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인, "편집자 역할은 작품과 독자 연결... 릿터 독자들을 위해 만든다"
서효인, "편집자 역할은 작품과 독자 연결... 릿터 독자들을 위해 만든다"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3.31 2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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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터 <사진 = 김상훈 기자>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민음사가 40년 전통의 문예지 “세계의문학”을 폐간하고 새로운 문예지인 “릿터”를 내놓은 지 약 1년 반이 지났다. 문예지로는 이례적으로 아이돌 인터뷰를 수록하기도 했던 릿터는 새로운 시도라는 긍정적 평가와 문예지를 상업주의 팬시상품으로 만들었다는 폄훼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릿터”에게 어떤 평가가 내려지건 편집자들은 묵묵히 “릿터”의 가치를 이어온 듯하다. 

고양 아람누리 도서관은 지난 3월 22일부터 네 명의 잡지 편집자를 초청, 송종원 평론가가 사회를 맡아 각 잡지의 지향점을 알아보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꾸려오고 있다. 22일에는 “어라운드”의 김이경 편집장이 초청되었으며, 29일에는 “릿터”의 서효인 편집장이 대담에 참여해 릿터의 지향, 다른 문예지와의 차별점 등을 이야기했다. 

“릿터”는 16년 8월 첫 선을 보인 민음사의 새로운 문예지다. 민음사는 이전까지 “세계의문학”을 발간해왔지만 정기구독자가 30명 수준으로 떨어지며 ‘생명력이 다했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세계의문학” 폐간 이후 등장한 “릿터”는 판형을 바꾸고 이미지를 많이 추가하는 등 문예지의 일반적인 형태에서 보다 잡지에 가까운 형태로 꾸려졌다. 첫 호에서 아이돌의 인터뷰를 수록하는 등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릿터” 1호는 초판 5천 부가 매진되는 등 큰 반응을 이끌어냈다. 

송종원 평론가와 서효인 편집장 <사진 =김상훈 기자>

서효인 편집장은 “세계의문학” 폐간과 관련해서 “당시 회사에서는 계간으로 나오는 것이 독자들의 호흡에 맞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고, 잡지의 역할은 출판사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출판사로 좋은 작가를 모으는 역할이 있지만 그 역할이 부족했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세계의문학”의 팬이자 잡지에 시를 발표하는 등 덕을 많이 봤었다는 서효인 편집장은 “민음사에서 문예지나 문학잡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며 “‘릿터’로 ‘세계의문학’의 정신을 잇는 작업을 하게 됐다. ‘세계의문학’이라는 거인이 있었기에 ‘릿터’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짝수 월마다 발간되는 격월간 문예지 “릿터”는 시, 소설 같은 문학 작품부터 작가의 인터뷰, 책을 좋아하는 타 장르 아티스트의 인터뷰 등이 수록되어 있다. 다른 문예지의 ‘특집’ 같은 역할을 하는 ‘커버스토리’는 독자들이 그 시기에 관심을 가질 이슈와 이를 기반으로 한 짧은 소설, 시 등으로 꾸려진다. 현재까지 페미니즘, 결혼, 부동산, 세월호 등이 다뤄졌으며, 4월 출간 예정인 11호의 주제는 K-POP으로, 아이돌 문화를 다룰 예정이다. 

- “편집자는 작품을 독자들에게 연결해주는 사람”  
- “릿터” 독자들을 위해 만든다

“릿터”가 창간하기 직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민음사 측은 “독자들을 위한 문예지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행사에서 서효인 편집장은 기존 문예지와 “릿터”의 차별점으로 전문편집자에 의한 제작과 판형의 변경을 꼽았다.  

일반적인 문예지는 소설가, 시인, 평론가 등 문인을 편집위원으로 두고 잡지를 만든다면 민음사는 전문편집자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문인으로 구성된 편집위원이 문인들을 위한 잡지를 만든다면, 전문 편집자는 독자를 위해 잡지를 만든다는 것이다. 

서효인 편집장은 “작품이 세상에 나오면 작품을 독자에게 연결해주는 사람이 필요한데, 예전에는 평론가나 기자가 그런 역할을 해왔던 것 같다. 지금은 문학 분야 뿐 아니라 다른 장르에서도 독자나 수용자가 곧 평론가이기도 하다.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매체에 접근할 수 있게 해드려야 할 것 같다.”며 독자를 매체와 잘 연결해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편집자라고 설명했다.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편집자가 함께하므로 누구보다도 책에 근접해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 소설을 다룬 문예지라고 해서 꼭 신국판으로 두껍고 개성 없는 식으로 내야할 필요가 없다. 요즘 책들은 예쁘고 멋지게 나오는데, 문학잡지도 사람들에게 그렇게 다가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독자들이 매력을 느낄 내, 외부 디자인과 판형 등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릿터”에 수록되는 인터뷰도 독자들이 문학에 더 가깝게 다가가게 하기 위해 준비됐다. “잡지는 흥미로워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서효인 편집장은 “잡지 속의 시와 소설은 읽는데 벽이 있어 독자가 그 벽을 넘어가야 한다. 벽을 넘기 위해서는 잡지 안에 흥미로운 페이지가 있어야 했고 그 답이 인터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책 속의 책 컨셉을 설명 중인 서효인 편집장 <사진 = 김상훈 기자>

“릿터”에는 일반적으로 두 개의 인터뷰가 수록된다. 하나는 ‘읽는 사람’이라는 코너로, 책을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인터뷰가 수록되며 또 다른 하나는 ‘쓰는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소설가, 시인들의 인터뷰가 수록된다. 릿터 1호에는 지금은 고인이 된 샤이니 종현의 인터뷰가 수록됐었고, 일각에서 ‘상업주의’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학출판사라고 상업적이라는 게 배척할 일은 아니다.”고 밝힌 서효인 편집장은 “가치가 뛰어나지 않는데 중요하고 꼭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피해야할 상업성이겠지만,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걸 만들어내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건 출판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종현의 입에서 나오는 레퍼런스, 작품, 음악, 삶을 바라본 태도는 굉장히 멋졌고 수준이 낮아서 잡지에 못 싣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인터뷰도 다른 이야기가 아닌, 책에 대해 이야기한다. 독자들이 ‘이런 사람들이 이런 책을 읽네? 나도 읽어볼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면 괜찮은 것 같다.”며 독자들이 충분히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아티스트들을 선정해 인터뷰를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서효인 편집장은 4월 출간 예정인 릿터 11호의 내부 디자인과 구성을 소개하기도 했다. 11호의 커버스토리는 K-POP으로, 아이돌과 관련된 다양한 글들이 수록됐다. 여성 아이돌의 역사와 현재 등을 알아보는 등의 진지한 이야기부터 아이돌 ‘덕질’을 해온 수기도 수록된다. 이를 위해 “릿터”는 공모전을 통해 200여 명의 ‘덕질’ 수기를 모았고, 독자 중 세 명의 글을 수록하기도 했다. 11호 인터뷰는 ‘읽는 사람’으로 책방을 운영하는 가수 요조를, ‘쓰는 사람’으로 김현 시인을 인터뷰했으며, 소설과 시 또한 양질의 작품이 수록된다. 

서효인 편집장은 “읽으시는 분들이 만족하고 다음에 또 찾아보시는 게 아주 소박한 저의 욕심.”이라며 “독자분들이 탄탄히 유지되어 글을 발표하는 분들도 글을 잘 써야해, 라고 생각할 것이고, 그러면 원고가 좋아지며, 이런 식으로 상호간의 시너지효과가 일어나는, 문학하는 사람들이 만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아람누리 도서관은 오는 4월 5일에는 문학3의 양경언 기획위원, 4월 12일에는 악스트의 백다흠 편집장을 초청, 문예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행사에 관한 자세한 문의는 고양 아람누리도서관 전화(031-8075-9033)를 통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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