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 블랙리스트 실행기관 전락 대국민 사과... 여성직원 전면 배치로 남성중심 조직문화 혁신
영진위, 블랙리스트 실행기관 전락 대국민 사과... 여성직원 전면 배치로 남성중심 조직문화 혁신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4.0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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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문을 읽고 있는 영화진흥위원회 오석근 위원장 <사진 = 김상훈 기자>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영화진흥위원회가 블랙리스트 실행기관으로 전락했던 것과 내실 있는 영화진흥정책을 수립해야 할 책임을 방기한 것에 대해 국민들과 영화계에 사과하고 혁신을 다짐했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는 서울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두 정부에서 관계 당국의 지시를 받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차별과 배제를 직접 실행한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며 “통렬하게 반성하고 준엄하게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영화진흥위원회는 한국 영화의 진흥과 영화 산업 육성,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제작, 기술, 글로벌화 지원, 유통 활성화, 교육 등의 사업을 시행해왔다. 그러나 지난 09년부터 16년까지 당시 청와대와 관계 당국의 지시를 받아 특정 작품을 지원에서 배제하는 블랙리스트 실행기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밝혀낸 블랙리스트 실행 건은 56건에 달한다. 영화계를 대상으로 영화 상영을 방해하고 제작 지원에서 의도적으로 탈락시켰으며, 심지어 블랙리스트 실행 과정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영진위 직원을 별도 관리해 불이익을 준 사례 또한 존재한다. 

오석근 위원장 <사진 = 김상훈 기자>

영화진흥위원회 오석근 위원장은 사과문 발표에 앞서 “영진위에서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이야기가 나온 지 2년 가까이 됐다. 영진위가 이와 관련해 2년 만에 처음으로 대국민사과를 하게 된 무례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늦은 감은 있으나 저희들 나름대로 각고의 노력을 통해 오늘 이 자리를 만들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영진위의 블랙리스트 실행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 오석근 위원장은 영진위 내부의 특별 위원회에서 문체부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와 연계한 후속 조사를 진행하고, 미규명 사건에 대해서도 신고와 제보를 받고, 차별, 탄압 사례를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수 년 간 자행된 블랙리스트 실행 과오뿐만 아니라, 그동안 내실 있는 영화진흥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할 책임을 방기하고, 한국영화의 상징인 영화진흥위원회 위상을 실추시켜 영화인들의 자긍심을 훼손한 데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참회하고 정중하게 사과합니다.”라고 전했다. 

- 혁신 위해 직제개편과 주요 사업 변경... 세대교체와 여성 중용 

영화진흥위원회는 직제개편을 여성 직원의 전면 재배치하고, 세대교체를 통해 대대적인 인사 개편을 진행했다. 본부장은 3급, 40대 초중반, 연차 20년 미만의 비교적 젊은 직원으로, 팀장들은 3급 이하의 젊은 직원들도 배치됐으며, 조종국 사무국장은 “위원장의 지시를 통해 업무를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본부장과 국장, 팀장이 협의를 통해 권한과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개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여성 직원이 전면으로 재배치됐다. 경영지원본부를 비롯해 인사총무팀, 국제교류전력팀, 지원사업팀에 여성 보직자를 선임했으며, 조종국 사무국장은 “단순히 숫자가 늘어난 것 뿐 아니라 여성들이 주 업무에 배치됐다는 것은 영진위의 사업기조와 조직문화 혁신에 의미 있는 조치라 생각한다.”며 “영진위는 대국민 사과와 함께 직재개편 혁신인사를 통해 주어진 과제와 사명을 충실하고 밀도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원사업 주요 변경점을 발표 중인 김현수 본부장 <사진 = 김상훈 기자>

2018년도 영화진흥사업에도 변화가 생겼다. 제작지원 사업은 편당 지원금 상한액이 2억 원에서 4억 원으로 상향됐으며, 독립영화, 예술영화, 저예산영화 제작지원으로 구분된 지원 사업을 독립, 예술영화제작지원으로 통합하고 예산을 전년 대비 9.8억 증가시켰다. 애니메이션 창작자의 창작 지원을 위해 중단편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지원 사업을 신설했으며, 블랙리스트 문화검열 차원에서 변형되었던 서울 영상미디어센터 직영사업은 원래 취지에 부합하게 운영방식을 변형할 계획이다. 

또한 새 위원회의 역점 추진 과제로 △ 아시아 영화진흥 기구 설립, △ 영화 프로젝트 파이낸싱 보증을 위한 한국영화 제작보증기금 조성, △ 초중고 공교육 영화과목 정규화 추진, △ 공정환경 조성센터 고도화, △ 온라인 통합전산망 구축, △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사업 등을 발표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오석근 위원장은 영화진흥위에서 벌어진 블랙리스트 사례를 “더 자세하게 확인한 다음 추후 2차, 3차에 사과 및 보고 드리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영진위가 본령을 회복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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