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숨 '너는 너로 살고 있니', 조해진 '사물과의 작별'. 책방이듬 낭독회로 독자들과 만나
김숨 '너는 너로 살고 있니', 조해진 '사물과의 작별'. 책방이듬 낭독회로 독자들과 만나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3.3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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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따스한 봄바람이 부는 29일 저녁, 호수공원 근처 책방이듬에서는 제14회 일파만파 낭독회가 진행됐다. 일파만파 낭독회는 김이듬 시인이 선정한 보석과도 같은 작가들을 초청하여 그들의 책을 낭독하고 문학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이다. 이번에 초청된 작가는 김숨 소설가와 조해진 소설가였다. 

<조해진 소설가(좌)와 김숨 소설가(우). 사진 = 육준수 기자>

김숨 소설가는 1998년 소설 ‘중세의 시간’이 문학동네 신인상에 당선되며 데뷔했으며 소설집 ‘투견’과 ‘침대’, ‘간과 쓸개’, ‘국수’ 등, 장편소설 ‘백치들’과 ‘철’, ‘나의 아름다운 죄인들’ 등을 펴냈다. 대산문학상과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조해진 소설가는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소설집으로는 ‘천사들의 도시’와 ‘빛의 호위’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로기완을 만났다’ 등을 펴냈다. 이효석문학상과 무영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소설을 낭독하는 조해진 소설가(좌)와 김숨 소설가(우).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낭독회는 다소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해진 소설가의 소설집 “빛의 호위”에 실린 단편 ‘사물과의 작별’과 김숨 소설가의 편지소설 “너는 너로 살고 있니”의 일부분을,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과 함께 교차로 낭독한 것. 두 작가와 독자들은 한 자 한 자에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정성스럽게 낭독에 임했다. 

‘사물과의 작별’은 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는 고모를 관찰하는 소설이다. 과거 재일교포 유학생 서군을 흠모했던 고모는, 자신의 실수로 서군이 불행해졌다는 죄책감을 안고 평생을 살아왔다. 이 작품은 박정희 시대에 비일비재했던 간첩 조작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조해진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조해진 소설가는 이 작품을 쓰며 감정적으로 힘든 지점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평생 서군에게 미안한 마음을 간직하고 살았던 고모가, 본인이 쓴 인물 중 가장 불행한 인물로 느껴졌다는 것.  

한 대학생 독자는 이런 조해진 소설가의 작품에는 실제 역사적 사건이 많이 등장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동백림 사건(동쪽 白의 숲), 아우슈비츠 수용소(빛의 호위) 등이다. 그러며 독자는 실제 사건을 소설로 쓸 때에는 어떤 지점을 조심해야 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조해진 소설가는 “이야기를 쓰며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쓰지 않으려 한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교육적 메시지를 담거나, 소재로 이용하지 않고 사건 속에 있었던 구체적인 한 인물에 대해서 쓰고자 노력한다고 밝혔다. 

<조해진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김숨 소설가는 이 소설을 읽고 무엇보다도 고양이에 대한 부분이 기억에 남았다고 농담을 건넸다. 작중 요양원에 들어가기 위해 주변을 정리하는 고모가, 애지중지 키우던 고양이 둘을 병원에 보내며 모자람 없이 먹이되 둘 중 한 마리가 죽으면 나머지도 안락사 시켜달라고 요구하는 장면이다. 

실제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조해진 작가는, 전쟁이 나거나 자신이 불치병에 걸리면 고양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개를 키우고 있는 김숨 소설가는 이런 감정들이 잘 와 닿았다고 전했다. 

‘너는 너로 살고 있니’는 간병인 여성이 식물인간 여성에게 말을 거는 형식의 ‘편지소설’이다. 가끔 익명의 대상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충동을 강렬하게 느낀다는 김숨 소설가는, 이 글을 ‘2인극이자 1인극’이라고 정의했다. 작품 속 간병인이 쓰는 편지는 결국, 간병인이 자기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김숨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김숨 소설가는 “다들 ‘나’라는 존재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정말 아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의 경우 마흔이 되면서야 스스로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것. 그러며 김숨 소설가는 이런 ‘나’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너’(타자)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처럼 느껴진다고 전했다. 

이런 김숨 소설가의 문장들을 보며 김이듬 시인은 “마치 시인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전개되는 김숨 소설가의 문장에서 강한 힘을 느꼈다는 것. 이에 김숨 소설가는 “과거 시로 습작을 했다.”고 밝히며 당시 “시는 버리는 작업인 반면 소설은 보태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현재는 “소설 역시 버리는 것을 잘해야 좋은 소설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조해진 소설가(좌)와 김숨 소설가(우). 사진 = 육준수 기자>

한편 김숨 소설가는 “물도 그렇고 투견도 그렇고 초기작은 제가 못 본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비문과 허점이 많아 독자들이 읽는 게 겁이 나고 부끄럽기도 하다는 것. 김숨 소설가는 “서점에 있는 책을 다 수거해서 개정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만 “저의 일부기 때문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낭독된 소설(좌)과 김숨 소설가의 책들(우).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낭독회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으며, 낭독회 이후에는 사인회가 진행됐다. 김이듬 시인은 두 소설가가 “한국 소설의 양쪽 날개 같다.”며 책방이듬을 찾아주어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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