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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 깨우는 “동심언어사전”, ‘만남언어’와 시의 숨바꼭질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4.0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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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황소걸음, 콧방귀, 글쟁이, 김칫국…… 낱말과 낱말이 합쳐지는 겹낱말들이다. 이정록 시인은 이런 겹낱말을 가리켜 ‘만남언어’, ‘팔짱언어’라고 표현한다. 서로 다른 두 언어가 만나 범벅말이 되는 과정에서 재미가 끼어들고 마음의 기원이 깃든다고 이야기하는 이정록 시인은 이 ‘만남언어’와 시가 숨바꼭질한 과정을 “동심언어사전”에 담아냈다. 

“동심언어사전”은 그 이름처럼 사전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딱딱한 정의 대신 ‘만남언어’가 이끌어내는 재미와 감동을 품은 시를 담고 있다. ‘가갸날’부터 시작해 ‘힘줄’에 이르기까지 316개의 만남언어, 316편의 시를 통해 독자를 동심의 세계로 이끌어준다. 

이정록 시인 <사진 = 뉴스페이퍼>

‘만남언어’가 불현 듯 시인에게 다가온 것은 만해문예학교 첫 시간에서였다. 시인은 연세 지긋하신 분의 “이 나이에 어찌 동시를 쓰느냐”는 질문에 ‘콧방귀’와 ‘황소걸음’을 칠판에 쓰며 두 낱말이 어떻게 만났느냐고 되묻는다. “개구쟁이의 눈이 있네요.”라는 말에 “우린 이미 동심을 살고 있으며, 서툴게나마 찾아내자”고 답한 시인은 이때부터 만남언어와 그 안에 숨어있는 동심과 만나게 된다. 

‘돼지저금통’을 바라보며 “구멍가게 처마에/돼지저금통 한 꾸러미/한 마리 한 마리가 다 연꽃잎 같다//딸꾹딸꾹 다보탑을 바치는/개구쟁이 부처에게/풍경 소릴 들려주는 꿀꿀이 부처”라고 표현하고, ‘독서왕’이라는 낱말을 “글을 읽으면 쑥쑥 자란다고 한다./할아버지는 매일 신문을 본다./할아버지 마음이 또 커녔나보다./안경이 코끝으로 스윽 내려왔다.”처럼 표현하며 시인은 아이의 시선에서 만남언어를 바라보고 동심을 불러일으킨다. 

한편으로는 풍자와 해학도 빼놓지 않는다. ‘돌잡이’는 돌잡이를 맞이한 아기를 화자로 두고 고민하는 장면을 그려낸다. 아이는 “돌잡이 예상 문제는/실, 쌀, 연필, 국수, 돈, 활, 책”이었는데 정작 “골프공, 황금열쇠, 체크카드, 증권, 수표, 금수저, 로또복권”이 나왔다며 “세 살만 먹었어도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황금만능시대의 세태를 아이의 시선에서 재미있게 그려낸 ‘돌잡이’는 시인의 시선이 단순히 동심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해설을 쓴 김정숙 문학평론가는 시인의 시구에서 삶의 지혜와 통찰이 보여진다고 해설한다. 시인은 ‘앉은뱅이저울’에서 “세상을 아파하면/그 슬픔만큼 짐은 가벼워진다.”는 시구를, ‘가는귀’에서 “먹고 또 먹어도 되는 건, 마음뿐이다.”는 시구를 이끌어내 지친 이들을 위로하는 따스한 단어를 선사하기도 한다. 

김정숙 문학평론가는 “시집에 녹아 있는 마음의 숨결과 온기를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이정록 시인이 엮어낸 ‘만남언어’의 숨바꼭질 속에서 동심과 해학, 삶의 지혜를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김상훈 기자  ksh@news-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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