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범 시인 '묘사' 출간 기념 특강, 묘사의 다양한 구조에 대해 말해
조동범 시인 '묘사' 출간 기념 특강, 묘사의 다양한 구조에 대해 말해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3.2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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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지난 11일 일산 호수공원 인근에 위치한 책방이듬에서는 조동범 시인의 저서 ‘묘사’ 출간을 기념한 특강이 진행됐다. 

‘묘사’는 시를 창작하거나 읽으며 막막함을 느낀 수많은 학생들을 위한 시 이론서로, 지난 11월 모악 출판사를 통해 출간됐다. 이 책에는 2000년대 이후의 시적 경향에 대한 체계적 분석과, 다수의 대학에 출강하고 있는 조동범 시인의 경험이 녹아있다. 

조동범 시인은 2002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시집 “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사건”, “카니발”, “금욕적인 사창가”를 펴냈으며, 다수의 비평집과 연구서를 출간했다. 청마문학상, 딩하돌하작품상, 미네르바작품상, 김춘수시문학상 등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조동범 시인. 사진 촬영= 홍의준>

강의를 시작하며 조동범 시인은 “묘사 이전에 지배적인 정황을 포착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지배적인 정황’은 미적 인식을 제시하는 시적 정황을 일컫는 말로, “시는 지배적인 정황을 언어화하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시적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조동범 시인의 설명이다. 

즉 시로 쓸 장면을 선택한 후에는 불필요한 장면을 배제하여, 미적 인식을 주는 장면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이런 과정 없이 개괄적인 인식, 관념으로만 시를 쓰게 되면 감각이 형성되지 않는다며, 조 시인은 “언어가 커다란 모체에서 조그맣게 좁혀질 때” 감각이 형성된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각, 낯설게 느껴지는 국면 찾아낼 수 있어 
문학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를 의미 있는 존재로 환원시키는 것” 

이어 조동범 시인은 묘사의 구조에 대해 설명했다. 고정되어 있는 경치를 눈으로 보는 ‘서경적 구조’와 마음으로 이미지를 그리는 ‘심상적 구조’이다. 

<조동범 시인. 사진 촬영= 홍의준>

조동범 시인은 서경적 구조는 눈으로 본 것을 쓰는 방식이기 때문에 낡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오히려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이야기했다. 다만 모두가 비슷하게 보는 것들을 쓸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지하철에 대해 쓸 때,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텅 빈 간이역”에 대해서만 쓴다면, 고유한 감각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다른 관점으로 색다른 이야기”를 봐야 한다는 것이 조동범 시인의 의견이다. 사실적이고 흔해빠진 풍경이라도, 세밀한 관찰을 거친다면 낯설게 느껴지는 국면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 그러며 조동범 시인은 “황정은 소설가의 경우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보여주면서도, 낯선 국면을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상적 구조의 경우 서경적 구조의 “세밀한 묘사를 통해 줄 수 있는 감정”뿐만 아니라 “말로 설명할 수 없고 밑에서 북받치는 끌어 오르는 감정”까지도 표현할 수 있다고 조동범 시인은 전했다. 이는 심상적 구조는 글을 쓰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조동범 시인. 사진 촬영= 홍의준>

또한 “아무것도 아닌 존재를 의미 있는 존재로 환원시키는 것”은 문학의 시도 중 하나라며, 조동범 시인은 평범한 장면과 감성을 있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비틀어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조 시인은 “2000년도 이후의 시들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지만, 심상적 구조와 영상조립 시점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요즘 나오는 작품들이 어렵지 않고 오히려 신선하게 보일 것.”이라고 첨언했다. ‘영상조립 시점’은 파편화된 상황들을 일관성 있는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 구조이다. 

끝으로 조동범 시인은 19세기 기계문명 이후 무의미와 무가치는 현대의 일상이 되어버렸다며, 예술은 “무가치하고 무의미한 세계를 굳이 끌어내 거기에 유의미한 세계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며 조 시인은 “주변의 일상을 눈여겨보고 일생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삶의 방식을 제시했다. 

<사인을 하고 있는 조동범 시인. 사진 촬영 = 홍의준>

이날 행사는 문예창작과 재학생 및 동네주민들과의 질의응답과 사인을 끝으로 마무리 되었다. 이때 “연예인에게 시 창작을 가르치지 않았냐”는 질문을 받은 조동범 시인은 “얼굴천재로 유명한 아스트로의 차은우를 안다.”며 “어렸을 때부터 같은 동네에 살고, 본인이 글 쓰는 걸 좋아한다고 해서 써온 걸 같이 손보기도 했다.”고 이야기해 관심을 사기도 했다. 

한편 조동범 시인의 시론집 ‘묘사’는 출간 두 달 만에 3쇄 증판을 결정했다. 조동범 시인은 이 같은 소식을 SNS를 통해 밝히며 “시 이론서가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다니 어리둥절하지만, 독자 여러분의 사랑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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