채 전화를 다 받고, 테이블 앞쪽으로 몸을 숙이고 있는 유라의 뺨에 입술을 대었다. 유라의 볼에서는 불고기 마요네즈 소스 맛이 났고,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긴 시간이 흘렀지만 통화 내용은 전과 마찬가지로 일방적이었다. 그건 통보전화였다. ‘너처럼 나도 집을 나왔다. 이제 더 이상은 이 모든 걸 견디고 살 수가 없다.’ 언제나처럼, 나는 그런 말을 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이혼소식을 듣게 된 12월에 나는 유라와 함께 잠들었고, 그녀가 담배냄새를 싫어하지만 연기는 좋아한다는 사실과, 마른 몸을 관통하는 여덟개의 피어싱 위치를 알게 되었다. 이해할 수 없는 엄마의 전화가 유라와 나를 이어준 셈이다.
그날은 할머니가 죽은 지 불과 반년이 지났을 때였다. 엄마는 돌아가신 할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사실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같은 집에 사는 매일이 위태롭고 신기해 보일 지경이었다. 어릴 적 할머니는 엄마가 외출할 때마다 불 여시 같은 년, 어디에 꼬리를 치러 가느냐며 혀를 찼고, 엄마가 말대꾸라도 할라치면 가차 없이 뺨을 올려붙였다. 가위로 엄마의 치마나 원피스를 몽땅 잘라놓기도 했는데, 그러면 엄마는 보란 듯이 찢어진 옷을 그대로 입은 채 현관문을 나섰다. 나는 내 방 문틈 사이로 그들을 지켜보며 누구의 편도 들지 못했다. 어느 한쪽의 마음도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끈질기게 공존하는 그들이 의아할 뿐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알 수 없는 사실은 그런 할머니를 이십년 넘게 견뎌온 엄마가, 할머니가 돌아가시자마자 이혼을 한 일이다. 여전히 외계인 같은 엄마. 두 외계인 사이가 악화된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지만, 내 생각에 가장 큰 원인은 큰아버지다. 
 
엄마는 아버지와 결혼식을 치르자마자 돌봐야 할 사람이 생겼다. 그건 할머니도 아버지도, 이미 이 개월 나이를 먹어버린 뱃속의 나도 아니었다. 엄마는 신혼여행은 고사하고 2002호에 혼자 남아 소파에서 자위를 하고 배달음식을 시켜먹으며, 아침저녁으로 지능이 떨어지는 큰아버지를 챙겼다. 할머니는 매일 새벽마다 밭으로 나갔고, ‘오후에 비가 온다던데 상원이 회사에 우산 가져가거라.’ 하는 식으로 쪽지를 남겼다. 그게 그들의 아침 인사였다. 저녁이면 "오늘 상원이가 왜 떨어진 양말을 신고 나갔냐." 고함쳤고 그런 팽팽한 긴장감이 그들의 거의 유일한 소통이었다. 할머니는 큰아버지가 엄마의 속옷으로 자위를 했을 때, 그녀의 가느다란 팬티를 모조리 버리고 서랍에 남자 트렁크를 채워놓기도 했다. 그런 생활을 이십 년 넘게 반복해온 엄마가, 장례식을 치른 지 반년 만에 집을 떠난 것이었다. 헤아릴 수도 없는 긴 인내와 육개월의 시차 앞에서 아득해진 나는 말없이 전화를 끊었고, 그 후로 엄마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연락 안 되냐고 물었어. 벌써 두 번째 대답을 안하는군”
자욱한 담배연기 속에서 형사의 위압적인 목소리가 머릿속을 파고든다. 
“……엄마는 이혼했어요.”
“그건 나도 알아. 그치만 한 달 밖에 안 됐잖나.”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담배 한 개비만 주시겠습니까.”
형사는 순순히 뒷주머니에서 담뱃갑과 핸드폰을 꺼낸다. 럭키 스트라이크 오리지널 레드. 입안에 끈적끈적한 침이 고인다. 나는 최대한 깊고 느리게 연기를 빤다. 얼핏 보니 형사의 핸드폰은 내가 집을 나올(엄마의 말을 빌리자면) 무렵에 출시된 256색의, 이제는 부품조차 찾아볼 수 없는 오래된 모델이다. GPS기능조차 없는 플립형. 형사는 어디서 저런 고물을 구했을까. 나는 필터까지 담배를 태운 후에야 기침을 하며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아버지의 집 주소처럼 기억이 나지 않기를 바랐는데, 손가락이 점자처럼 튀어나온 핸드폰 버튼들을 자연스레 훑고 누른다. 여러 의미로, 오래 잊고 있던 감촉이다.
 
엄마는 아버지의 자살 소식에도 동요하는 기색이 없다. 목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잠시 떨렸을 뿐이다. 그마저도 금세 가라앉히더니, 발음 한번 틀리지 않고 또박또박 ‘아무와도 더 통화하고 싶지 않고, 아버지의 시신을 보고 싶지도 않다. 네가 할머니 산소 옆에 묻어다오.’ 엄마의 말은 준비해둔 편지를 읽는 것처럼 딱딱하고 막힘이 없다. 어린 시절 매일 내 손에 쥐어 주던 천 원짜리 세장처럼, 놀라움 없는 무뚝뚝한 온기. 어디선가 그 시절 밤마다 씹던 치즈버거 냄새가 난다. 아득하게 밀려오는 지독한 누린내 속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파고든다. ‘더 할 말 있니?’ 나는 할 수 없이 전화로 아버지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연극적으로 유언을 전한다. 목소리를 내리 누르자 몇 주 만에 들이마신 독한 담배연기 탓에 가래가 끓는다. 엄마는 내 연기를 끝까지 관람하고, 아무런 감상 없이 전화를 끊는다. 통화 종료 음을 타고 걷잡을 수 없는 낯설음이 밀려온다. 이제는 엄마가, 정말로 다른 행성의 외계인처럼 느껴진다.

장희태 소설가

11회 대산대학문학상 소설부문 당선, 2012 창작과비평 봄호에 시안, 쥐와 함께 잠들다 수록 2015 한국소설가협회에서 출판한 신예작가에 해달이 조개를 건네는 이유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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