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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소설가, “독자들 소설 고를 때 ‘소재, 제목, 지인평가’ 영향 받아”독자들 혼란 느끼는 책 생태계 환경... 책 생태계 개선 위해서는 독자문예운동 필요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3.30 15:19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장강명 소설가가 3월 29일 대한출판문화협회 강당에서 진행된 “책 생태계 비전 포럼”에 참여해 책 생태계와 독자들의 문예운동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일반 독자들이 소설을 고를 때 소재, 제목, 지인평가 순으로 영향을 받으며 전문가의 말은 신뢰를 잃었다고 밝힌 장강명 소설가는 지금의 책 생태계에서 독자들은 혼란을 느끼고 있으며, 독자들의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문예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7년의 밤 "네이버 영화"와 "네이버 책"

장강명 소설가는 먼저 책과 영화와 관련된 대표적 포털 서비스인 ‘네이버 책’과 ‘네이버 영화’ 를 비교하며 국내의 독자들이 책에 대한 정보를 얻기 너무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예시로 든 ‘네이버 영화’는 개봉 중인 영화의 누적 관객, 예매율, 일반 관객의 평가, 언론인 평가, 평론가 평가, 연령 및 성별 평점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장강명 소설가는 이러한 정보를 통해 관객들이 영화를 자유롭게 고르며 이야기를 나누는 생태계가 구성되어 있지만, ‘네이버 책’을 위시한 책 관련 서비스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예시로 든 ‘네이버 책’에는 “책의 전국 판매량 정보도 없고, 전국 단위의 순위도 없다. 인터넷 서점의 순위를 병렬식으로 제공하는데, 각 서점은 크기도 다르고 중점적인 판매 도서도 다르다. 책이 몇 권 팔렸는지는 작가마저도 모른다.”며 정보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평론가와 일반인의 평가가 구분되어 있지 않고, 언론 서평도 모여 있지 않으며, 별점이 뭘 의미하는지조차 알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장강명 소설가는 독자평의 수가 적어 신뢰도가 떨어지고 리뷰 조작이 쉽다며 “전체 평이 100건인데, 30, 40건이 출판사 관계자,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서평단의 평가라면 믿을 수 있을까. 리뷰 생태계가 오염되어 있다.”고 말했다.

장강명 소설가 <사진 = 김상훈 기자>

독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것은 포털과 인터넷 서점의 리뷰뿐만이 아니다. 장강명 소설가는 언론, 블로그 등의 서평도 신뢰를 잃었다고 진단했다. 한국소설에서 나쁜 평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 장강명 소설가는 “문학담당 기자들도 ‘한국소설을 지켜줘야 한다’는 마음이 큰 듯하다. 독자 입장에서는 ‘이 책도 좋고 저 책도 좋다니 이게 뭐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평을 읽고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 책을 읽었지만, 내용에 실망하고 과대평가됐다고 생각하게 되면 서평 전체를 불신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포털 사이트의 정보, 인터넷 리뷰, 언론 서평 등 책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이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 독자들은 어떤 요소를 통해 책을 고르게 될까? 도서관, 서점, 대학 등에서 강연을 다닐 때마다 설문지를 돌렸다는 장강명 작가는 ‘이야기의 소재’, ‘제목’, ‘친구나 지인의 평가’, ‘표지 디자인’, ‘작가의 대표작’, ‘작가의 인지도’ 순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유명인의 추천사나 신문 서평, 문학평론가의 해설 등에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다고 드러났다.

장강명 소설가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도 서점, 도서관 등에서 책을 직접 보고 고르는 사람이 30%였다.”며 “대다수의 독자들은 전문가의 의견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독자들 스스로 이야기 나누는 독자들의 문예운동 필요

독자들이 혼란을 느끼는 책 환경을 보며 장강명 작가는 “독자들의 문예운동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이 “독자들의 문예운동”은 출판사나 서점, 편집자 등이 주체가 되는 북 큐레이션, 북 디렉팅과는 다른 개념으로, 독자의 주체적인 언어와 데이터베이스를 갖추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독자들이 작가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작가의 책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며, 아울러 책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장강명 작가는 특히 데이터베이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강명 작가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도서관이나 인터넷 서점이 투표 등을 하지만 독자의 문예운동은 이보다 더 나아가야 한다.”며 “어떤 책을 추천할 때 어떤 이유라도 좋으니 이유가 있어야하고, 전달해야한다.”고 이야기했다. “어떤 책을 읽고 하다못해 ‘야해서 좋았다’ 이렇게라도 이유를 말해야 한다. 이런 기록이 그러한 책을 찾는 독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작가의 성애묘사가 다른 작가와 어떻게 다른가라는 토론거리도 될 수 있다.”며 “이런 정보들이 축적되면 ‘50대 남자가 좋아하는 책, 20대 여성이 싫어하는 책, 10년 전에 있었던 비슷한 소설, 이 작가를 좋아하면 저 작가를 좋아할 수 있다’는 식으로 데이터베이스가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독자 문예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웹소설 시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웹소설 시장은 큰 규모로 젊은 독자가 많지만 어디에서도 제대로 서평을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강명 소설가는 “웹소설을 다루는 작은 웹진이 있는데, 마지막으로 글이 올라온 지 좀 됐다. 웹소설 서평과 독자들은 어디에 있느냐. 불법 공유 사이트나 커뮤니티 사이트 같은 곳의 게시판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 이렇다보니 정보가 축적되기는커녕 옛날 정보를 찾아보기도 힘들다.”며 “웹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이걸 좋아했다면 이것도 좋아할 거야’. ‘웹소설이 아니라 종이책이지만 이것도 좋을 거야’라는 식으로 권해주고 독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포럼에 참가한 출판 관계자들을 향해 “독자들을 크게 놓치고 있는 거 아닐까요?”라고 질문을 던진 장강명 소설가는 “독자들의 문예운동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되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포럼 등을 통해 시스템이라고 해도 좋을만한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장치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장강명 소설가가 강연에서 발표한 ‘독자들의 문예운동’ 등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4월 출간 예정인 논픽션 “당선, 합격, 계급”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선, 합격, 계급”은 문학 공모전과 독서 생태계를 다룬 논픽션이다.

김상훈 기자  ksh@news-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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